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보수는 왜 적보다 동지를 더 공격하는가

민주당을 견제하지 못하는 야당, 국민은 무엇을 보고 판단할 것인가

2026-07-12     이미애 기자
이미애

[이미애 뉴스타운 보도국 국장]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다. 국민은 정당이 내부 권력투쟁을 얼마나 잘하는지를 평가하지 않는다. 국가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은 이러한 정치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한동훈계를 비롯한 비주류의 갈등은 이제 정책과 노선 차원을 넘어 계파 간 생존 경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양측 모두 '당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이 바라보는 모습은 보수 재건이 아닌 보수의 분열이다. 정치는 국민을 향해 경쟁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내부를 향해 더 많은 정치적 에너지를 쏟고 있다. 장 대표는 당의 기강과 원칙을 강조하며 엄정한 조치를 주장하고, 비주류는 이를 정치적 숙청이자 징계 정치라고 비판한다. 원칙과 통합은 모두 필요한 가치지만, 원칙이 징계로만, 통합이 지도부 퇴진으로만 표현되는 순간 국민은 어느 쪽에도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정당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그 충돌이 혁신 경쟁이 아닌 권력투쟁으로 비칠 때 국민의 신뢰는 빠르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정치사는 분열한 정당이 선거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보수든 진보든 내부 분열이 장기화된 정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지금과 같은 계파 갈등이 지속된다면 2028년 총선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먼저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는 것은 중도층이다.

선거를 결정하는 중도 유권자는 계파 갈등보다 민생과 경제, 외교·안보, 국가 운영 능력을 평가한다. 내부 싸움이 계속될수록 '국정을 맡길 준비가 되지 않은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보수 지지층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반복되는 내홍은 핵심 지지층의 피로감을 키우고 정치적 무관심과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선거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상대 지지층의 결집보다 자기 지지층이 투표장을 떠나는 것이다. 결국 계파의 승리가 곧 선거의 승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내부에서 이긴 정치가 국민 앞에서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더 안타까운 점은 국민의힘이 야당으로서 활용할 수 있는 정치적 의제와 정책적 쟁점을 충분히 국민적 공감대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부와 여당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제도 개편과 권력기관 개편, 형사사법 절차 변경 등을 놓고 권력 견제 기능의 변화나 제도 운영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고, 민생보다 정치 현안이 우선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적 쟁점이 당내 갈등에 묻혀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현실이다. 정치는 결국 메시지의 경쟁이다. 정부와 여당을 향해야 할 야당의 정치적 역량이 내부 갈등으로 분산되면 정책 비판과 대안 제시는 자연스럽게 힘을 잃게 된다. 그 결과 정부·여당과 경쟁해야 할 야당의 존재감은 약해지고, 내부 갈등 자체가 더 큰 뉴스가 되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

2028년 총선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정치에는 경제 상황과 국정 운영, 국제 정세, 후보 경쟁력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의 갈등만으로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내부 갈등을 통합으로 전환하고, 계파보다 시스템을 앞세우며, 공천과 당 운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도부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하나의 목표로 묶어내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하고, 정당은 부동산, 일자리, 저출생, 연금개혁, 지방소멸, 첨단 산업, 외교·안보와 같은 국가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야당 본연의 역할인 견제와 대안 제시에 집중할 때 국민은 비로소 정당의 존재 가치를 다시 평가하게 될 것이다. 정당의 경쟁 상대는 같은 당 동지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상대다. 계파의 승리가 총선의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당은 언제나 다시 일어설 기회를 얻는다. 그것이 대한민국 정치가 반복해서 보여준 가장 현실적인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