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칼럼 연속④] 박관열 광주시장의 혁신교통도시…상습 정체 해법은 실행력에 달렸다
철도·도로·버스를 하나의 생활교통망으로 연결해야 3만 호 역세권 개발 앞서 교통수요와 기반시설 확충이 우선 대형 철도사업 기다리는 동안 시민이 체감할 단기 대책도 필요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경기도 광주시에서 교통은 단순한 이동 문제가 아니다. 출근과 등교, 기업 활동, 응급의료 접근성, 주거 만족도와 지역경제를 동시에 좌우하는 가장 현실적인 민생 문제다. 서울과 성남에 인접하고 경강선이라는 철도 기반을 갖췄지만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교통 여건은 도시의 성장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 주요 간선도로에 차량이 집중되고 생활권을 연결하는 도로망은 부족하며, 읍·면과 신도심·원도심 사이의 대중교통 격차도 여전히 남아 있다.
박관열 광주시장이 민선 9기 핵심 목표로 ‘스마트 기술 기반 혁신교통도시’를 제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광역철도와 간선도로를 확충하고 인공지능과 교통데이터를 활용해 신호체계와 버스운영을 개선하며, 지역별 교통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민이 평가할 기준은 구호가 얼마나 미래지향적인가가 아니라 출근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버스를 얼마나 덜 기다리게 됐는지, 상습 정체구간이 실제로 개선됐는지에 있다.
광주시의 교통 문제는 하나의 도로나 교차로를 확장한다고 해결되기 어렵다. 도시의 지형과 개발 형태, 서울·성남으로 향하는 통행 구조, 철도역과 주거지역 사이의 거리, 생활권별 대중교통 공급 차이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선 9기의 교통정책은 철도·도로·버스를 별개의 사업으로 다루는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생활교통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것은 철도망 확충이다. 수서~광주 복선전철은 광주시의 서울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경기광주역과 수서역을 연결하면 수서역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A와 수서고속철도 SRT 등 광역교통망을 활용할 수 있어 광주시민의 이동 선택지가 넓어진다. 그러나 철도사업은 정부 계획과 예산, 설계, 보상, 공사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장기 사업이다. 개통 시점을 전제로 지역개발과 주택 공급을 앞당길 경우 교통 기반시설이 갖춰지기 전까지 시민 불편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중부권 광역급행철도 JTX 구상도 광주시의 미래 교통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사업은 성남과 광주, 용인, 안성, 진천, 청주공항 등 수도권 남동부와 충청권을 연결하는 광역철도 구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광주시는 관련 지방자치단체들과 공동 대응하며 정부에 조기 추진을 건의해 왔다. 박 시장 역시 중부권 광역급행철도가 지역 간 연계와 균형발전을 이끌 기반시설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JTX는 아직 시민이 곧바로 이용할 수 있는 확정된 교통수단이 아니다. 민간투자 적격성 검토와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 관계기관 협의, 재원 조달 등 넘어야 할 절차가 적지 않다. 광주시가 사업의 기대효과를 설명하는 것과 함께 현재 어느 절차에 있는지, 앞으로 어떤 결정이 필요한지, 시가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시민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정부 건의 단계의 사업을 개통이 확정된 것처럼 홍보한다면 기대는 커지지만 행정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광주시는 2026년 1월 관계 지방자치단체들과 JTX 조기 추진 공동 건의문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지만, 이는 사업 필요성을 공식 건의한 단계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광주시 철도정책의 또 다른 과제는 ‘철도역까지 가는 교통’이다. 아무리 빠른 광역철도가 들어와도 주거지역에서 역까지 접근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면 시민이 체감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기광주역과 삼동역, 초월역, 곤지암역을 중심으로 버스노선을 재편하고 환승주차장과 택시 승강장,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함께 조성해야 한다. 철도 개통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역세권과 배후 주거지역을 연결하는 지선교통을 먼저 준비해야 한다.
