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칼럼] 최원용 평택시장의 민선 9기 청사진…도시 성장을 시민 행복으로 잇는다
기자 한마디 "화려한 계획보다 사업별 재원과 일정, 성과지표를 공개하는 책임행정 필요"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도시의 성장은 높아진 건물이나 늘어난 인구, 확장된 산업단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이 출근길에 보내는 시간이 줄고,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이 늘어나며, 가까운 곳에서 문화와 여가를 누릴 수 있어야 성장의 의미가 비로소 일상에 닿는다. 기업이 들어오고 세수가 늘어도 지역 소상공인과 청년, 중소기업이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도시의 외형과 시민의 삶은 따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최원용 평택시장이 민선 9기 출범 기자회견을 통해 제시한 ‘함께 성장하고, 시민이 행복한 평택’은 평택의 다음 단계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준다.
평택시는 그동안 빠른 산업 성장과 인구 증가, 도시개발을 동시에 경험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기반과 평택항, 주한미군기지, 광역교통 인프라 등을 갖추며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성장도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급격한 성장은 새로운 과제도 남겼다. 동부와 서부, 남부와 북부의 생활권 차이, 상습적인 교통 혼잡, 신도시와 원도심 사이의 격차, 늘어나는 돌봄 수요, 문화·체육시설 부족 문제는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세밀하게 다뤄야 할 현안이다. 민선 9기의 역할은 이미 확보한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성과를 시민의 삶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최 시장이 발표한 민선 9기 비전은 함께 성장하는 경제도시, 시민 만족 정주도시, 일상이 행복한 도시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산업과 교통, 교육과 돌봄, 문화와 관광, 행정혁신을 따로 떼어놓지 않고 하나의 생활정책으로 연결하려는 방향이 눈에 띈다. 정책의 범위는 넓지만 중심에는 ‘시민 체감’이라는 공통된 기준이 자리하고 있다. 도시의 외형적인 성장보다 시민이 매일 경험하는 이동과 소비, 보육과 교육, 여가와 행정서비스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경제도시 전략의 출발점은 평택의 강점인 반도체산업이다. 반도체는 평택의 경제 규모와 도시 위상을 높인 핵심 산업이지만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경기 변동과 세계 공급망 재편에 취약할 수 있다. 평택시가 반도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수소·바이오·방위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산업구조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확보하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산업의 이름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산업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반도체와 첨단소재, 수소와 친환경 물류, 바이오와 연구개발, 방위산업과 제조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평택만의 산업생태계가 형성된다. 기업 유치 실적도 필요하지만 기존 기업이 성장하고 지역의 중소기업이 대기업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기업 수와 투자금액뿐 아니라 지역기업의 매출 증가, 신규 고용, 청년 취업, 기술개발 성과까지 함께 관리해야 산업정책이 시민 삶과 연결된다.
최 시장이 관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지역 발주사업에 지역업체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이다. 대규모 개발사업과 공공투자의 효과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평택 안에서 순환하려면 지역기업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단순한 참여 권고를 넘어 공정한 계약 기준과 기업 역량 강화, 공동수급과 하도급 참여 기회 확대, 사업정보의 신속한 제공이 뒤따라야 한다.
