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의 경고, 이탈리아 아동의 40% 비만
- 어린이 비만 주역 : 5P(피자, 파스타, 감자, 단백질, 파네)
이탈리아 하면 건강 식단의 대명사처럼 “지중해식 식단”이 떠오른다. 그러나 오늘날 이탈리에서는 이 같은 ‘지중해식 식단’ 유지는 10%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의 식단은 이른바 ‘초가공식품’(UPF)이 주를 이루면서 아동비만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남부 지역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단’이 사라지고 초가공식품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영국의 BBC뉴스가 26일 보도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법적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도전 과제가 남아 있다.
* 어린이 비만 주역 : 5P(피자, 파스타, 감자, 단백질, 파네)
살바토레(Salvatore)라는 17세 소년은 비만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서 어린이 비만율이 특히 높다고 BBC는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건강한 지중해식 식단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현재는 피자(Pizza), 파스타(Pasta), 감자(potatoes), 단백질(Protein), 파네(Pane :이탈리아어로 빵) 등 ‘5P’ 식단으로 대체되고 있다.
초가공식품(Ultra Processed Food)과 높은 칼로리의 음식 섭취가 증가하면서 어린이 비만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의 ‘과체중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이 가정과 학교에서 강화되고 있다.
* 이탈리아 남부 지역 아동의 40%가 비만
이탈리아는 비만을 ‘만성 질환’으로 인정하는 법적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비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살바토레는 비만으로 고통받는 이탈리아 어린이와 청소년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속한다. 이 문제는 특히 남부 지역에서 심각한데, 캄파니아 지역 일부에서는 8~9세 아동의 40% 이상이 과체중이다. 나폴리 외곽의 폰티첼리 마을은 세계 아동비만의 중심지 중 하나라는 불명예스러운 오명을 얻었다.
‘지중해식 식단’(Mediterranean diet)의 본고장으로 오랫동안 여겨져 온 나라에서 이러한 변화는 매우 놀랍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오늘날 이탈리아 어린이들은 유럽에서 가장 비만율이 높은 그룹에 속한다.
살바토레는 폰티첼리에 있는 베타니아 병원(Betania Hospital)에서 인생을 바꿀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곳에서 소냐 치아페타(Sonja Chiappetta) 박사는 15년 동안 심각한 비만 환자들을 치료해 왔는데, “최근까지는 대부분의 환자가 50대였지만, 이제는 10대, 심지어 16살 정도의 어린 환자들을 보게 된다.”면서 “환자들이 점점 어려지고 있는데, 정말 걱정스럽다.”고 BBC 뉴스에 말했다.
소냐 치아페타 박사가 시행하는 수술은 위장의 최대 90%를 제거하는 것으로, 환자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할 수 없게 된다. 이탈리아 이 지역에서는 이러한 수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그러나 살바토레는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과체중 때문에 수술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신에 식욕을 억제하고 수술에 필요한 체중을 감량할 수 있도록 GLP-1 체중 감량 주사를 처방했다고 한다.
* 건강 식단의 대표 격인 ‘지중해식 식단’의 굴욕
수십 년 동안 이탈리아는 건강한 식습관의 모범 사례로 여겨져 왔다.
채소(vegetables), 콩류(legumes : 콩, 렌틸콩, 완두콩 등 꼬투리 안에 씨앗이 들어 있는 식물을 총칭), 올리브유(olive oil), 통곡물(whole grains ), 생선(fish)이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은 1950년대 미국 생리학자 앤셀 키스(Ancel Keys)와 그의 아내이자 생화학자인 마거릿 키스(Margaret Keys)가 이탈리아 남부 지역 사회를 연구하고 그들의 식습관이 ‘심장 질환’(heart disease) 발병률을 현저히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음을 밝혀낸 후 유명해졌다.
그들의 연구는 지역적인 식습관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식단 가운데 하나이자 건강한 삶의 청사진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그러한 연구에 영감을 준 이탈리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경향이지만 이제는 이탈리아에서도 ‘초가공식품’이 대세이다.
남캘리포니아대학교 장수연구소 소장인 발터 롱고(Valter Longo) 박사는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단은 사라졌다. 이탈리아인 가운데 실제로 그 식단을 따르는 사람은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롱고 박사는 현대 이탈리아 식단을 ‘5P’라고 부르는 다섯 가지 요소로 요약하는데, 피자, 파스타, 감자, 단백질, 그리고 이탈리아어로 빵을 뜻하는 파네(pane)이다.
초가공식품으로 가득 찬 슈퍼마켓 진열대부터 감자튀김(chips), 소시지(sausages), 튀김류(fried snacks)가 수북이 쌓인 피자를 파는 피자 가게 등이 즐비하다.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교(Federico II University)의 소아과 의사이자 비만 전문가인 로베르토 베르니 카나니(Roberto Berni Canani) 박사는 “저는 겨우 두세 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 벌써 25kg이나 나가는 경우도 치료해 봤다”고 말했다. 서양(미국 및 세계보건기구 WHO 기준) 만 2세~3세 아이들의 평균 몸무게는 약 11.5kg에서 14.3kg 사이라고 한다.