특히 박 시장이 제시한 역세권 중심 3만 호 인공지능 스마트 자족도시 구상과 철도정책은 하나의 계획으로 다뤄져야 한다. 주택 3만 호가 실제로 공급되면 인구뿐 아니라 출퇴근 차량과 대중교통 수요, 학교와 상업시설 이용량이 함께 증가한다. 지금도 혼잡한 도로와 철도에 새로운 교통수요가 더해지는데 기반시설 확충이 늦어진다면 도시개발의 편익보다 교통난이라는 사회적 비용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개발구역 안의 도로만 확보해서는 부족하다. 개발지에서 기존 간선도로와 철도역으로 이어지는 외부 연결도로, 주요 교차로 처리 능력, 대중교통 수송분담률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광주·곤지암·삼동역세권 개발사업은 각각의 사업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개발 완료 이후 광주시 전체 교통망에 미치는 누적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사업별 교통영향평가를 단순히 합치는 방식이 아니라 장래 인구와 차량 증가를 반영한 생활권 통합 교통영향 분석이 필요하다.
도로망 확충 역시 민선 9기의 중요한 시험대다. 광주시는 급격한 인구 증가와 분산된 개발에 비해 동서와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축이 충분하지 않다. 특정 간선도로에서 사고나 공사가 발생하면 주변 도로까지 연쇄적으로 막히는 구조다. 성남~광주 간 지방도 338호선 확장사업을 비롯해 주요 간선도로와 도시계획도로를 적기에 완성해야 하는 이유다.
박 시장은 취임 전 삼동역세권 개발사업과 함께 지방도 338호선 확장사업 현장을 점검했다. 삼동·태전·고산 등 서부 생활권에서 성남 방면으로 이동하는 교통수요를 고려하면 해당 도로의 개선은 도시개발과 직결된 문제다. 하지만 현장 점검이 곧 사업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정률과 남은 사업비, 보상 상황, 구간별 개통계획, 지연 원인을 시민에게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광주대로와 태재고개, 국도 43호선·45호선 주변, 경충대로와 주요 교차로의 정체도 개별 구간이 아닌 교통축 단위로 접근해야 한다. 교차로 한 곳의 신호를 조정하거나 차로를 늘리면 병목 현상이 다음 교차로로 옮겨갈 수 있다. 도로 확장만 반복하면 단기간 통행속도는 개선될 수 있지만 늘어난 차량이 다시 도로를 채우는 한계도 있다. 도로 건설과 함께 대중교통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정체 해소 효과를 지속하기 어렵다.
민선 9기가 강조하는 스마트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교통량과 통행속도, 사고 발생, 시간대별 정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신호 주기를 조정하고 우회 정보를 제공하면 기존 도로의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버스 위치와 승객 수요, 환승정보를 분석해 노선과 배차간격을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스마트 교통은 전광판과 폐쇄회로 영상정보처리기기, 교통관제 장비를 늘리는 사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장비 설치량이 아니라 통행시간 단축과 교차로 대기시간 감소, 버스 정시성 향상, 사고 대응시간 단축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구축비용뿐 아니라 유지관리비와 시스템 호환성, 개인정보 보호, 장애 발생 시 대응체계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인공지능 교통신호체계를 도입한다면 도입 전후의 평균 통행속도와 대기시간을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버스노선을 조정했다면 이용객 수와 배차간격, 환승시간이 실제로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스마트’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보다 시민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하는 행정이 중요하다.
대중교통 개선은 철도와 도로보다 더 빠르게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다. 광주시의 지역 구조를 고려하면 모든 지역에 동일한 고정노선 버스를 공급하기는 어렵다.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는 출퇴근 시간대 배차를 늘리고, 농촌과 외곽지역에는 수요응답형 교통과 마을버스를 확대하는 차등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신현동과 양재역을 연결하는 광역콜버스는 평일 오전 6시 20분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15회 운행되고 있다. 앱을 통해 예약하는 수요응답형 방식은 교통 취약지역의 선택지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특정 지역과 노선에 한정된 서비스를 광주시 전체의 대중교통 혁신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용객과 예약 실패율, 시간대별 수요, 운영비용을 분석해 확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전화예약이나 현장 안내체계도 필요하다. 기술이 편리함을 제공하더라도 일부 시민의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면 포용적인 교통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스마트 교통의 목표는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니라 누구나 더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버스노선 개편 과정에서는 시민 의견과 실제 이동데이터를 함께 활용해야 한다. 민원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노선을 추가하거나 이용객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폐지하면 다른 지역과 시간대에서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 출퇴근과 등하교, 병원 이용, 전통시장 방문 등 목적별 이동을 세분화하고 철도 시간표와 연계해 노선을 설계해야 한다.
