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칼럼] 제12대 경기도의회 출범 첫날 균열…다수결은 승리했지만 협치는 남았는가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했지만 협치의 상징은 남겼는가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제12대 경기도의회가 출범 첫날부터 원구성 갈등에 휩싸였다.
7일 열린 제39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의장과 제1부의장, 제2부의장을 모두 차지했고, 국민의힘은 제2부의장 배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의석 구조와 본회의 표결에 따른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야당을 배제한 의장단 구성은 협치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겉으로는 의장단 자리 배분 문제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훨씬 깊다.
경기도의회가 앞으로 다수결의 힘만으로 운영될 것인지, 아니면 견제와 균형, 상생과 협치라는 지방의회 본연의 가치를 함께 세워갈 것인지에 대한 출발점의 질문이기 때문이다. 다수당이 의장단을 구성할 권한을 갖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선거 결과로 확보한 의석은 민심의 반영이고, 본회의 표결은 의회 민주주의의 공식 절차다. 그러나 절차가 있었다고 해서 정치적 숙제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표결로 끝나는 제도가 아니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뼈대이지만,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반대 진영과도 공존하는 태도는 민주주의의 살이다. 뼈대만 있고 살이 없는 정치는 쉽게 딱딱해지고, 결국 도민의 삶과 멀어진다.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대 광역의회다. 1천420만 경기도민의 삶과 직결된 예산, 조례, 행정감시, 정책 검증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교통, 주거, 교육, 복지, 산업, 환경, 안전 어느 하나 가벼운 사안이 없다. 이런 의회에서 원구성은 단순한 내부 인사 문제가 아니다. 전반기 2년의 의정 운영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민주당이 의장단을 모두 가져간 선택은 법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야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부담을 남겼다. 국민의힘 역시 협치 붕괴를 주장하려면 앞으로의 의정 과정에서 더 치밀한 정책 대안과 견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야당의 존재 이유는 자리를 얻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도민을 대신해 다수당과 집행부를 감시하고, 필요한 경우 대안을 제시하며, 잘못된 정책에는 분명히 제동을 거는 데 있다.
이번 갈등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절차’와 ‘협치’를 서로 배척하는 논리로 사용하는 태도다. 민주당이 절차적 정당성만 강조한다면 야당과 도민에게 충분한 정치적 설명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협치만 강조하며 모든 책임을 민주당에 돌린다면 야당 스스로도 의회 운영의 실질적 책임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협치는 자리 나눠 갖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러나 협치의 상징을 무시한 채 협치를 말하기도 어렵다. 의장단 구성은 바로 그 상징의 영역이다.
부의장 한 자리는 의회 권력의 균형을 보여주는 정치적 신호가 될 수 있다. 그 신호가 사라졌다면, 민주당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야당과 소통할 제도적·정치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반발에 머물지 말고 상임위원회, 예산 심의, 행정사무감사, 조례 심사에서 실력으로 존재감을 입증해야 한다.
도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정당이 몇 자리를 차지했느냐가 아니다. 민생 현안이 제대로 다뤄지는지, 예산이 낭비 없이 쓰이는지, 집행부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조례가 현실을 바꾸는지다.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면 피해는 정당이 아니라 도민에게 돌아간다. 경기도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신도시 교통난, 지역 간 교육 격차, 청년 주거와 일자리, 경기북부 발전, 복지 사각지대, 기후위기 대응, 산업 경쟁력 확보까지 의회가 손 놓고 있을 시간이 없다. 여야가 출범 첫날의 감정싸움에 갇혀 있다면 도민은 의회를 민생의 현장이 아니라 정쟁의 무대로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다수당답게 넓어져야 한다. 다수 의석은 더 많은 권한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더 무거운 책임을 뜻한다. 야당을 설득하지 못한 채 숫자로 밀어붙인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향후 모든 의정 현안에서 불신이 반복될 수 있다.
국민의힘도 야당답게 날카로워져야 한다. 비판은 필요하지만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 의장단 배분 문제를 넘어 예산의 우선순위, 조례의 실효성, 집행부 정책의 허점, 지역 현안의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강한 야당’이라는 표현이 구호가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제12대 경기도의회의 첫 장면은 아쉽다. 그러나 아직 전부는 아니다. 정치는 갈등을 피하는 기술이 아니라 갈등을 제도 안에서 조정하는 책임이다. 다수당은 다수의 힘을 절제할 때 더 강해지고, 야당은 반대의 명분을 정책으로 증명할 때 더 신뢰받는다.
경기도의회가 이번 원구성 갈등을 단순한 자리싸움으로 남긴다면 출범 초기부터 도민에게 실망을 안길 것이다. 반대로 이 갈등을 계기로 여야가 협치의 원칙과 견제의 품격을 다시 세운다면 오히려 의회의 성숙도를 높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그러나 협치는 민주주의의 품격이다. 경기도의회가 지금 붙들어야 할 것은 승리의 계산이 아니라 도민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