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방문국, 이상주의와 실용주의 사이의 몽골

* 이재명 대통령의 몽골 방문과 관련하여 - 몽골-북한의 관계 : 대사관 폐쇄 등 우여곡절 - 한국-몽골 관계 : 중-러에 경제적 의존 탈피? - 한국-몽골 희토류 협력센터 설립 - 몽골, 한국에 요구한 것들 ; - 이재명 대통령, 몽골과 연계 강화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몽골의 지원 - 몽골, 실용주의로 빠르게 전환, 각자도생의 길에 올라서야

2026-07-08     김상욱 대기자

복잡한 동북아시아 속의 몽골(Mongolia)이 위치한 상황은 매우 어렵다. 세계의 G2라는 중국, 막강한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북한과도 관계가 좋은 몽골은 오랫동안 이른바 “중립의 가교(neutral bridge)”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며, “제3의 이웃 정책”(Third Neighbor Policy)을 추진해 왔다.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의 중첩된 영향력 속에서 자율성을 확보해 왔으며, 이제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한국 등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제3 이웃 정책’을 굳건히 하려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튀르키예(옛. 터키)의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한 후 몽골을 방문하게 되자, 사람들 상당수는 조그마한 초원의 나라로 알려진 ‘몽골’에 대해 눈길을 돌리고 있다. “왜 이재명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할까?” 하는 것이다.

몽골은 지난 1990년대 베이징과 모스크바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시작된 ‘제3의 이웃 정책’은 ‘가치 기반’(values-based)의 외교적 입장으로 발전, 울란바토르가 비동맹 중재자로서 신뢰를 얻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세계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각자도생의 세계로 전화되고 있는 중이다. 2024년과 2025년 사이 3가지 위기가 겹치면서 미묘한 균형이 깨졌다. 몽골과 한국이 공동으로 제작한 영화 “남쪽으로 가는 길”(On the Way to the South)로 대표되는 소프트 파워 담론의 붕괴, 한국의 간첩 스캔들 폭로, 북한 통역사의 탈북 등으로 촉발된 외교적 위기이다.

한국 간첩 스캔들이란 2024년(윤석열 정부 당시) 한국의 국방정보본부 예하 정보사령부 소속의 군무원이, 각종 고위험 ‘흑색 첩보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보사령부 제100 정보여단 소속 ‘정보 작전 요원들’의 신상과 그들이 관리하는 인간정보(휴민트), 스파이 활동용 위장 기업 정보 등이 포함된 다수의 군사기밀을 중국의 조선족 해커 집단에게 유출된 사건을 말한다.

이러한 사건들은 몽골의 ‘중립 정책’의 핵심을 흔들었다. 몽골은 인도주의적 이상과 경제적 실용주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또 국가 주권을 수호함과 동시에 서울과 평양 모두를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2025년 한국-몽골 수교 35주년과 2024년 울란바토르가 평양과 외교 관계를 재개한 시점에 발생한 당시 위기는 몽골 외교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됐다.

* 몽골-북한의 관계 : 대사관 폐쇄 등 우여곡절

몽골과 북한의 관계는 오랫동안 ‘실용주의’에 기반해 왔다. 두 나라는 1948년에 외교 관계를 수립했으며, 몽골은 평양을 승인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였다. 1990년 몽골의 민주화 이후에도 양국 관계는 유지되었다. 1999년 북한은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울란바토르 주재 대사관을 폐쇄했는데, 이는 사실상 몽골이 한국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후 울란바토르는 관계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2002년 백남선 북한 외무상이 방문하여 새로운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하도록 지원하고, 2004년 북한 대사관의 재개관을 도왔다.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울란바토르는 최대 5,000명의 북한 노동자를 수용하고, 식량난 시기에 식량 지원을 제공했다. 이러한 은밀한 교류는 중요한 소통 채널을 유지하며, 몽골의 중재 야망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2025년 북한 통역사의 탈북 사태는 수십 년간 축적된 신뢰를 무너뜨렸고, 몽골의 대북 정책은 사후 대응적인 위기관리 수준에 머물게 되었다.

* 한국-몽골 관계 : 중-러에 경제적 의존 탈피?

몽골이 2024~2025년에 일련의 양보를 한 것은 심각한 경제적 취약성에서 비롯됐다. 몽골 무역의 80% 이상이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이들 국가와의 경제적 관계가 경제 변동과 정책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제3의 이웃 국가 정책”은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2025년까지 한국은 이 정책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한국의 반도체 및 전기차(EV) 산업은 몽골의 은, 몰리브덴, 석탄, 구리, 희토류(REM : 핵심광물)에 대한 강력한 수요를 창출하며, 기존의 에너지 및 인프라 협력을 기반으로 상호 보완적인 경제적 유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 경제 둔화 속에서 몽골의 대중국 수출은 2025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9.4% 감소했고, 석탄 수입은 41%나 급감했다. 한국은 그 공백을 메우려 했지만, 실제 데이터는 몽골에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가져왔다.

- 한국-몽골 희토류 협력센터 설립

한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양국 교역량은 5억 5천만 달러(약 8,345억 원)를 넘어섰다. 특히 전체 교역량은 19% 증가했지만, 이는 한국의 대몽골 수출이 21.2% 증가한 데 따른 것이며, 한국의 몽골 수입은 16.3% 감소했다. 한국 정부는 2025년 11월 공동 탐사 및 스마트 채굴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몽골 희토류 협력센터”(Mongolia-South Korea Rare Earth Cooperation Center) 설립을 약속했다. 현재 진행 중인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은 몽골에 즉각적인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에 필수적인 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경제적 매력은 점차 한국의 상당한 외교적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 3월 12일 “한국과 몽골, 희귀 금속 전 생애주기 협력 강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희귀 금속 공급망 확대를 위한 양국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늘 서울에서 제2차 한-몽골 희귀 금속 협력 공동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고 알렸다.

