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푸’ 열풍, 서구가 만든 '환멸 세대' 프레임?
중국의 Z세대들이 ‘한푸’(漢服, Hanfu, 중국의 전통의상)를 입고 유적지에서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구 언론이 이미 그들을 ‘향수의 틀’(nostalgia script)에 가두어 놓고 있다는 사실을 아마 깨닫고 있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서사에서 중국의 Z세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과거에서 해답을 찾는 “환멸에 빠진 세대”(disillusioned generation)로 묘사되고 있다며 서구 언론 보도를 글로벌 타임스가 24일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블룸버그의 한 칼럼은 ‘한푸 열풍’(Hanfu boom)을 현재의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중국 젊은이들이 ‘이상화된 제국 시대에서 위안을 찾는 현상’으로 규정하며, 심지어 한푸를 국가적 위대함(national greatness.)을 고취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까지 폄하했다고 글로벌 타임스는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이러한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만약 그런 기준이라면, 미국의 르네상스 축제, 유럽의 그리스 신화 열풍, 일본의 기모노 문화 또한 사회가 과거로 도피하는 증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놀랍게도 서구 언론은 이러한 틀을 오직 중국에만 적용한다”면서 “다른 맥락에서는 이를 문화 부흥으로 인식하지만, 중국에서는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향수’로 규정한다”고 서구 언론을 비난했다.
이 매체는 “일부 서구 언론 매체들이 왜 무해한 문화 및 소비 트렌드를 그토록 병리화하려 드는 것일까?”라고 묻는다.
중국정법대학 광밍언론정보대학의 니슈장(Nie Shujiang) 부교수는 글로벌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서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의 최신 변형일 뿐이며, 서구 스스로 만들어낸 서사적 틀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이어 “이는 마치 그리스 신화 속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쇠침대’(iron bed)를 떠올리게 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희생자들을 억지로 침대에 눕혀 키가 작은 사람은 늘리고 키가 큰 사람은 잘라내어 맞지 않게 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서구 언론 매체와 관찰자들은 중국을 서구적 서사의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며 맞지 않는 부분을 잘라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그네를 잡아 자신의 ‘철제 침대’ 길이에 맞춰 다리를 자르거나 늘렸던 강도로,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현상이나 데이터를 미리 정해둔 틀이나 이론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독단적인 태도를 비판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시티워크’(citywalk : 도시 산책)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은 소비 수준 저하의 징표로, 중국 젊은이들의 우는 말 인형 같은 유행 장난감에 대한 애정은 좌절과 불안의 상징으로 둔갑 된다고 서구 언론은 보도한다는 것이다.
‘시티워크’는 최근 중국의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유명 관광지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대신,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과 문화를 천천히 걸으며 깊이 있게 체험하는 것을 의미하며, 단순한 산책을 넘어, 도시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고, 이를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포괄한다.
중국에서 최근 ‘한푸’는 경기 침체로 인해 젊은 중국인들이 향수에 젖어드는 현상을 보여주는 최신 ‘증거’로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국 젊은이들은 미적 취향, 소비 선택, 문화적 관심사에 대한 자율성을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서구 언론의 행동은 미리 정해진 결론에 부합하도록 선택적으로 다듬어지고, 변형되고, 재포장된다며 글로벌 타임스는 꼬집었다.
그러나 젊은 중국인들이 한푸를 입는 이유는 단지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고 글로벌 타임스는 전했다. 이 매체는 “한푸는...한푸의 인기는 단순히 현실 도피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경제 발전과 생활 수준 향상에 발맞춰 중국 젊은이들의 문화적 자신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푸는 소수의 취미에서 전국적인 산업으로 성장했다.”며 서구 언론의 프레임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이러한 추세는 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서양 패션 트렌드를 쫓는 것에서 벗어나 자국의 문화와 전통의 미학을 재발견하고 재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미안췬(mamianqun, 말의 얼굴-馬面-을 닮은 성벽 구조에서 유래한 명칭)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둘러싼 공개적인 논쟁부터, ‘블랙 미스: 우콩’의 엄청난 성공, 해외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중국적인 미학과 '중국화'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현상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전통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블랙 미스(Black Myth)는 주로 중국의 게임 개발사 게임 사이언스(Game Science)가 제작한 ‘검은 신화: 오공(Black Myth: Wukong)'을 지칭하며, 이 게임은 고전 소설 ’서유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며. 한푸 열풍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 콘텐츠로 재해석하여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문화적 현상의 대표적 사례라고 글로벌 타임스는 소개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푸 자체가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 산업 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경제 발전의 산물이지, 경제 발전에 대한 도피가 아니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직물 생산부터 스타일링, 사진 촬영, 전자상거래 라이브 스트리밍, 문화 관광에 이르기까지 통합된 가치 사슬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창업을 촉진하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의 변화하는 취향과 소비 습관에 힘입어 한푸는 중국의 역동적인 소비 시장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수많은 제품 중 하나일 뿐이며, 이는 중국의 끊임없이 갱신되는 발전 동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문화 부흥, 소비 혁신, 산업 성장을 상징하는 현상을 ’경제적 불안‘이나 ’정치적 도구‘로 축소하는 것은 중국 젊은이들에 대한 이해라기보다는 일부 서구 언론의 낡은 시각을 드러내는 것으로, 젊은 중국인들이 교실, 직장,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 한푸를 입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문화를 미래로 계승하기 위해서라고 이 매체는 항변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진정한 향수는 일부 서구 언론이 여전히 중국을 바라보는 구시대적인 시각에 있다”고 꼬집고 “그들이 이러한 관점을 재고하지 않는다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그들 자신뿐일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