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비정상적 거래 방식 “진퇴양난”
- 이란 전쟁 종식을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
트럼프 미 대통령을 늘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타코(TACO)이다. 트럼프의 강경한 정책 발언이 실제로는 후퇴하거나 완화되는 패턴을 풍자하는 신조어로 ‘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약자이다. 그의 입에 붙은 말이 있다. ‘모든 것은 거래(deal)’라는 인식이다.
‘강경한 발언’이든 ‘거래’든 ‘정상적인 방식’을 바탕으로 해야 일이 순리대로 풀어질 수 있다. 그러나 ‘비정상적 방식’은 ‘순리’보다는 ‘억지’에 이르게 되면서 일은 꼬이기 십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이란 전쟁 요구는 고작 24시간 만에 사그라졌으며, 이는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정통적인 방법”(unorthodox ways)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는 13일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이란 선박에 대한 미국의 해상 봉쇄 재개를 발표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미국 동맹국의 선박 포함)은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이 지역의 안전과 안보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미국에 보전하기 위해” 20%의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던 그는 14일 그 제안을 완전히 포기하고, 대신 미국의 걸프 동맹국들과 ‘무역 및 투자 협정’을 체결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이는 미국이 그 대가로 그들에게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제공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다소 완화된 방식을 택했다. ‘부드러운 타코’(soft TACO)라고나 할까?
트럼프의 이번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4개월 넘게 지속된 분쟁의 가장 최근의 반전이며, 한 달 전 ‘임시 휴전’을 보장하고, 협상 틀을 마련한 ‘양해각서(MOU)’에도 불구하고, 분쟁은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협상에서는 조급한 측의 성공률이 떨어지는 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의 ‘지속적인 비인기,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 그리고 미군과 동맹국이 이란의 공격을 다시 받을 위험성’을 고려할 때 전쟁 확대를 꺼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협상한 합의보다 더 나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 또한 달갑지 않게 여길 것이라는 게 BBC의 분석이다.
국방 우선 순위연구소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인 로즈메리 켈라닉(Rosemary Kelanic)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말은 결말이 없는 것”이라며 “이번 이란 전쟁은 소모전으로 변질됐고, 소모전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양해각서(MOU)와 그로 인해 기대되었던 ‘전쟁 종식’의 희망은 14일 오전 10시 16분(미국 동부시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역의 목표물에 대한 새로운 군사 공습을 발표하는 가운데, 이란 선박에 대한 미국의 봉쇄 재개를 선언하면서 산산조각 나버렸다.
당연히 이란은 이에 맞서 미국의 동맹국과 역내 상선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고, 이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의 교통이 다시 한번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한 달 가까이 양국 간 협상이 단절과 재개를 반복하는 가운데, 간헐적인 무력 충돌로 '휴전'의 정의 자체가 모호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은 이란 전쟁에 여러 난관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속내는 빨리 종전을 바라지만, 전쟁의 승리에 한 치의 양보 없는 미국과 이란 모두 일방적으로 승리를 발표하고 뒤로 물러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군사적으로는 이란의 함선, 항공기, 목표물 파괴 및 방어 능력 약화 측면에서 미국이 목표를 달성하고 있었지만, 정치적으로는 갈등이 해결되기에 갈 길이 아주 멀다. 비록 군사력이 약화되었으나 이란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을 차단할 수 있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두고 핵무기급의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미국이 이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극적으로 확대해 이란을 초토화시키지 못하는 한, 해결할 방법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미국이 당장에 이란을 초토화시킬 역량도 매우 약화됐다.
트럼프가 새롭게 제시한 20% 수수료 부과 방칩 발표는 아마 국내 정치적으로 미국 국민들에게 군사적 개입을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수단일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전쟁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이 같은 방식을 제안한 적이 있다.
트럼프와 미국은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져들었다. 바로 지난달,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수수료’를 부과하려는 계획을 비난했다. 그는 “어떤 나라도 ‘국제 수로’에서 통행료나 요금을 부과할 수 없다. 이것이 현행 국제법이며, 전 세계 국제 수로에서 모두 마찬가지이고, 우리도 이곳에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입장 번복은 그가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일 뿐이다. 미국과 이란 모두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했던 양해각서는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작성’되어 향후 협상에 많은 부분을 맡겨 놓은 양태를 보였다.