소상공인 정책 역시 일회성 지원보다 자립 기반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골목상권 브랜드화와 전통시장 기반시설 개선, 소상공인 원스톱 지원체계는 각 사업이 따로 움직일 경우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상권별 특성을 분석하고 주차·보행·관광·문화 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경영 상담과 자금지원, 온라인 판로, 홍보, 폐업과 재도전 지원을 한곳에서 연결하는 체계가 갖춰진다면 소상공인이 여러 기관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도 줄일 수 있다. 대기업과 산업단지가 성장할수록 지역 상권도 함께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평택형 경제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민선 9기 구상에서 시민의 관심이 가장 크게 모이는 사업은 ‘평택링’이다. 동부고속화도로와 평택호횡단도로, 주요 간선도로를 연결해 평택 전역을 30분 생활권으로 묶겠다는 구상은 단순한 도로 건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평택은 생활권이 넓고 개발지역이 분산돼 있어 같은 도시 안에서도 이동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주요 도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출퇴근 불편을 줄이는 것은 물론 기업 물류와 관광, 의료·교육시설 접근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30분 생활권’은 상징적인 구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도로 개통 시기와 구간별 사업비, 국·도비 확보 여부, 교통량 분산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새로운 도로가 또 다른 병목현상을 만들지 않도록 접속도로와 교차로, 대중교통 환승체계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평택링의 성과는 건설한 도로의 길이가 아니라 시민의 실제 이동시간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GTX-A·C 평택 연장과 신안산선 안중 연장, 신분당선 유치도 평택의 미래 공간구조를 바꿀 수 있는 핵심 과제다. 광역철도망이 확충되면 수도권 주요 도시와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기업 유치와 인구 정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광역철도 사업은 평택시의 의지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우며 정부 계획과 경제성, 재원 분담,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하다. 시민에게 기대만 키우기보다 사업별 추진 단계와 평택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철도망 구축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 시민이 겪는 교통 불편을 줄이는 단기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 집중배차와 광역·간선·마을버스 노선 확대는 비교적 빠르게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다. 중요한 것은 노선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요에 맞게 배차와 환승을 설계하는 것이다. 시민의 이동 데이터를 분석해 산업단지와 역세권, 학교, 병원, 신도시를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교통 소외지역에는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주도시의 경쟁력은 교통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젊은 세대가 평택에 정착하려면 주거와 일자리뿐 아니라 출산, 보육, 의료, 교육에 대한 불안을 줄여야 한다. 평택시가 달빛어린이병원과 긴급야간돌봄을 확대하고 산후조리비와 출산장려금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민이 실제로 어려움을 겪는 지점을 짚은 정책이다. 특히 늦은 시간 아이가 아플 때 이용할 의료기관과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아이를 맡길 돌봄시설은 부모의 생활 안정과 직결된다.
다만 현금성 지원만으로 출산과 양육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의료기관과 돌봄 인력의 안정적인 확보, 권역별 서비스 격차 해소, 이용시간 확대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 달빛어린이병원의 경우 지정기관 수뿐 아니라 야간과 휴일의 실제 진료 가능 여부, 시민 접근거리와 대기시간을 점검해야 한다. 긴급야간돌봄도 맞벌이와 한부모, 다자녀 가정 등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이용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 적기 개교와 진로·진학 상담센터 운영도 성장도시 평택에 필요한 과제다. 신도시 입주와 학교 설립 시기가 맞지 않으면 학생은 과밀학급과 장거리 통학이라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평택시는 교육지원청과 긴밀한 협의체계를 구축해 개발계획과 학생 수요를 조기에 공유해야 한다. 국제학교와 특목고·자사고 유치도 학교의 명칭이나 유치 성과에 머물지 않고 지역 학생에게 어떤 교육 기회를 제공할 것인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교육의 다양성을 넓히면서 기존 학교의 경쟁력과 공교육의 질을 함께 높이는 균형이 필요하다.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여가 정책도 민선 9기의 중요한 한 축이다. 평택시는 함박산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알파탄약고 역사문화공원과 평택아트센터, 박물관을 연계한 ‘메모리얼 랜드마크형 문화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각각의 시설을 단순히 건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와 동선으로 연결한다면 평택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 공간이 될 수 있다. 평택의 산업도시 이미지를 넘어 역사와 예술, 시민 휴식이 어우러진 도시 정체성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오성강변과 진위천, 안성천, 평택호를 잇는 ‘평택강 수변관광벨트’도 시민에게 친수공간을 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변공간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자원이기 전에 시민의 일상적인 쉼터가 돼야 한다. 산책로와 자전거길, 생태공간, 체험시설을 조화롭게 배치하고 대중교통과 주차, 안전시설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관광개발 과정에서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도록 생태 보전 원칙을 세우고 권역별로 특색 있는 콘텐츠를 구성한다면 체류형 관광과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죽백동·배다리·고덕·안중 등 권역별 체육시설과 레포츠공원 확충도 생활권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대형 시설 하나를 짓는 것보다 시민이 가까운 거리에서 꾸준히 이용할 수 있는 생활체육 공간을 고르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설 건립 이후의 운영비와 프로그램, 접근성, 이용률까지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체육시설은 준공식이 아니라 시민이 얼마나 자주 찾고 만족하는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행정 인프라 확충은 시민과 공무원 모두의 불편을 줄이는 기반이다. 평택시 신청사와 서부출장소, 고덕동·동삭동 행정복지센터 신축은 인구 증가와 행정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신청사는 2029년, 서부출장소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제시한 만큼 사업비와 공정, 이전 준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청사가 커지는 만큼 행정서비스가 빨라지고 시민 접근성이 높아져야 건립의 의미를 인정받을 수 있다.