* 부모 : ‘과체중이 질환’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그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의 과체중을 인지하지 못한다면서, “부모들은 기침, 복통, 설사 같은 다른 문제 때문에 저를 찾온다. 아이의 체중이 이러한 증상의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열 살 소녀 프란체스카는 지속적인 기침과 삼키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사들은 식도 염증을 의심하고 있다. 그녀의 몸무게는 60kg이지만, 부모가 의료적 도움을 구한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다.
프란체스카는 아침으로 누텔라(Nutella : 헤이즐넛 코코아 스프레드 브랜드 명칭)를 바른 빵을 먹고, 간식으로 초콜릿이 들어간 스펀지 케이크(sponge cake : 달걀, 밀가루, 설탕을 주원료로 하여 스펀지처럼 부드럽고 폭신하게 구운 케이크)를 먹고, 점심으로는 렌틸콩 파스타를 먹고, 저녁으로는 보통 닭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엄마인 카르멘은 “하지만 그 아이는 채소를 안 먹어요. 제가 앞에 놓아줘도 입도 대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프란체스카의 부모님은 그녀가 활동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기계체조와 라틴 댄스를 추는데도 지치지 않는다고 한다. 부모님은 그녀의 체중을 문제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 비만의 주요 요인 : 식습관
문제는 ‘특정 식사’ 하나가 아니라 ‘전체적인 식습관’(overall pattern of meal)이라는 설명이다. 하루 종일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조금씩 섭취하고, 설탕이 든 음료를 마시며,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고, 이러한 습관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축적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베르니 카나니 박사는 “어머니도 훌륭하시고, 아버지도 훌륭하세요. 다만, 식단의 질과 체중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시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많은 가족들이 그의 클리닉에 도착할 때쯤이면, 건강하지 못한 습관들이 이미 깊이 뿌리내린 상태이다. 이러한 습관들은 가정에서 시작되어 학교에서 더욱 강화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이들이 더 활동적이 되도록 장려하는 것이 예상외로 어려울 수 있다.
많은 학교들이 아름다운 옛 궁전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이러한 학교들은 현대적인 체육 교육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고 포스콜로 초등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 체육관은 아이들 한 반이 움직이기에도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 아이들의 정크푸드 사랑 : 비만으로 가는 지름길
요즘 십대들은 정크 푸드(junk food : 영양가는 낮고 열량이 높은 불량 식품)를 너무 좋아하고, 운동은 거의 안 한다. 이러한 정크 푸드의 유혹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심지어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와 연관된 음식들조차 변했다.
예를 들어 피자를 먹으러 가면, 사람들은 마르게리타(Margherita : 토마토, 모차렐라, 바질을 사용한 이탈리아 전통 피자)만 시키지 않는다. 감자튀김, 소시지, 튀긴 음식들을 위에 얹어 먹는다.
여기에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이탈리아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음식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는 고정관념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완벽한 조합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급증하는 세계적 유행병”(escalating global epidemic)이라고 부f 른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비만이며, 아동 비만율은 1990년 이후 네 배로 증가했다.
* 이탈리아 : 비만은 만성적, 진행성, 재발성 질환으로 규정한 최초 국가
2025년 이탈리아는 비만을 만성적이고 진행성이며 재발성 질환으로 인정하는 국가법을 통과시킨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비만을 단순히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여기는 대신, 이탈리아의 새로운 법은 비만을 생물학적, 환경적, 사회적 상황의 영향을 받는 만성 질환으로 인식한다.
캄파니아 지역은 그러한 철학을 실천에 옮기는 시험장이 되었으며, 논란이 된 ‘단식 모방 식단’(fast-mimicking diet) 시범 사업을 포함하여 일련의 야심에 찬 사업들을 시행해 왔다. ‘fast-mimicking diet’는 신체가 단식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게 만들어, 소량의 음식을 섭취하여 영양을 공급하는 특수한 식단법을 말한다.
연구진은 과체중 청소년 300명을 모집하여 3개월마다 5일 동안 엄격한 식단을 따르도록 할 예정이다. 첫째 날에는 1,100칼로리, 이후 4일 동안은 770칼로리만 섭취하는 매우 제한적인 식단으로, 마치 단식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목표는 “대사 재설정”(metabolic reset)을 유도하는 것이다. ‘대사 재설정’은 단식 모방 다이어트(fast-mimicking diet)를 통해 체내 시스템을 자극하여, 비정상적인 대사 상태를 정상으로 돌리거나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키는 생리학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30년 동안 단식의 효과를 연구해 온 롱고 박사는 “단식(斷食), 즉 통제된 음식 섭취 제한은 더 길고 건강한 수명과 관련이 있다.”면서 “하지만 모든 비만 전문가들이 단식이 어린이에게 적합한 접근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소아과 의사 ‘베르니 카나니’ 박사는 “어린이에게 ‘단식 모방 식단’을 권장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너무 부족하다”면서 “제한적인 식단이 음식과의 관계가 아직 발달 중인 청소년들에게 심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이어 “십대들에게 음식 제한을 가하는 것은 섭식 장애, 거식증, 신체 이형증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