[안성 민선 9기 연속기획⑧] 김보라 시장의 ‘젊은 미래농업도시’…청년·스마트농업이 안성 농촌을 바꿀까

생산·가공·유통·소비 잇는 선순환체계…안정적 판로와 농가소득이 핵심 청년농 특화지구·스마트농부 500명 양성…농지·주거·기술지원 뒷받침돼야 축산냄새 저감·저탄소 한우·화훼특구 추진…사업별 실행계획 공개 필요

2026-07-27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농업은 안성의 전통산업이자 지역경제를 지탱해 온 핵심 기반이다. 그러나 농촌 고령화와 청년 인구 유출, 생산비 상승, 농산물 가격 불안, 기후변화, 축산냄새 민원 등 농업 현장이 마주한 현실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김보라 안성시장이 민선 9기 농업정책으로 제시한 ‘젊은 미래농업도시’는 이러한 문제를 청년농 육성과 스마트농업 전환, 지역 농산물 선순환체계 구축을 통해 풀겠다는 구상이다.

주요 내용은 농업 생산·가공·유통·소비 선순환체계 구축, 청년농 특화지구 조성, 스마트농부 500명 양성, 공공급식 공급망 확대, 축산냄새 저감, 저탄소 한우 브랜드 개발, 화훼산업단지 특구 추진, 농촌 정주여건 개선 등이다. 농업 생산성뿐 아니라 판로와 환경, 인구, 생활 기반까지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종합적인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다만 농업은 하나의 사업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다. 토지와 시설, 기술, 자금, 인력, 유통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며 사업 효과가 농가소득으로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민선 9기 안성시의 과제는 여러 정책을 나열하는 데 머물지 않고 각 사업을 하나의 농업경제 구조로 묶어내는 것이다.

생산에서 소비까지 연결하는 농업 선순환체계

안성 농업의 우선 과제는 생산과 소비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일이다. 농민이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해도 안정적인 판로와 적정 가격이 보장되지 않으면 소득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소규모 농가와 고령농은 개별적으로 유통망을 확보하거나 상품을 가공·브랜드화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농산물 선순환체계는 안성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가공하고 학교와 공공기관, 복지시설, 일반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구조다. 제대로 정착하면 농가는 예측 가능한 판로를 확보하고 소비자는 생산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역 먹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품목별 생산량과 공공급식 수요, 가공시설 처리 능력, 계절별 공급 가능량, 물류비용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 수요에 대한 검토 없이 생산을 확대하면 특정 품목의 과잉과 재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공급 기반이 부족하면 외부 농산물 의존도가 높아져 지역 선순환이라는 정책 취지가 약해진다.

계약재배와 공동선별, 공동가공, 공동물류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개별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유통과 가공 기능을 공동으로 운영해야 소규모 농가도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생산량을 늘리는 정책보다 생산된 농산물이 적정 가격에 판매되도록 만드는 구조가 우선돼야 한다.

청년농 특화지구, 영농 기반이 먼저다

농촌의 지속 가능성은 농업을 이어갈 사람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고령농의 은퇴 이후 영농을 이어갈 세대가 부족하면 농업 생산기반뿐 아니라 농촌공동체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청년농 유입은 단순한 인구 증가가 아니라 안성 농업의 존립과 연결된 문제다.

청년농 특화지구는 청년들이 농업에 진입할 때 겪는 농지와 시설, 주거 문제를 한 공간에서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 교육과 컨설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영농이 가능한 토지와 시설, 공동장비, 판로를 함께 제공해야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장 큰 장벽은 농지다. 농지가격과 임차료가 높거나 장기 임대가 보장되지 않으면 청년농은 안정적인 영농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시설하우스와 스마트팜 설비에도 많은 초기 비용이 필요하며 첫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버틸 생활자금도 필요하다.

