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칼럼] 619억 AI 공모사업 품은 안양시…‘피지컬 AI 선도도시’로 가는 길
공모 선정은 출발점…예산·운영비·개인정보 보호·시민 편익까지 꼼꼼히 관리해야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인공지능은 더 이상 연구기관이나 정보통신 기업만의 기술이 아니다. 시민이 이용하는 버스와 주차장, 교차로, 자전거도로, 재난 대응체계와 취약계층 돌봄까지 도시 운영 전반을 바꾸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방정부의 경쟁력도 인공지능 기술을 얼마나 많이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편의, 복지 향상으로 어떻게 연결했는지에 따라 평가받는 시대다. 안양시가 중앙부처의 인공지능 관련 공모사업 9건을 유치하고 총사업비 619억 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안양시가 제시한 방향은 행정 내부의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선다. 교통과 안전, 복지, 도시 기반시설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실제 공간에서 기술이 작동하는 ‘피지컬 AI 선도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안양시는 인공지능을 시민 생활과 도시 현장에 적용한 생활밀착형 실증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이번 성과에서 먼저 살펴볼 부분은 안양시의 조직 개편이다. 시는 올해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을 총괄하는 AI전략국을 신설하고 부서별로 흩어졌던 정책과 사업을 하나의 체계로 묶었다. 교통은 교통부서, 복지는 복지부서, 재난은 안전부서가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도시 전체의 디지털 전환 방향을 조정할 전담 조직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 공모사업은 공고가 나온 뒤 담당 부서가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정부 정책과 지역 현안을 사전에 분석하고 사업 수행기관과 기업, 대학, 연구기관의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실증 대상지와 재원 분담, 운영 방식, 사업 종료 이후 유지관리 대책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안양시가 여러 중앙부처의 사업을 연이어 유치한 것은 AI전략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발굴하고 대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공모사업을 단순한 국비 확보 실적으로 끝내지 않는 것이다. 사업별 기술과 수행기관이 달라도 안양의 교통난과 생활안전, 돌봄 공백을 해결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연결해야 한다. 전담 조직의 성패 역시 조직 신설 자체가 아니라 시민의 삶에서 확인되는 변화로 판단해야 한다.
시민이 가장 먼저 체감할 가능성이 큰 분야는 교통과 모빌리티다. 안양시는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을 통해 시내버스에 엣지 AI 기술을 탑재할 계획이다. 엣지 AI는 수집한 정보를 외부 중앙서버에 모두 전송하지 않고 차량이나 현장 장치에서 바로 분석하는 기술이다. 시내버스 승객 수와 차량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면 운행 안전성을 높이고 시간대별 교통 수요에 맞춘 서비스 개선에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장비를 설치했다는 사실만으로 시민 편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승객 수 분석이 배차 간격 조정과 혼잡 완화로 이어지는지, 차량 주변의 위험 감지가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검증해야 한다. 기존 버스정보시스템과의 연계, 데이터 정확도, 사업 종료 이후 장비 운영 주체도 사전에 정리해야 한다. 기술의 명칭보다 시민이 버스를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게 됐는지가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
관악역과 안양예술공원을 연결하는 레벨4 자율주행 셔틀 ‘주야로’도 주목받는다. 레벨4 자율주행은 정해진 구간과 조건에서 차량이 주행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운행하는 단계다. 시범운행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철도역과 관광·문화공간을 연결하는 새로운 이동수단이 될 수 있다.
노선이 안양예술공원의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상권과 관광 수요까지 연결한다면 자율주행 사업의 파급효과도 커진다. 이를 위해 기존 버스와 철도 환승체계를 고려하고 고령자와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편리하게 승하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운행 횟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이동시간과 접근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안전이다. 운행 속도와 시간, 기상 악화 때의 조치, 돌발상황 발생 시 통제체계, 사고 책임과 보험 기준을 시민에게 명확히 알려야 한다. 시범운행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와 불편을 숨기기보다 운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선하는 것이 시민 신뢰를 얻는 길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탄력 주차 서비스도 시민 생활과 밀접하다. 안양시는 주차 수요를 예측하고 무정차 자동결제와 음성 주차안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주차난은 주차면 부족뿐 아니라 빈 공간에 관한 정보가 제때 제공되지 않고 특정 시간대와 장소에 차량이 집중되면서 심화되기도 한다.
