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SMR 초도호기 부지 선정 결과 겸허히 수용 "시민 성원 큰 자산"

원자력산업 중심도시 도약 의지 재확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SMR 국가산단 계획대로 추진키로

2026-06-18     이상수 기자
경주시청

경주시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초도호기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SMR 국가산업단지를 축으로 차세대 원자력산업 육성을 계속 추진한다. 단일 발전시설 유치에 의존하기보다 연구개발과 부품 제작, 인력 양성, 기업 집적을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이다.

경주시는 18일 SMR 초도호기 부지 선정 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고 유치 활동에 참여한 시민과 관계기관·단체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전날 신규 대형 원전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을, SMR 초도호기 후보지로 부산 기장군을 선정했다. 경주시는 원자력 관련 기관과 주민 수용성, 동해안 에너지산업 연계 여건을 앞세워 기장군과 경쟁했지만 최종 후보지에 포함되지 못했다.

초도호기 유치 무산에도 경주의 원자력산업 기반 조성사업은 계속된다. 경주시가 추진하는 SMR 국가산업단지는 문무대왕면 일원 113만5000㎡에 약 3936억원을 투입해 연구·제조기업과 소재·부품·장비 업체를 모으는 사업이다. 경주시의 사업계획에는 2028년 착공과 2032년 준공을 목표로 산업단지 조성 절차를 진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도 연구개발 거점으로 활용된다. 연구소는 감포읍 일원 약 222만㎡에 원자력 안전과 혁신형 원자로, 원전 해체·방사성폐기물 관리 기술을 연구하는 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경주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월성원자력본부, 한국원자력환경공단도 자리 잡고 있어 발전소 운영부터 연구와 폐기물 관리까지 원자력 관련 기관이 밀집해 있다.

원전기업의 생산기술과 인력 양성을 지원할 시설도 추진 중이다. 경주시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공모를 통해 총사업비 320억원 규모의 SMR 제작지원센터를 유치했다. 센터는 1만6500㎡ 부지에 3차원 출력 기술 등을 활용한 제작·시험 기반을 갖추고 중소·중견기업의 부품 생산과 전문인력 교육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원자력산업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경주가 관련 산업 육성을 이어가는 배경이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의 2024년 원자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산업 매출액은 35조9158억원으로 전년보다 11.7% 증가했다. 관련 인력은 3만7341명으로 1년 사이 1234명 늘었다. 연구·제조시설과 기업 유치가 실제 지역 채용과 협력업체 매출로 연결될 경우 경주의 산업구조 다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SMR 산업은 아직 기술개발과 인허가, 경제성 검증이 동시에 진행되는 단계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전 세계에서 80개가 넘는 SMR 설계와 개념이 개발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개발 단계에 있다고 설명한다. 연구시설과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만으로 성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입주기업 확보와 기술 상용화, 안정적인 전문인력 공급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지역사회와의 소통도 지속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원자력 시설 유치는 지역 투자와 고용 확대에 대한 기대가 있는 반면 안전성, 방사성폐기물 관리, 주민 참여 절차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도 수반한다. 경주시가 이번 공모 과정에서 확인했다고 밝힌 주민 수용성을 장기적인 산업 기반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 정보와 안전관리 계획, 지역경제 기여 효과를 시민에게 지속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경주시는 경상북도와 포항시, 지역 대학 및 산업계가 공모 과정에서 구축한 협력망을 SMR 산업생태계 조성에 활용할 계획이다. 초도호기는 기장군에 들어서지만 연구와 제작, 부품 공급 등 후속 산업을 경주로 끌어들여 원자력산업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유치를 위해 힘을 모아주신 시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고 안타깝다”며 “이번 공모 과정에서 확인된 시민들의 단합된 힘을 바탕으로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SMR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차질 없이 추진해 대한민국 원자력산업 중심도시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