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물… 그리고 반도체

2026-06-30     이동훈 칼럼니스트
순수로

중동과 남미는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가뭄 영향권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릉을 중심으로 동해안권이 가뭄 타격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 전체의 열에너지와 수분의 불규칙한 이동을 의미한다. 극심한 폭염과 혹한, 폭우와 가뭄이 기존에 비해 훨씬 강하고 불규칙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특히 여기서 생활 또는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가 폭염과 가뭄이며, 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물’이다.

극단적으로 보면 미래에 물 부족을 겪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지역은 강원도와 경북 산간 지역뿐이다. 우리나라 수계도(水系圖)를 이해한다면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극단적인 가뭄은 상류 댐이나 하천에서 하류로 흘러갈 물이 거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물은 깊은 산과 하천 중상류에만 흐르는 상황을 상정해 봐야 한다. 물론 가뭄은 매년 같은 패턴으로 오지 않는다. 폭우와 가뭄이 번갈아 온다는 의미다. 그러나 수돗물이 단 며칠만 끊어져도 우리는 일상을 영위할 수 없다.

반도체도 전혀 다르지 않다.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회를 보면서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반도체 클러스터 논의를 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상황이나 그 대비책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았다.

그는 반도체에 엄청난 양의 초순수(超純水)가 투입된다는 사실을 모를까? 아니면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물 부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아니면 영산강이나 장성호의 물이 반도체 공정과 농업용수, 식수로 다 써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시원시원하게 발표하고, 답변하는 김 장관을 그 자리에서 칭찬했다. 장관이 칭찬받기 위해 있는 자리인가? 전라남도 지역은 매년 물이 부족하고, 반도체가 생산되면 극단적인 물 부족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며, 가뭄까지 들면 재앙에 가까운 상황이 온다는 것을 그는 왜 말하지 않는가?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에 팹을 짓지 않을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전력과 달리 10년이든 20년이든 시간이 걸려 준비해도 되지 않는 게 바로 ‘물’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반도체 기업이 물 부족 지역에 수백조 원을 투자한다면 바보겠지만, 법률에서는 배임(背任) 말고 더 적합한 말이 없다.

극한 가뭄이 오면 상수도와 반도체 공장 중에서 어느 쪽 파이프라인 꼭지를 먼저 잠글까? ‘물’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