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란 전쟁 후 “에너지 안보” 모색

2026-06-19     김상욱 대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안에 양측의 서명이 이뤄짐으로써 전투가 중단된 상황에서 유럽은 이란 전쟁 혼란 이후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라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세계 연료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라는 이란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과거에 생각지 못했던 사태가 발생,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 물가의 상승을 글로벌 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드리웠다. 이로써 세계 각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대체 무역(alternative trad)과 에너지 경로(energy routes)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걸프 국가’들과 ‘인도’에 눈을 돌리면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미래 분쟁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려하고 있다.

* 대체 경로의 하나인 인도 통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IMEC= India-Middle-East-Europe Economic Corridor)으로 알려진 사업에 대해 다시 관심을 표명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이번 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에게 “더욱 탄력적이고, 선택권을 제공하는 ‘대체 수출 경로’(alternative export routes)가 만들어졌으며, IMEC와 같은 다른 경로도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IMEC는 러시아가 호전적인 태도를 누그러뜨릴 기미를 거의 보이지 않고, 미국이 전략적 유대 관계를 약화시키는 시기에 EU에 더 큰 경제적 회복력, 공급망 다변화 및 에너지 안보를 제공하여 EU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EU 자체는 양해각서(MOU)를 통해 IMEC를 지원해 왔지만, 27개 회원국 중 공식 서명국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밀 논의 내용을 공개할 권한이 없어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EU 외교관에 따르면, 막후에서는 IMEC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한다.

고위급 회의에 참석했던 고위 EU 외교관은 “현재 초점은 그 비전을 세 가지 핵심 분야, 즉 ▶ 교통 및 무역 연결성 ▶ 에너지 연결성, 그리고 ▶ 디지털 연결성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구현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며, “여기에는 새로운 파이프라인과 송전 케이블을 비롯한 여러 인프라 구축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IMEC는 이스라엘을 통과할 예정이며 이스라엘의 지지를 받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IMEC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히며, 이를 “매우 혁명적이고 획기적인 발전이며, 우리가 반드시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에 본부를 둔 지역 안보 연합의 공동 설립자인 리앤 폴락-데이비드(Lianne Pollak-David)는 “최근 온라인 브리핑에서 IMEC 프로젝트를 진전시키는 데 있어 미국의 리더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특히 이 프로젝트의 필수 참여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 정상화를 지원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관계 정상화 없이는 IMEC가 진정으로 실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2개 국가 해법)을 위한 명확한 방안이 제시될 경우에만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하여 걸프 아랍 국가들에 피해를 입힌 이란과의 전쟁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 중동 분쟁 지역 우회가 목표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란 전쟁 발발 후 54일 동안 유럽연합이 석유와 가스 수입에 250억 유로(약 44조 원)를 추가로 지출했으며, 장기적인 항공유 부족 위험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그녀와 안토니오 코스타(Antonio Costa) 유럽 이사회 의장은 지난 4월 EU 정상회의에서 EU가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분쟁 지역을 우회하는 새로운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걸프 국가들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안의 가치는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유전에서 홍해까지 이어지는 동서 송유관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란 전쟁이 발발한 후, 아람코(ARAMCO)는 송유량을 하루 최대 700만 배럴까지 늘렸다.

G7 정상들은 “호르무즈 해협 항로를 벗어난 육상 구간을 포함한 인프라 구축 및 자금 조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 파스칼 콩파브뢰(Pascal Confavreux)가 AP통신에 밝혔다.

독일 마셜 재단(Marshall Fund)의 애널리스트인 가브리엘 미첼(Gabriel Mitchell)에 따르면, EU가 걸프 국가들의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단기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는 건설 기간이 가장 짧은 석유 및 가스 파이프라인과 전쟁 중 테헤란의 공격을 받았던 걸프 지역 시설 복구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다.

미첼은 모든 신규 프로젝트는 EU의 친환경 정책에 부합해야 하며, 이는 예를 들어 파이프라인이 가스와 수소를 모두 운송할 수 있는 미래의 ‘이중 용도’(dual-use) 기능을 고려하여 건설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지역 연결 송전선

또 다른 프로젝트는 EU가 지원하는 그레이트 시즈 인터커넥터(GSI=Great Seas Interconnector)로, 유럽 대륙의 전력망을 EU 회원국인 키프로스와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연결하기 위해 1,208km(750마일)에 걸쳐 건설될 예정이다.

GSI는 자금 조달과 관련된 관료주의적 절차에 얽매여 있지만, 키프로스와 이스라엘의 에너지 고립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인도와의 에너지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IMEC의 일부를 형성하는 등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스라엘에 본부를 둔 국가안보연구소(Institute for National Security Studies)의 선임 연구원인 갈리아 린덴스트라우스(Gallia Lindenstrauss)는 GSI를 “현대 에너지 수요에 대한 매우 실용적인 해결책”이자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길을 열어주는 프로젝트라고 극찬했다.

린덴스트라우스는 “에너지 안보와 전력망 백업이 세계적인 의제로 부상함에 따라, 이 프로젝트는 유연한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는 지난주 동부 지중해 지역이 “세계 에너지 개발에 있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지역”으로 여겨짐에 따라 미국이 그리스, 키프로스, 이스라엘 간의 에너지 협력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트 장관은 휴스턴을 방문, 라이스 대학교에 설립된 동부 지중해 에너지 센터의 개소식에 참석했다. 이 센터는 천연가스 매장량 개발, 미국의 액화 천연가스 인프라 구축, 유럽 지역의 에너지 수송망 확충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