지역별·시간대별 주차 수요를 분석해 이용 가능한 공간을 안내한다면 주차장을 찾기 위해 도로를 배회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는 교통혼잡과 연료 소비, 배출가스를 줄이는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공영주차장 일부에만 적용되거나 정보의 정확도가 떨어지면 이용자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 공영·민영 주차정보 연계와 데이터 품질 관리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라이다 기반 교차로 통합관리 체계는 도시 안전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라이다는 빛을 이용해 차량과 보행자, 시설물의 위치와 움직임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기술이다. 인공지능 위험 분석과 결합하면 교차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 가능성을 조기에 파악하고 신호체계나 경고장치와 연계할 수 있다.
교차로 사고는 운전자나 보행자의 부주의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차량 회전 구간과 보행 동선이 겹치거나 불법 주정차와 시설물이 시야를 가리는 등 도로 구조가 위험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안양시는 수집된 정보를 신호 운영과 교차로 구조 개선, 보행환경 정비에 반영해야 한다. 위험을 감지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고 요인을 제거해야 사업의 실효성을 입증할 수 있다.
치안 분야에서는 AI 기반 실종자 동선 추적 시스템을 동안구에서 만안구까지 확대한다. 아동과 치매 노인, 장애인 등 위기 상황에 놓인 실종자를 신속하게 발견하려면 초동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대한 영상정보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인공지능이 이동 경로를 분석하면 수색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사업은 효과와 함께 개인정보 보호 원칙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영상정보를 어떤 기준으로 분석하는지,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수집한 정보는 언제 폐기되는지에 관한 운영규정이 필요하다. 목적 외 이용을 차단하고 접근 기록을 관리하는 내부 통제체계도 갖춰야 한다. 실종자 수색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기술 적용 범위를 무제한으로 확대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드론과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도로시설물 정밀진단은 기존 순찰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도로 균열과 파손, 시설물 이상을 자동으로 탐지하면 위험 구간을 조기에 발견하고 보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그러나 진단 결과를 실제 보수로 연결할 예산과 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데이터만 축적되는 사업으로 끝날 수 있다.
탐지와 현장 확인, 보수 지시, 조치 완료까지 하나의 관리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시민의 안전과 관련된 범위에서는 시설물 점검 결과와 조치 현황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상 징후를 얼마나 많이 발견했는지가 아니라 위험 시설물을 얼마나 신속하게 정비했는지가 핵심 성과다.
자전거도로 합류부의 과속과 충돌 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사업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이 늘면서 보행자·자동차와 동선이 겹치는 구간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 경고장치를 설치하는 동시에 도로 폭과 시야, 노면 표시, 조명 등 물리적 환경을 개선해야 사고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기술은 안전대책을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라 위험 구간을 정확하게 찾고 개선을 돕는 도구다.
복지 분야에서는 취약계층 50가구를 대상으로 하이브리드 AI 기반 능동 돌봄 서비스가 추진된다. 고령자와 장애인, 1인 가구의 생활 상태를 살피고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한다면 돌봄 공백을 줄일 수 있다. 다만 50가구 대상 실증사업은 정책 효과를 검증하는 출발 단계로 봐야 한다.
