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국인 유학생 비자 4년으로 제한
- 한국인 유학생 및 가족 1만 3천 명도 영향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으로 공부하러 오는 외국인 유학생의 체류 기간은 4년으로 제한해 한국인 유학생 및 가족을 포함해 외국인 모든 유학생들에게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16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트럼프 행정부, 외국인 유학생 비자 남용 근절 최종 규정, 학생 비자 연장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만 가능합니다.”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게시했다.
이로써 미국에서 학위 취득을 염두에 두고 미래를 설계했던 외국인 유학생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 따르면, 교환 방문도 4년까지만 가능해지고 외국 언론인 비자 역시 240일마다 연장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또 ‘F 비자’를 소지한 유학생들과 교환 방문 ‘J-비자’ 소지자들이 미국에 최장 4년까지만 머무르도록 하는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전에는 ‘F·J 비자’를 소지했을 때에는 정규과정 학업을 마칠 때까지 자동 연장 과정을 거쳐 미국에 사실상 무기한 체류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체류 기간이 고정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만일 4년이 지난 후에도 체류가 필요하다면, DHS에 연장 절차를 밟아야 하고, DHS는 “학생비자 연장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학업과 관련한 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할 경우 연장 승인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학생비자를 이미 받은 후에 미국에 입국,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도 “4년 체류 규정”으로 자동 전환된다. 이는 전공 변경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 아래는 미 국토안보부(DHS)가 16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도자료 전문(한글)이다.
오늘 국토안보부(DHS)는 외국인 학생, 교환 방문자 및 언론 관계자들이 정부의 정기적인 감독 없이 미국에 무기한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체류 기간”(duration of status) 관련 허점을 공식적으로 폐지하는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새로운 규정은 F, J, I 비자 소지자의 입국 허용 기간을 고정한다. 이러한 중대한 변화는 국가 이민 시스템의 투명성을 회복하고, 만연한 비자 남용을 근절하며, 정기적인 심사를 통해 국가안보를 강화한다. 현재 다른 여러 종류의 비이민 비자에 대해서도 입국 허용 기간이 고정된다.
마크웨인 멀린(Markwayne Mullin) 국토안보부 장관은 거의 반세기 동안 시대에 뒤떨어진 ‘체류 기간’ 제도는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이민 사기가 만연하는 환경을 조성해 왔으며, 수십 년 동안 외국인 유학생들은 무기한으로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수천 명이 미국을 떠나지 않고도 계속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민 제도를 악용해 왔다. 이번 비자 발급에 명확하고 제한적인 기간을 설정함으로써 미국은 국경 내 개인을 제대로 심사, 검증,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게 된다. 최종 규정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본래 목적, 즉 학업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밝혔다.
1978년 이후 외국인 유학생들은 무기한으로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수천 명의 학생들이 출국을 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수업에 등록함으로써 ‘영원한 학생’(forever students)이 될 수 있었다. 최종 규정은 몇 가지 주요 개혁을 통해 이러한 악용을 종식시키려 한다.
* 정해진 입국 상한선(Fixed Admission Caps) : 비(非) 이민 학생(F 비자) 및 교환 방문자(J 비자)는 지정된 프로그램 기간 동안만 입국이 허용되며, 최대 4년을 초과할 수 없다.
* 연방 정부의 의무 체류 연장(Mandatory Federal Extensions) : 학업 과정을 완료하는 데 추가 시간이 필요한 비자 소지자는 미국 이민국(USCIS)을 통해 체류 연장(Extension of Stay, EOS)을 공식적으로 신청해야 한다. 이로써 감독 권한이 대학 직원에서 연방 당국으로 이관되며, 신청자는 생체 정보 검증, 신원 조사 및 사기 방지 심사를 받게 된다.
* 출국 유예 기간 단축(Reduced Departure Grace Period) : F-1 비자 소지 학생이 졸업 후 출국 준비, 학교 전학 또는 신분 변경을 위해 허용되는 기간이 60일에서 30일로 단축되었다.
* 전공 변경 제한(Program Change Restrictions) : 이 규정은 학업 변경에 엄격한 제한을 도입한다.
