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칼럼] 바다·기술·사람이 만나는 월곶포구축제…시흥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관광객 증가를 지역 상권의 실질적인 매출과 체류형 관광으로 연결해야

2026-07-27     김병철 기자
김병철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축제는 단순히 많은 사람이 모여 공연을 보고 즐기는 행사가 아니다. 그 지역이 무엇을 지켜왔고 앞으로 어떤 도시로 성장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적 선언이다. 특히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출발한 축제라면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올해 13주년을 맞은 시흥월곶포구축제가 주목받는 이유도 월곶이라는 공간이 지닌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관광 흐름에 맞춰 새로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2026 시흥월곶포구축제’는 오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월곶해양수변공원과 해안가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는 어선 승선과 맨손 고기잡이, 왕새우잡이, 새우젓 담그기 등 기존 대표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피지컬AI와 탄소중립 에코체험을 새롭게 접목한다. 시흥전국가요제를 비롯해 트로트와 대중가요, 밴드, DJ 공연도 준비하고 있으며 축제의 마지막 밤에는 음악과 불꽃이 어우러지는 불꽃축제가 펼쳐질 예정이다.

구성만 놓고 보면 전통적인 포구축제의 성격과 미래산업도시를 지향하는 시흥의 방향이 함께 담겼다. 어촌의 생활문화를 체험하는 공간 옆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만나고, 바다를 즐기는 과정에서 환경과 탄소중립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과거를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가치를 축제 안에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할 만하다.

월곶포구축제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다른 지역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월곶다움’에 있다. 지역축제가 성공하려면 그곳을 찾아야만 경험할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가수 공연과 먹거리 장터, 체험행사가 반복된다면 관광객에게 특정 축제를 선택해야 할 동기를 주기 어렵다. 반면 실제 어선에 올라 월곶 앞바다를 둘러보고,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고, 왕새우잡이와 새우젓 담그기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은 포구라는 장소와 어촌문화를 기반으로 해야만 가능한 콘텐츠다.

어선 승선은 월곶포구축제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어민이 실제 사용하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월곶의 해안과 도시 풍경을 바라보는 경험은 육지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과 전혀 다른 기억을 남긴다. 어린이에게는 바다와 어업을 직접 만나는 현장교육이 되고, 어른에게는 포구가 지닌 정취와 낭만을 되새기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세대마다 체험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배에 올라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특히 매력적인 콘텐츠다.

맨손 고기잡이도 단순한 놀이를 넘어 월곶의 생태와 어촌문화를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광어와 노래미, 붕장어, 전어 등 평소 도시생활에서 직접 접하기 어려운 활어를 가까이에서 보고 잡아보는 경험은 어린이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어종의 특징과 서식환경, 어업인의 생활, 수산자원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교육 요소를 보완한다면 재미와 학습을 함께 잡을 수 있다.

왕새우잡이와 새우젓 담그기 역시 월곶만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자원이다. 체험 참가자가 새우를 잡거나 젓갈을 담그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월곶의 어업과 음식문화, 지역 상인의 삶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구성한다면 축제 콘텐츠의 깊이는 한층 커진다. 축제는 눈앞의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참가자가 돌아간 뒤 월곶이라는 이름을 얼마나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지가 더 중요하다. 체험에 지역의 이야기를 입히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올해 새롭게 강조되는 피지컬AI 체험은 시흥월곶포구축제가 한 단계 확장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피지컬AI는 인공지능이 로봇이나 각종 장치와 결합해 현실 공간에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미래기술을 직접 보고 움직이며 이해하는 체험이 될 수 있다.

시흥은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제조업 기반을 갖춘 산업도시다. 최근에는 제조 현장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인공지능 전환과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도시의 산업적 배경을 축제에 연결한다면 피지컬AI 체험은 단순한 유행성 프로그램에 머물지 않는다. 시흥이 전통적인 제조도시에서 미래산업도시로 변화하려는 방향을 시민과 관광객에게 친근하게 보여주는 창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다. 설명하기 어려운 장비를 가져다 놓고 관람객이 잠시 만져보는 정도로는 교육적 효과와 흥미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이 바다의 환경을 어떻게 관찰하는지, 안전사고 예방과 해양쓰레기 수거, 어업과 수산물 유통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월곶의 환경과 연결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 기술과 장소의 이야기가 결합될 때 피지컬AI 체험은 월곶포구축제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다.

탄소중립 에코체험을 강화한 방향도 긍정적이다. 바다를 기반으로 하는 축제에서 환경은 선택적인 장식이 아니라 축제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가치다. 해양쓰레기와 일회용품, 음식물 폐기물, 교통 혼잡 등 대규모 축제가 남기는 환경 부담을 줄이지 못한다면 탄소중립 체험을 운영하더라도 메시지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탄소중립은 체험부스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축제장 전체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올바른 분리배출을 유도하는 한편, 대중교통 이용객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월곶역에서 축제장까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보행 동선을 안내하고, 혼잡 시간대 대중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친환경 이동과 자원순환을 축제 운영 전반에 적용한다면 월곶포구축제는 환경의 가치를 말로만 강조하지 않고 현장에서 실천하는 축제로 평가받을 수 있다.

시흥월곶포구축제가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상인과 주민, 어민이 주축이 돼 성장시켜 왔다는 점이다. 지역축제는 행정기관이 예산을 편성하고 외부 대행사가 무대를 설치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축제가 열리는 지역에서 생활하고 생업을 이어가는 주민들이 행사의 취지에 공감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지속성이 생긴다.

