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카메라 앞에선 강경, 사석에선 180도”
- 트럼프에 대한 칭찬과 비난 교차 - 카메라 앞에선 강경 발언, 방 안에선 부드럽게 - 신뢰성은 관망(Wait & See) - ‘포토 라인’에서 나토 정상들과 어색한 조우 - 트럼프 고유의 비난 발언들(물론 카메라 앞에서)
“도널드 J.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나토(NATO) 지도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사적으로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가 9일 이같이 트럼프의 두 얼굴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담 첫 몇 시간 동안 공개적으로 동맹을 맹렬히 비난하고, 여러 불만 사항을 쏟아내며, 동맹국들에게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게 만들었으나, 그러고 나서 그는 문을 닫고 들어가 태도를 바꿨다.
* 트럼프에 대한 칭찬과 비난 교차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있던 나토 정상회의에서 30분간의 마지막 연설에서 “훨씬 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그린란드 합병에 대한 의사를 밝히거나 최근 유럽의 공격 대상으로 삼았던 스페인을 비판하는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공개 회담 내용을 전하기 위해 익명을 요구한 네 명의 소식통이 전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회의장 안팎에서 트럼프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칭찬도 많았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또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입장 변화는 동맹 탈퇴를 거듭 위협해 온 대통령에게는 주목할 만한 반전이었으며, 유럽 정상들이 동맹국들의 국방비 증액을 이끌어 낸 트럼프 대통령을 극찬한 직후에 나왔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명확히 알지 못했다.
* 카메라 앞에선 강경 발언, 방 안에선 부드럽게
“조금 의외였다. 방 분위기가 전보다 훨씬 좋아졌더라고...” 네 명의 익명 중 한 명이 말했다. 그는 “그(트럼프)의 기분이 바뀐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역량을 자랑하며 폴란드, 독일, 발트 3국, 노르웨이 지도자들에게 동맹에 대한 공헌에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별도 회담에 앞서 “방금 나토 회의를 마쳤는데, 아주 훌륭한 회의였다”며 “아마 여러분도 그 회의가 훌륭했고, 많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7일과 8일에 나토가 이란 전쟁 지원에 실패했다고 맹비난하고 스페인의 국방비 증액 거부에 분개하며, 심지어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스페인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었다.
한 외교관은 “회의에서는 그가 '나쁜 나라' 명단에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았다. 공개 석상에서만 그랬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전은 유럽 지도자들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를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고 폴리티코는 진단했다. 미국이 공들여 다듬어 온 외교적 성명은 점점 더 구시대적인 유물이 되어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 회의에서 한 말이 다음 회의에서의 그의 견해를 대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 신뢰성은 관망(Wait & See)
익명을 요구한 한 동맹 관계자는 솔직한 발언을 위해 “지금 회의실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이렇다”며 “그가 공개 석상에서 뭐라고 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정상회담 기간 동안 미국 대통령을 칭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마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증액 추진이 동맹국들에게 ‘매우 좋은 소식’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긴장감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이란과의 재개된 갈등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린란드’ 문제가 남은 회의 기간 내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대해 과격한 발언을 한 직후, 덴마크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은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으며, 이는 동맹국 동료들의 입장과도 일치한다. 프레데릭센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하고 점령하려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포토 라인’에서 나토 정상들과 어색한 조우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 사진 촬영을 위해 줄을 섰다. 그러나 선호(選好)와 비선호(非選好)가 교차 되면서, 일부는 트럼프와 멀리 서서 촬영하는 등 다양한 양태가 보였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9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튀르키예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나토 정상들이 “가족 사진”(Nato family photo )을 찍을 때, 조르지아 멜로니(Giorgia Meloni) 이탈리아 총리와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와 떨어져 있어야 했다.
이탈리아 총리와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줄 뒤쪽, 두 번째 줄에 섰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미 사임을 발표한 후, 마지막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한 영국의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옆에 섰지만, 세계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게 무시당하는 듯한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 트럼프 고유의 비난 발언들(물론 카메라 앞에서)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인기 없는 이란과의 전쟁에 동참하지 않은 동맹국들을 맹렬히 비난하며 테헤란과의 휴전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연단 위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나토 정상들을 모욕했다.
회담에 앞서 그는 베를린의 국방비 지출이 낮고 “터무니없다”며 메르츠 총리를 비판했다. 그는 메르츠 총리가 “엉망진창으로 일을 하고 있다”며 “망가진 나라를 바로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는 한때 미국 대통령과 매우 가까워 “유럽의 트럼프 조력자”라고 불렸던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와도 갈등을 빚었다. 두 사람은 로마 교황청이 미국의 이란 전쟁을 지지하지 않은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을 비난한 것에 대해 멜로니는 “용납할 수 없다”며 트럼프에 직격해 갈등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멜로니 총리가 자신에게 사진 촬영을 간청했다고 주장하며 그녀를 분노하게 했다. 나토 회의에 앞서 트럼프는 멜로니 총리가 ‘자신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듯한 사진을 게시’하며 이탈리아 총리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이 필요하다고 암시했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비판했는데, 산체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5%의 국방비 증액 목표치를 거부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스페인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우리는 더 이상 스페인과 어떤 무역도 하고 싶지 않다.”고 사진 촬영 전에 이렇게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사진 촬영을 위해 지도자들의 맨 앞줄에 있었지만, 트럼프와는 가까이 있지 않았다.
또 도널드 트럼프의 조롱 대상이 되기도 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메르츠 독일 총리 옆 두 번째 줄에 서 있었다. 그는 시력 문제 때문에 ‘미러 렌즈’가 달린 조종사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별로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동맹국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 1,000억 파운드(1,340억 달러)의 저금리 자금을 조달하는 이른바 국방은행, 즉 다자간 국방·안보·복원력 은행(DSRB) 설립을 발표했다.
알바니아의 에디 라마 총리는 단체 사진 촬영 시 흰색 운동화와 정장을 착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그를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정상회담에서 마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을 “나토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칭찬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공동 주최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정말 훌륭한 지도자”라는 찬사를 받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다시 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