최종 규칙은 향후 며칠 내에 연방 관보에 게재될 예정이다. 해당 규칙은 연방 관보에 게재된 후 60일 후에 발효된다.
기존 “체류 기간” 체계에 따라 미국에 거주하는 현행 비이민 비자 소지자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자동 전환되며, 해당 규정 시행일로부터 최대 4년까지 체류가 허용된다.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은 연방 정부와 국제 학생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한다. SEVP는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에서 관리한다. SEVP는 국토안보부를 대신하여 학교, F 및 M 비자 소지 비이민 학생, 그리고 그들의 부양가족을 관리한다. SEVP는 학생 및 교환 방문자 정보 시스템(SEVIS)을 사용하여 학교, 교환 방문 프로그램, 그리고 국제 학생들이 미국을 방문하여 미국 교육 시스템에 참여하는 동안 이들을 추적하고 관리한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지난 2024년 기준으로 미국에 학생비자 소지자가 180만 명을 넘으며 그 전 해에 비해 11% 늘어난 규모라고 보도했다. J-비자와 I-비자의 경우 2024년 기준 50만 명과 3만7천 명 규모이다.
한편, 2025년 기준으로 학생비자 F-1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한국인 유학생은 1만1천861명이고 F-2 비자로 함께 머무는 이들의 가족은 1천347명이다. (주미 한국대사관 자료)
이번 DHS의 발표와 관련, 미국의 고등교육계 지도자들은 이 규정이 학교, 대학 및 연방 정부에 행정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AP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비영리 단체인 고등교육 및 이민 대통령 연합(Presidents' Alliance on Higher Education and Immigration)의 연방 정책 부국장인 주자나 우트슨(Zuzana Wootson)은 “이번 조치는 불필요하고 중복적”이라며, “국제 학생들은 이미 미국에서 가장 엄격하게 관리되는 비이민자 집단 중 하나이며, 국토안보부(DHS)와 교육 기관의 철저한 감독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취한 일련의 조치 중 가장 최근의 것으로, 지난 봄, 학생들의 합법적 체류 자격이 광범위하게 박탈되면서 학생들은 불법 체류자로 체포될 것을 두려워하여 숨거나 미국을 떠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미 연방 정부는 비자 신청자에게 소셜미디어 계정 정보를 공유하도록 요구하여 신청자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또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의 12개국 이상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는 유학생들이 비자를 취득하고 미국에 입국하여 학업을 이어가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번 규정은 유학생 등록률이 감소하는 추세에 맞춰 도입되었다. 이러한 영향은 특히 재정 지원 규모가 작고 해외에서 유치한 유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유학생들은 연방 정부의 학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전액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미국 고등 교육계 지도자들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학생들이 다른 나라로 떠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으며, 이는 노동 시장과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교육협회인 NAFSA의 판타 아우(Fanta Aw) CEO는 성명에서 “세계적인 인재 경쟁이 심화되는 시기에 이러한 정책은 완전히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과 학자들에게 미국이 점점 더 환영받지 못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지원에 소홀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밝혔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대해 ‘캐나다 비버’라는 네티즌은 AP통신 해당 기사에 단 댓글에서 “저는 공학 학위 따는데 6년이 걸렸다... 정해진 시간 안에 학위를 마쳐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학생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지 상상도 안 되네. 고학년 과목들은 정말 어려워서 많은 학생들이 첫 시도에 통과하지 못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전자기학 수업을 들어야 한다면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겠지.”라며 비꼬기도 했다.
‘니트데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네티즌은 역시 댓글에서 “사실, (공부하는)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더 좋습니다. 저는 세계 여러 나라,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 출신의 학생들이 함께 살았던 중급 아파트 단지에 거주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보다 가처분 소득이 훨씬 많았고, 옷, 차, 오락, 스포츠 경기 관람 등에서 그 여유로움이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대체로 좋은 이웃이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 중반 당시에도 미국이 점점 쇠락해 가는 모습에 저처럼 슬퍼했습니다.”라며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