시장 직속 민원 창구와 타운홀 미팅, 시청 간부회의 실시간 중계는 행정의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소통 창구가 늘어나는 것보다 접수된 의견이 어떻게 처리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민원의 담당 부서와 처리기한, 결과를 시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반복되는 민원은 제도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타운홀 미팅도 단순한 행사나 의견 청취로 끝내지 말고 제안별 검토 결과와 반영 여부를 공개한다면 시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데이터·AI 기반 스마트 시정은 행정혁신을 이끌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교통량과 민원, 복지 수요, 상권 변화, 재난 위험 데이터를 분석하면 행정의 예측력과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시민이 여러 부서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받고 반복 서류 제출을 줄일 수도 있다. 다만 인공지능 도입 자체가 성과는 아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의 정확성, 알고리즘의 편향 가능성, 행정 결정에 대한 설명 책임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AI는 공무원의 책임을 대신하는 장치가 아니라 더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을 돕는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
민선 9기 평택시가 제시한 정책은 시민 생활의 여러 영역을 폭넓게 담고 있다. 방향은 분명하고 기대할 만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우선순위와 실행계획이다. 모든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선언만으로는 시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임기 안에 완료할 사업, 착수할 사업, 정부와 협의할 장기과제를 구분하고 연도별 재원과 일정을 공개해야 한다. 사업별 담당 부서와 목표, 진행 상황을 시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관리체계도 필요하다.
특히 대규모 도로와 철도, 청사, 문화시설 사업은 막대한 재정이 들어간다. 재원 확보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계획만 확대하면 다른 생활밀착형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 평택시는 국비와 도비, 민간투자를 포함한 재원 조달 방안을 구체화하고 사업의 시급성과 경제성, 시민 편익을 기준으로 투자 순서를 정해야 한다. 재정 여건이 달라질 경우 조정 기준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성과평가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도로는 착공 여부보다 통행시간 감소, 버스는 노선 수보다 대기시간과 이용자 만족도, 기업 지원은 지원 건수보다 매출과 고용 증가로 평가해야 한다. 돌봄은 시설 수가 아니라 실제 이용 가능 시간과 접근성, 문화시설은 건립 규모가 아니라 이용률과 재방문율을 살펴야 한다. 스마트 시정도 시스템 구축 실적보다 민원 처리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성과지표가 있어야 정책의 효능감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평택은 더 이상 성장 가능성만 이야기하는 도시가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산업과 물류, 안보를 떠받치는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이제는 그 위상에 걸맞게 시민 삶의 질과 도시 운영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산업 경쟁력과 골목경제, 광역교통과 마을버스, 대형 문화시설과 생활체육, 첨단 AI 행정과 현장 민원이 함께 움직일 때 평택의 성장은 비로소 균형을 갖출 수 있다.
최원용 시장이 밝힌 것처럼 도시의 외형적 성장을 시민 개개인의 삶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로 연결하는 일은 민선 9기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평택링’이 시민의 이동시간을 줄이고 스마트 시정이 민원 해결을 앞당기며 미래산업의 성장이 지역기업과 청년의 기회로 이어진다면 이번 비전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 평택의 새로운 도시 모델이 될 수 있다.
민선 9기의 성패는 더 많은 사업을 발표하는 데 있지 않다. 약속한 사업을 책임 있게 추진하고 어려움과 지연 사유까지 시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는 데 있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약속은 듣는 행정에서 답하는 행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최원용 시장과 평택시 공직사회가 정책의 속도뿐 아니라 방향과 과정까지 꼼꼼하게 관리한다면 ‘함께 성장하고, 시민이 행복한 평택’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다. 평택이 산업 성장의 도시를 넘어 시민 행복의 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