안성시는 특화지구 대상지와 규모, 농지 공급 방식, 임대기간과 임대료, 시설 설치비, 정책자금 연계, 입주자 선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청년농이 교육을 받은 뒤 실제 영농을 시작하고 일정 기간 안성에 정착하는 비율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존 농업인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고령농의 농지와 영농 경험을 청년에게 연결하고, 청년농의 디지털 기술과 온라인 유통 능력을 기존 농가와 공유하는 세대 협력형 모델을 구축한다면 농촌 내부의 갈등을 줄이면서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스마트농부 500명, 교육보다 활용이 중요하다

스마트농업은 노동력 부족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다. 온도와 습도, 급수, 영양 상태를 데이터로 관리하면 생육환경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고 반복 작업을 자동화해 노동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김보라 시장이 제시한 스마트농부 500명 양성은 안성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담당할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교육 수료자 수만 채운다면 실질적인 농업혁신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교육장에서 장비를 다루는 것과 농가에 적용해 생산비를 절감하고 품질을 높이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기초과정과 품목별 심화과정, 현장실습, 시설 도입, 경영분석, 사후관리로 이어져야 한다. 스마트 장비를 실제 도입한 농가 수와 생산량 변화, 노동시간 절감, 에너지 비용, 소득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장비의 유지관리 대책도 필요하다. 스마트농업 시설은 통신 장애나 장비 고장이 발생하면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유지보수 비용이 농가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장비 호환성과 사후관리 조건을 점검하고 현장 기술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

고령농과 중소농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 보급도 병행해야 한다. 고가의 첨단시설을 모든 농가에 적용하기보다 자동급수와 환경측정 등 현장 수요가 높은 기술부터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개별 농가가 구입하기 어려운 장비는 공동 이용 체계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공공급식 확대, 지역 농산물 사용률 살펴야

공공급식은 지역 농산물의 안정적인 소비처를 확보하면서 시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학교와 어린이집, 복지시설, 공공기관 등으로 공급 범위를 확대하면 농가는 일정한 수요를 바탕으로 생산계획을 세울 수 있다.

공급기관 수만 늘려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급식에 사용된 안성 농산물의 비율과 공급액, 참여 농가 수, 품목별 공급량을 함께 살펴야 한다. 공급망은 확대됐지만 외부 농산물 사용 비중이 높다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가격 결정과 품질관리 기준도 투명해야 한다. 납품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우면 소규모 농가의 참여가 어려워지고, 낮은 가격을 요구하면 농민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농가와 급식기관, 영양교사, 소비자가 참여하는 협의구조를 통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잔류농약 검사와 원산지 관리, 저온 유통 등 안전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공공급식은 안정적인 판로인 동시에 어린이와 취약계층에게 제공되는 먹거리인 만큼 공급 확대와 안전성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축산냄새 저감, 주민이 느끼는 변화가 기준

축산업은 안성 농업경제의 중요한 축이지만 냄새와 분뇨 처리 문제는 주민 갈등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축산농가의 생업을 보호하면서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려면 시설 지원과 관리·감독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축산냄새 저감정책은 저감시설 설치비를 지원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냄새 발생 원인과 확산 경로를 파악하고 농가별 시설 가동 상태와 분뇨 처리과정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장비를 설치했더라도 제대로 가동하지 않거나 관리가 부실하면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

정책 효과는 시설 설치 수나 보조금 집행액이 아니라 냄새 민원 감소와 측정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반복 민원 지역과 개선이 필요한 농가를 관리하고 조치 결과를 주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 지원을 받은 농가에는 시설 가동과 관리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개선 의지가 있는 농가에는 시설 현대화와 기술지원을 제공하되 반복적으로 기준을 위반하는 농가에는 관련 절차에 따른 지도·점검과 행정조치가 필요하다.