이번 위원회 구성은 2023년 2월 몽골 총리의 한국 방문 당시 체결된 희귀 금속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이며,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과 몽골지질연구분석센터(GCRA)는 공동 탐사를 통해 몽골의 희귀 금속 매장량을 확인하고, 한국 기업의 탐사 기술을 시연할 예정이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은 몽골 현지 조건에 적합한 스마트 채광 기술 적용 및 선광 시범 플랜트 기술 확보를 통해 몽골의 주석 채굴 개발을 가속화하고 한국 공급망에 기여하는 연구 개발(R&D)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 몽골, 한국에 요구한 것들 ;

2025년 4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령 발령 관련 ‘탄핵 위기’에 직면하는 등 한국 내 정세의 혼란에 빠진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은 몽골을 방문했다. 그가 몽골을 “지역 안정을 위한 핵심 파트너”라고 칭한 것은, 몽골이 한반도 문제에서 서울과 협력하는 것을 조건으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의미가 컸다.

3개월 후인 2025년 7월 30일, 몽골 ‘국가 대후랄’(the State Great Khural : 몽골의 단원제 국회) 의장 아마르바야스가란 다슈제그베(Amarbayasgalan Dashzegve)는 우원식 한국 국회의장과 공식 회담을 가졌다. 특히 이 회담은 아마르바야스가란 의장이 북한의 ‘박인철 의장’과 유사한 회담을 갖기 바로 하루 전에 이루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원식 의장의 2025년 4월 몽골 방문 이후, 후속 회담에 참석한 아마르바야스가란 의장은 한국이 동북아시아 협력의 핵심 파트너이자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제3의 이웃’으로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몽골을 아래와 같은 것들을 요구했다.

첫째, 한국의 양허성 차관(concessional loans :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저리 자금)으로 지원되는 몽골 10개 주 중앙난방 시설 건설 사업의 장애물 해소 및 신규 사업자 선정 감독

둘째, 양국 국민 교류 증진(특히 몽골 국민의 한국 방문 인도적 목적 여행 조건 완화, 즉 비자 문제 및 한국 국경에서의 몽골 국민 송환 문제 해결 포함)

이에 우원식 의장은 10개 주 난방 시설 사업을 신속히 재개하고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한국 정부가 전자 비자 도입, 대사관 영사 증원, 단체 여행 비자 절차 간소화 등 몽골 국민의 여행 편의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또 이전 공식 방문에서 논의되었던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양국 간 실질적인 경제 협력 증진에 합의했다.

* 이재명 대통령, 몽골과 연계 강화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몽골의 지원

2025년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이러한 연계를 더욱 강화했다. 지난해 9월 우흐나 후렐수흐(Ukhnaa Khurelsukh) 몽골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몽골의 지원을 대가로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 가속화”와 “몽골 국민의 비자 면제 입국 촉진”을 제안했다. 이는 약 5만 명의 몽골인이 한국에서 일하거나 공부하고 있으며, 그중 절반은 불법 체류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울란바토르가 내세운 핵심 요구 사항 중 하나이다.

이후 한국의 김민석 총리는 ‘희토류 협력’을 ‘지역 정세’와 명시적으로 연관시키며 몽골에 “지역 불안정 해소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지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냠 오소르 우츠랄(Nyam-Osor Uchral) 몽골 부총리는 ‘핵심 광물 협력’을 심화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중립’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함으로써, 경제적 의존 뒤에 숨겨진 외교적 타협을 드러냈다.

* 몽골, 실용주의로 빠르게 전환, 각자도생의 길에 올라서야

“몽골은 주변의 강대국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들과 긴밀한 북한이 자리 잡고 있다. 이같이 몽골은 내·외부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사고를 시급히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몽골의 통치 체제, 국제 자원 투자 및 몽골의 외교 관계를 전문으로 하는 독립 연구자 수미야 출룬바타르(Sumiya Chuluunbaatar)는 지난해 외교 전문 매체인 ‘디플로매트’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몽골은 이제 수동적인 타협에서 벗어나 원칙에 입각한 실용주의로 전환하고, 주권과 핵심 가치에 기반한 외교 정책을 수립하여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틀을 구축해야 하며, 이러한 변화는 남북한 관계에서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며, 국내 제도적 역량 강화 또한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출룬바타르는 “몽골은 풍부한 자원 우위를 실질적인 외교적 지렛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경제 동반자 협정(EPA) 협상에서 몽골은 두 가지 핵심 요구 사항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첫째, 한국의 간첩 스캔들로 인해 악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한국이 몽골 영토 내 모든 정보 활동을 금지하는 구속력 있는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

둘째,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이 인도주의적 원칙과 국가 안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탈북자 처리 메커니즘을 주도해야 한다.

셋째, 경제적으로 몽골은 저부가가치 ‘원자재 수출국’ 모델에서 벗어나 희토류 가공 및 스마트 제조 분야에서 부가가치 협력을 증진하여 국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단일 시장 및 자원 수출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몽골은 자원 공급국에서 산업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으며, 이는 한국의 공급망 안보 이익에 부합하는 동시에 울란바토르의 경제적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리하고 주장했다.

그는 “수 세기 동안 취약성을 유연성으로 승화시켜 온 몽골에게 현재의 위기는 도전인 동시에 변혁의 기회다. 몽골은 남북 경쟁 속에서 정확한 균형을 유지하며, 원칙에 입각한 실용주의를 고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