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육계(三十六計)
개인적으로 그리 신뢰하지 않는 책이긴 하지만, 중국에서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을 병서의 으뜸으로 여긴다.
거기엔 저자와 출처가 분명하지 않는 ‘36계(三十六計)’라는 최후의 전술이 소개되고 있다. 주위상계(走爲上計). “(불리하면) 도망치는 게 최고의 전략이다!”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물론 그럴듯한 계책이지만, 전략과 전술을 과학적으로 설파한 것은 아니다.
고대 유목민 기병들은 활이나 창으로 신속하게 타격한 후 도망치는 스웜 전술(swarming)을 즐겨 썼다. 그러나 이것은 도망친다라는 의미보다는 속도를 주무기로 활용한 타격과 적진 교란에 전술적 목표가 있다.
현대전에서도 후퇴라는 개념이 있다. 전술적인 수단이 한계에 이르면 작전상 후퇴가 일어난다. 그러나 그 후퇴는 전술에서 적용되거나 훈련되는 게 아니라 전략적인 명령에 의해 일어난다.
군인은 스스로 후퇴하거나 도망칠 수 없다. 그러지 않기 위해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사격, 진지 구축, 심지어 백병전까지 배우는 것이다. 현대전에서 엄청난 화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는 이유 또한 같은 이치다.
“주둔지를 버리고, 북진한다!”라는 제7기동군단의 기치를 다시 생각해 본다. 미국 육군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강 육상 전력인 이 군단은 보병과 기갑부대, 공병, 헬기 전력, 특수부대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후퇴 없이 모든 적의 위협과 장애물을 제거하면서 오로지 북진하기 위해서다.
지금 안규백 국방부장관의 군 복무 시절 탈영 의혹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한 국가의 군령 통수권자가 과거 탈영을 한 자였다면 이건 더 논의하거나 고려할 가치가 없다. 군대에서 탈영이란, 전시에 도망치는 36계와 다르지 않다. 전투에서의 패배를 의미한다. 그래서 군대에서는 지휘관과 장교들이 전투 대열에서 진두지휘하도록 전술을 짜는 것이다.
국방부 수장은 최하 3성 장군급으로 임명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체계적인 전술 교육을 받은 장교들은 전투에서 공격하는 것이 도망치는 것보다 생존에 유리하다는 이치를 배운 사람들이다. 36계는 전투나 생존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현대전의 기본이다.
탈영 의혹도 문제거니와 이를 해명하는 태도 역시 문제다. 안 장관과 국방부측은 병적 기록이 잘못됐지만, 장관 임기 후에 정정하겠다는 것이다. 더 큰 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란다. 납득이 되는가? 이 역시 ‘36계식 해명’이다. 그래서 지금 국민과 언론의 의혹은 타당하다.
국방부장관. 그 자리는 도망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병적을 공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