광주시의 교통격차는 지역 간 균형발전 문제이기도 하다. 경기광주역과 경안동을 중심으로 한 도심권, 태전·고산·신현·능평 등 서부권, 초월·곤지암·도척·퇴촌·남종 등 동부와 남동부 지역은 교통수요와 생활권이 다르다. 서부권에서는 성남·분당·서울로 향하는 출퇴근 정체가 핵심이고 동부권에서는 배차간격과 철도역 접근성, 의료·복지시설로 이동할 교통수단 부족이 더 절실할 수 있다.
균형발전은 모든 지역에 같은 수의 버스와 도로를 배분하는 것이 아니다. 생활권별 교통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필요한 수단을 적절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광주시는 읍·면·동별 평균 통근시간과 버스 접근성, 정류장까지의 거리, 교통약자 이동 수요를 공개하고 이를 예산 배분과 노선 조정의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을 위한 교통안전도 혁신교통도시의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 차량 통행속도만 높이는 정책은 보행자에게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 학교 주변과 전통시장, 복지시설 주변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횡단보도 대기시간과 보행신호를 실제 이용자 중심으로 조정해야 한다.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도 보유 대수보다 평균 대기시간과 예약 성공률, 권역별 이용 격차로 평가해야 한다.
재원과 사업 우선순위도 분명히 해야 한다. 철도와 도로 사업은 막대한 예산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쉽지만 실제 임기 안에 완료할 수 있는 사업과 중앙정부·경기도의 결정이 필요한 사업은 구분해야 한다. 민선 9기 광주시가 임기별 교통사업 로드맵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로드맵에는 사업명과 총사업비, 시비 부담 규모, 현재 행정절차, 연차별 투자계획, 예상 준공시기, 지연 가능성이 포함돼야 한다. 중앙정부에 건의한 사업과 설계 중인 사업, 공사 중인 사업을 구분하고 분기별 추진 상황을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 일정이 늦어질 경우에는 단순히 관계기관 협의 중이라고 설명할 것이 아니라 보상, 예산, 인허가 등 구체적인 지연 원인을 밝혀야 한다.
대규모 철도와 도로를 기다리는 동안 시행할 단기대책도 중요하다. 출퇴근 시간대 버스 증차와 급행노선 도입, 철도역 환승체계 개선, 불법 주정차 관리, 교차로 신호 최적화, 공사구간 교통관리, 학교 통학로 개선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시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다. 장기사업의 청사진만 내세우고 당장 시민이 겪는 불편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민선 9기 광주시의 교통정책은 도시개발정책과 같은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개발사업은 분양과 입주 일정에 맞춰 빠르게 진행되는데 도로와 학교, 버스가 뒤늦게 따라오는 구조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개발 승인 단계부터 광역교통 개선대책과 기반시설 재원을 확보하고, 교통시설 준공 시점을 입주 시기와 연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교통대책이 확보되지 않은 개발사업의 속도를 조정하는 원칙도 세워야 한다.
박관열 시장이 제시한 혁신교통도시는 광주시의 성장 방향을 좌우할 핵심 과제다. 수서~광주 복선전철과 JTX 같은 광역철도, 지방도 338호선을 비롯한 도로망, 역세권 환승체계와 버스노선, 인공지능 기반 교통관리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광주시의 교통환경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사업별 발표와 관계기관 건의에 머물고 생활권 교통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혁신교통도시는 또 하나의 구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광주시민이 원하는 것은 거대한 교통 청사진만이 아니다. 아침 출근길에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고,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지며, 철도역까지 편리하게 이동하고, 아이와 노인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는 변화다. 교통정책은 발표가 아니라 이동시간으로 평가받는다.
민선 9기의 성패는 광역철도 노선 몇 개를 지도에 그려 넣었느냐가 아니라 철도와 도로, 버스, 보행이 시민의 생활 속에서 실제로 연결됐느냐에 달려 있다. 박 시장이 약속한 ‘바로 통하는 나의 삶, 직통광주’도 결국 시민이 원하는 곳까지 막힘없이 이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도시개발보다 교통이 늦어서는 안 된다. 광주시가 이제 보여줘야 할 것은 더 많은 계획이 아니라 우선순위와 재원, 일정, 성과지표가 담긴 실행계획이다.
본지는 다음 [연속 칼럼⑤]에서 박관열 시장이 제시한 인공지능·에너지·문화관광 융합 미래경제도시 구상을 중심으로 첨단산업과 연구개발 기능 유치, 친환경 에너지·물 산업 육성, 문화관광 활성화가 광주시의 일자리와 자족기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과제를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