대상자 선정 기준과 제공 서비스, 이상 상황 감지 정확도, 실제 대응시간을 구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기계가 위험을 감지하더라도 현장을 확인하고 도움을 제공할 복지 인력이 없다면 능동 돌봄은 완성될 수 없다. 인공지능은 사회복지사와 돌봄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더 빠르게 다가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안양시가 추진하는 9개 공모사업이 도시 전체의 혁신으로 이어지려면 부서 간 데이터와 시스템을 연결해야 한다. 교통·안전·복지 정보가 각 부서에 따로 축적되면 종합적인 활용이 어렵다.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필요한 정보를 연계하고 부서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기준과 협업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사업마다 참여 기업과 적용 기술이 다른 만큼 특정 업체에 대한 종속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 폐쇄형 시스템을 구축하면 실증이 끝난 뒤 유지관리 비용이 늘어나거나 다른 서비스와 연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업 초기부터 데이터 형식과 시스템 연계 기준을 정하고 향후 다른 기업과 기술도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성을 확보해야 한다.
총사업비 619억 원의 재원 구조도 시민에게 정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619억 원 전체가 안양시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별로 국비와 지방비, 민간 부담이 다르게 구성될 수 있고 여러 해에 걸쳐 집행될 가능성도 있다. 안양시는 각 사업의 총사업비와 국비·도비·시비·민간 부담액, 추진 기간, 수행기관, 연간 운영비를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
공모사업은 중앙정부 지원이 종료된 이후가 더 중요하다. 실증 기간에 좋은 성과를 냈더라도 장비 교체비와 통신비, 프로그램 사용료, 유지보수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 구축비뿐 아니라 최소 3년에서 5년 이상의 운영비를 추계하고 지속 여부를 판단할 재정계획이 필요하다.
성과지표도 장비 설치 대수와 사업 집행률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내버스의 혼잡과 사고 위험이 얼마나 줄었는지, 자율주행 셔틀이 이동시간과 접근성을 얼마나 개선했는지, 교차로와 자전거도로 사고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평가해야 한다. 실종자 수색시간과 시설물 보수기간, 돌봄 위기 대응시간도 핵심 지표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AI전략국은 공모사업 유치에 그치지 않고 전체 사업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부서 간 중복 투자를 막고 일정과 예산, 개인정보 보호, 인공지능 윤리 기준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기술 오류나 사업 지연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제시하는 책임도 전담 조직에 있다.
시민 참여도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공무원과 기술기업이 편리한 서비스라고 판단해도 실제 이용자가 불편을 느끼면 지속되기 어렵다. 버스와 자율주행 셔틀 이용자, 운전자, 돌봄 대상자와 보호자, 자전거 이용자의 의견을 사업 설계와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계층의 접근성도 별도로 점검해야 한다.
안양시의 이번 공모사업 유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중앙부처 정책에 체계적으로 대응해 교통·안전·복지 분야의 투자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이 제시한 피지컬 AI 선도도시 구상도 구호에서 벗어나 실제 사업으로 옮겨질 조건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모 선정은 사업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기술의 안전성과 정확도를 검증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며 정부 지원 종료 이후에도 서비스를 유지할 예산과 전문인력을 마련해야 한다. 여러 부서와 기관, 기업을 조정하고 시민에게 추진 과정을 공개하는 행정력도 뒤따라야 한다.
피지컬 AI 선도도시는 새로운 장비를 전시하는 도시가 아니다. 시민이 매일 이용하는 버스가 안전해지고 주차장을 찾는 시간이 줄어들며 위험한 도로가 신속하게 정비되는 도시다. 실종자를 더 빨리 발견하고 돌봄이 필요한 시민에게 필요한 지원이 먼저 다가갈 때 인공지능 사업의 가치는 증명된다.
안양시가 619억 원 규모의 9개 사업을 개별적인 실증사업으로 소진할지, 하나의 도시 혁신전략으로 연결할지는 앞으로의 실행에 달려 있다. 사업별 일정과 예산, 성과지표를 공개하고 시행착오까지 투명하게 관리한다면 안양은 인공지능 기술을 시민의 삶에 적용한 미래형 첨단도시의 표준을 제시할 수 있다.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이어질 때 ‘피지컬 AI 선도도시 안양’은 홍보 문구가 아닌 도시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