지난 2012년부터 월곶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역 공동체가 축제를 이어왔다는 사실은 중요한 자산이다. 주민과 상인, 어민은 월곶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단순한 행사 지원 인력이 아니라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의 주체로 참여해야 축제가 해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행정과 추진위원회는 지역 구성원의 경험과 의견이 실제 행사 운영에 반영되도록 안정적인 협력 구조를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귀 시흥월곶포구축제 추진위원장이 “남녀노소 누구나 월곶의 매력을 오감으로 느끼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방향과 맞닿아 있다. 축제의 성패는 화려한 무대의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방문객이 월곶의 바다를 보고, 어촌의 생활문화를 경험하고,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할 때 비로소 성공한 축제가 된다.

공연과 불꽃축제는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중요한 요소다. 올해는 10월 9일 시흥전국가요제를 시작으로 10일과 11일에 트로트와 대중가요, 밴드음악, DJ 공연 등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국내 유명 가수들의 출연은 축제 인지도를 높이고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명 가수의 공연은 사람을 축제장으로 불러오는 수단이지 축제의 최종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공연만 보고 곧바로 돌아가는 방문객이 많다면 축제 방문객 수는 늘어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공연 전후 시간대에 전통시장과 상점, 음식점, 체험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이용하도록 동선을 설계해야 한다. 월곶의 먹거리와 관광지를 연계한 안내지도, 상점별 할인행사, 체험 인증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불꽃축제도 마찬가지다. 음악에 맞춰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은 축제의 마지막 장면을 강렬하게 만들고 월곶의 야간 경관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많은 인파가 한 시간대에 몰릴 가능성이 큰 만큼 안전관리와 교통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람구역과 이동통로를 명확히 구분하고 비상 상황에 대비한 대피로와 의료지원 체계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월곶해양수변공원과 해안가는 바다와 인접해 있어 장소 자체가 축제의 매력이지만 그만큼 안전관리가 까다롭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과 고령층 방문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안가 추락 방지, 미끄럼 사고 예방, 야간 조명, 안전요원 배치 등을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어선 승선과 맨손 고기잡이 같은 체험은 참가 인원을 적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사전 안전교육을 충분히 실시해야 한다. 축제의 화려함보다 우선해야 할 가치는 언제나 안전이다.

약 9만 명 규모의 방문객이 찾는 축제로 성장했다는 점은 월곶포구축제가 이미 일정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경기도와 시흥시가 지원하는 경기도 시군 대표축제로 선정된 것도 프로그램과 운영 역량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방문객 수를 넘어 축제가 지역에 어떤 변화를 남겼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일이다.

축제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면 방문객이 월곶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야 한다. 공연을 보고 체험을 즐긴 뒤 지역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도록 해야 한다. 행사장 내부에만 소비가 집중되지 않도록 월곶 상권 전체를 축제 공간으로 넓히는 전략도 필요하다. 지역 상점과 연계한 모바일 쿠폰이나 영수증 인증 행사, 월곶의 대표 음식을 소개하는 미식지도, 시간대별 관광코스 등을 마련한다면 축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높일 수 있다.

월곶포구축제를 소래포구와 오이도, 배곧, 거북섬 등 인근 해양관광 자원과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월곶은 수도권 전철을 이용할 수 있고 인천과 가까우며 시흥의 여러 관광자원으로 이동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 이런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당일 방문에 그치지 않는 체류형 관광상품을 개발한다면 축제가 시흥 해양관광 활성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만큼 지역 주민의 일상을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다. 대규모 축제 기간에는 교통 혼잡과 소음, 쓰레기, 불법주차 등으로 주민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 축제를 위해 지역 주민이 일방적으로 불편을 감수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공동체의 참여와 지지를 얻기 어렵다. 추진위원회와 시흥시는 사전에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교통과 청소, 소음관리 대책을 공개해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축제가 끝난 뒤 객관적인 성과를 분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단순 방문객 수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 매출 변화, 방문객 체류시간과 재방문 의사, 프로그램별 만족도, 안전사고 발생 여부, 쓰레기 배출량과 대중교통 이용률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성과와 부족한 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음 축제에 반영한다면 월곶포구축제의 운영 수준은 해마다 높아질 것이다.

지역축제의 진정한 성장은 규모를 키우고 무대를 화려하게 만드는 것에만 있지 않다. 지역 고유의 문화를 지키고 주민의 참여를 확대하며, 방문객 소비를 지역경제와 연결하고 환경과 안전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월곶포구축제가 전통 어촌체험과 피지컬AI, 탄소중립을 함께 담아내려는 시도는 그런 측면에서 긍정적인 출발이다.

바다와 어촌의 기억을 지키면서 미래기술을 경험하고, 세대가 함께 공연을 즐기며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축제라면 월곶포구축제는 시흥을 넘어 수도권을 대표하는 해양문화축제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13년 동안 축제를 지켜온 주민과 상인, 어민의 경험에 시흥시의 체계적인 지원과 관광 전략이 더해져야 한다.

올가을 월곶을 찾는 방문객에게 필요한 것은 ‘큰 축제를 봤다’는 기억만이 아니다. 월곶의 바다와 사람, 음식과 이야기를 만났다는 경험이 남아야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이 다시 월곶을 찾는 발걸음으로 이어져야 한다. 2026 시흥월곶포구축제가 더 크고 화려한 행사를 넘어 월곶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