저탄소 한우, 브랜드보다 생산기준부터

저탄소 한우 브랜드는 탄소중립과 축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비자의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생산기준과 품질관리 체계를 갖춘다면 안성 축산물의 차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 명칭과 포장 디자인만으로 저탄소 한우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사료 공급과 사육기간, 분뇨 처리, 에너지 사용, 출하와 유통 등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일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참여 농가가 준수해야 할 생산지침과 인증 절차, 검사 방식, 이력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농가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도 따져야 한다. 친환경 사료 사용과 시설 개선에 비용이 들지만 판매가격이 일반 한우와 차별화되지 않는다면 참여 농가를 확대하기 어렵다. 저탄소 생산의 환경적 가치와 가격 결정 근거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기존 축산물 브랜드와의 역할도 정리해야 한다. 유사한 브랜드가 늘어나면 홍보예산이 분산되고 소비자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 저탄소 한우만의 생산기준과 시장전략을 분명하게 설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화훼산업단지 특구, 수요 검증 선행돼야

화훼산업은 시설비와 에너지 비용의 영향을 크게 받고 경기와 소비 변화에도 민감하다. 화훼산업단지 특구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단지 조성에 앞서 참여 농가와 유통업체의 수요를 확인해야 한다.

공동생산시설과 저온저장시설, 선별·포장, 온라인 판매, 연구·교육 기능을 연계하면 개별 농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공공기관 행사와 지역축제, 학교 교육, 도시경관 사업에 지역 화훼를 활용하는 방안도 안정적인 소비 기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구 추진 과정에서는 입지 적정성과 환경 영향, 토지 확보, 기반시설 비용, 운영 주체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시설을 먼저 조성하면 빈 공간과 유지관리비가 남을 수 있다.

전시와 체험, 판매를 농촌관광과 연결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다만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고 실제 화훼 판매와 농가소득 증가로 이어지는지를 정책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농촌 정주여건이 청년 정착 좌우한다

청년농과 가족이 농촌에 정착하려면 영농지원 외에도 주거와 교통, 의료, 돌봄, 교육, 문화, 통신 등 기본적인 생활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농업으로 소득을 얻을 기회가 있더라도 생활환경이 불편하면 장기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주여건 개선을 대규모 시설 조성 위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마을별 인구와 생활서비스 이용 실태를 조사하고 빈집을 활용한 청년농 주거공간, 이동지원, 생활물류, 의료 접근성, 공동돌봄 등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

귀농·귀촌인과 기존 주민의 관계 형성도 중요하다. 새로운 주민이 마을공동체에 적응하지 못하면 영농 외적인 갈등으로 정착을 포기할 수 있다. 정책 초기부터 마을 주민과 청년농이 함께 참여하는 소통구조가 필요하다.

실행계획과 재원 공개가 관건

‘젊은 미래농업도시’는 생산과 유통, 청년, 기술, 축산환경, 정주여건을 폭넓게 다룬다. 정책 범위가 넓은 만큼 사업별 우선순위가 흐려지거나 한정된 예산이 분산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안성시는 연차별 추진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 담당부서, 목표치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청년농 특화지구는 농지 확보 규모와 입주 조건을, 스마트농부 양성은 교육 이후 현장 적용 여부를, 공공급식은 지역 농산물 공급 비율을 중심으로 점검해야 한다.

축산냄새 저감은 반복 민원과 측정 결과의 변화를 확인하고, 저탄소 한우는 참여 농가와 인증·유통 실적을 살펴야 한다. 화훼산업단지는 입주 수요와 생산·판매 전망을 바탕으로 사업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김보라 시장의 구상은 안성 농업을 생산 중심의 1차 산업에서 가공과 유통, 소비가 연결된 미래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정책의 성패는 사업 명칭이나 시설 규모가 아니라 농민의 생산비가 줄고 판로와 소득이 안정되는지에 달려 있다.

젊은 미래농업도시는 청년농의 숫자를 늘리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청년이 농지를 확보하고 농업으로 생활할 수 있으며 가족과 함께 안성 농촌에 머물 수 있어야 한다. 민선 9기 농업정책이 계획을 넘어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려면 구체적인 일정과 예산,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추진 과정과 결과를 지속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본지는 다음 [안성 민선 9기 연속기획⑨]에서 김보라 시장이 제시한 다음 핵심 공약을 중심으로 사업별 재원과 추진 일정, 시민 체감 가능성, 행정이 풀어야 할 과제를 심층 분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