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석탄 등 화석 연료의 화려한 부활

- 기후 목표 달성 난망 속 ‘아시아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

2026-07-01     김상욱 대기자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으로 이란을 공격함으로써 발발한 이란 전쟁으로 인해 한국, 일본을 포함 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에너지원을 다변화하려 하고 있지만, 이는 기후 변화 억제에 대한 약속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즉 석탄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들은 석탄과 원자력 발전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로 인해 ‘기후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되고 있다고 AP통신이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과 일본은 전력 부족 문제로 인해 ‘석탄’ 사용을 늘리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고, 동남아시아 국가들 역시 석탄 사용을 늘리면서도 재생 에너지 목표를 설정하고 있지만 모순되는 에너지 정책이 당초 기후 목표를 역행시킬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충격’에 큰 타격을 입은 발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에너지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지만, 이는 기후 변화 억제에 대한 약속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예상 밖으로 길어지면서 에너지 수요가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원자력 발전을 검토하고, 재생 에너지 보급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위기 상황에 대비한 완충 장치로 석탄 발전에도 투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화석 연료이든 청정에너지이든 확보가 가능한 모든 에너지가 최우선 정책이 되고 있다.

* 화석 연료의 부활

듀크대학교 니콜라스 에너지·환경·지속가능성 연구소의 산딥 파이(Sandeep Pai)는 “이란 전쟁이 동남아시아 에너지 안보의 핵심 축인 에너지 견인차 석탄의 위상을 흔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석탄은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배출량을 줄이고 대기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퇴출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분쟁으로 인해 이러한 계획이 복잡해졌다. 석탄의 부활이라고나 할까.

파이는 “결국 에너지 안보가 다른 모든 기후 관련 고려 사항보다 우선한다”고 말했다.

동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어 아시아로의 석유와 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자 ‘국가 에너지망’(national energy grids)을 유지하기 위해 ‘석탄 사용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과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산딥 파이는 이러한 긴급 대응이 석탄의 수명을 연장하는 장기적인 정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 증가 추세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석탄 투자액은 2026년에 1,8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12년 이후 최고치이다.

2021년 유엔은 약 200개국이 석탄 화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합의한 후 석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어지자 유럽 국가들은 석탄 소비를 늘리고 화석 연료 파이프라인과 수입 터미널을 추가로 건설했다.

미셸 마누크 퓨처콜(FutureCoal)의 미셸 마누크(Michelle Manook)는 10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두 번째로 발생한 이러한 에너지 충격이 아시아의 에너지 안보에 있어 석탄의 가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퓨처콜은 과거 세계석탄협회(WCA=World Coal Association)로 알려졌던 화석 연료 업계 지원 단체이다.

WCA는 전 세계 석탄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제적인 조직으로, 석탄이 현대 사회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바를 강조하며,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청정 석탄 기술(Clean Coal Technology)의 발전을 옹호한다. 이 조직은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석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될 때, 정책 입안자들에게 산업적 조언과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비영리 기구이자 전 세계 에너지 인프라를 추적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석탄 화력 발전량은 0.6% 감소했지만, 신규 석탄 화력 발전 용량은 3.5% 증가했다.

* 동남아시아, 화석 연료와 옥상 태양광 발전에 주목

세계 최대 화력 발전용 석탄 수출국이자 화석 연료 산업의 지표(bellwether) 역할을 하는 인도네시아는 석탄 가격이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무역 규정을 개편하고,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동시에 인도네시아는 새로운 태양광 목표를 추구하며, 현재 1.3기가와트인 옥상 태양광 발전 용량을 2034년까지 100기가와트로 늘릴 계획이다.

전 세계 전력 데이터를 분석하고 석탄 발전 감축을 옹호하는 영국의 에너지 싱크탱크인 엠버(Ember)의 데이브 존스(Dave Jones)는 “인도네시아는 여러 면에서 석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면서 “지역 전력 생산 성장에서 재생에너지가 여전히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베트남도 석탄 사용량을 늘렸지만, 2030년까지 전국 공공기관과 가정의 10%에 옥상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후 필리핀은 석탄 소비를 늘리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national energy emergency)를 선포했다.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 금지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해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전에 승인된 프로젝트들은 계속 건설될 예정이다.

한편 필리핀 소비자들은 기록적인 속도로 ‘옥상 태양광’(rooftop solar)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필리핀의 비영리 단체인 뉴 에너지 넥서스(New Energy Nexus)의 브렌다 발레리오(Brenda Valerio)는 “이번 사태가 녹색 에너지 분야에서 이뤄낸 성과를 완전히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에너지 전환이 비선형적이고 논쟁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 부활하는 석탄과 원자력 발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액화 천연가스의 상당 부분은 에너지 수요의 거의 전부를 수입하는 한국과 일본으로 향한다.

전력 부족에 직면한 한국은 석탄 발전소 3곳의 폐쇄를 연기하여, 기후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량을 늘리고 가동이 중단된 5개 원자로의 유지보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의 미야모토 미치요(Michiyo Miyamoto)는 일본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동을 중단했던 원자력 발전소들을 재가동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사고로 인해 원자력 발전소 폐쇄로 전체 발전 용량이 약 3분의 1로 줄어들면서 일본은 석탄 사용을 늘려왔다.

인도는 수입 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석탄을 산업용 연료와 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데 39억 달러를 투자하여 석탄 사용을 유지하려 한다.

1945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건축 및 전략 컨설팅 그룹인 람볼(Ramboll)의 아시아 태평양 에너지 담당 이사인 루크 홀트(Luke Holt)는 “배출량을 줄이고,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은 수년간의 노력과 집중이 필요한 장기적인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탈탄소화 계획은 여러 차례 차질을 빚어 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