해당 MOU는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 관리에 있어 ‘이란의 역할’을 상정하고 있었다. 문서에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상선들의 안전한 무상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이란이 그토록 주장해 온 역할이다. 양해각서에는 이란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과 “국제 제재 해제”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그러한 회유책과 불이행 시 발생할 결과에 대한 경고가 이란이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더욱 강압적으로 행사하려는 시도를 막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러한 계산이 틀렸다. 극우 정치 노선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속아 이스라엘과 미국이 합동으로 이란을 공격했다는 주장도 있다.
양해각서는 완전히 무효화 됐다. 양해각서에 명시된 모든 조항이 이제는 효력을 잃었다.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이다.
전쟁 시작 5월이 되면서 미국이나 이란은 서로 ‘익숙한 곤경’(a familiar predicament)에 처해 있다. 이란은 다시 한번 자국 영토 전역에서 미국의 군사 공격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이란이 영토 주권을 방어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당장 이란이 붕괴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5개월가량 이란은 입증해 보였다. 재개된 봉쇄로 이란 정권의 생명줄인 석유 수입이 다시 차단되었다.
그렇다고 트럼프는 유유자적(悠悠自適)할 상황인가? 절대 아니다. 트럼프는 국내 경제적, 정치적 비용을 수반하는 긴장 고조와 적대적인 이란 정권을 유지하는 식의 해결책 사이에서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외교협회 중동 연구 선임 연구원인 엘리엇 에이브럼스(Elliot Abrams)는 “우리는 다시 처음 상황으로 돌아왔다. 누가 더 인내심이 있느냐는 질문으로 말이다”라면서 “석유 수출이 불가능해질 이란일까, 아니면 페르시아만 석유를 사용하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일까?”라고 되물었다.
이란 전쟁이 지지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새로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수개월간 지속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소비자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기는 했다. 이제 다시 소비자 물가의 고공행진이 재발될 것인가? 국제 유가 하락이 미국의 물가상승률을 낮추고 있지만,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까?
전면적인 적대 행위 재개 또는 갈등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유가를 이전 최고치 수준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며, 이는 상승 추세를 위협하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 공화당을 다시 불안정한 입장에 놓이게 할 것이다. 숨 좀 쉴까 했지만 다시 숨죽여야 할 시간으로 다가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트럼프의 트루스소셜 게시물 이후 원유 배럴당 가격이 거의 10% 급등했는데, 이는 6년 만에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봉쇄 조치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되었고, 양해각서 체결과 보다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미 약효는 떨어져 가고 있다. 이란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이 약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란 혁명수비대(IGRC) 등 강경파는 미국의 병목현상(bottle neck)을 알고 있다.
트럼프는 이제까지 자신만만하게 해왔다. “그는 이미 쉽게 할 수 있고,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시도해 봤다. 그는 군사 목표물, 정권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그는 전에도 그렇게 했지만, 이란이 항복하지는 않았다.” 트럼프가 이란으로부터 항복을 얻는 일이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공습 목표로 지목한 곳은 테헤란 남쪽에 위치한, 삼엄하게 요새화된 핵 연구 시설인 픽액스 산(Pickaxe Mountain : 곡괭이의 산)이다. 그러나 해당 핵 연구 시설의 가치에 대한 증거는 엇갈리고 있다. 미군의 공습이 화강암 암반 아래 깊숙이 있는 터널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벙커버스터를 동원한다 해도 효과적인 파괴를 이뤄낼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결국 또 다른 휴전과 대면 회담으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문제, 이란 핵 프로그램 처리 문제,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 문제 등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의견 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어느 하나 해결이 쉬운 것이 없다. 이 지점이 트럼프의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전쟁이 5개월째 접어드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을 비롯한 다른 미국의 분쟁들도 수년간 지속되었다고 다시 한번 언급했다. 마치 10년 전쟁, 20년 전쟁이라도 할 것처럼 말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특정한 수렁은 린든 존슨(Lyndon Baines Johnson) 대통령의 임기를 위태롭게 하고 결국에는 끝내버렸으며,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최소 10년 동안 손상시켰다. 트럼프는 분명히 그러한 운명을 피하고 싶어할 것이다. 나아가 그의 지지자들 중간선거는 다가오고 있는데 트럼프가 이전 대선 캠페인에서 비난했던 것과 같은 중동의 ‘끝없는 전쟁’을 되풀이하는 것에 지쳐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