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건축 ‘정치판’ 변질된 현장… ‘내부의 적’과 ‘SNS 괴담’에 멈춘 시간

2026-06-16     이종민 이정애 기자

최근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재개발 현장마다 ‘사업 지연’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신음하고 있다. 정비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가치는 ‘속도’와 ‘투명성’이지만, 실제 현장은 주도권 다툼을 일삼는 토지 등 소유자들의 사적 욕망과 외부 업자들의 개입이 맞물려 ‘정치판’을 방불케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잇따르는 ‘해임 잔혹사’, 파국은 조합원의 몫

강동구 삼익그린맨션2차, 상계2구역, 잠실 미성·크로바 등 주요 현장들은 수년간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의 해임을 둘러싼 분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명분은 늘 ‘투명한 사업 추진’이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사례가 입증하듯,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따른 ‘깜깜이식 해임’은 리더십 공백과 사업 표류로 이어져 결국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분담금 피해를 안긴다.

올림픽선수기자촌, ‘투명성’ 뒤에 숨은 월권 논란

최근 올림픽선수기자촌 재건축 현장에서도 유사한 위험 징후가 포착된다. 대단지라는 특수성을 노린 외부 세력 개입 의혹과 함께, 일부 세력은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 뒤에 숨어 사업 근간을 흔드는 월권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적법하게 운영 중인 추진위원회와 별개로 법적 근거가 없는 임의 조직을 구성해 업무 전반에 개입하려는 행태는 현장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감사가 특정 용역 업체 선정을 알선하거나 특정 회계 프로그램·인력 채용을 강요한다는 의혹, 10여 명의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이유로 추진위 회의에서 전권을 행사하려는 태도는 과연 누구를 위한 투명성인지 의문을 자아낸다.

SNS를 통한 여론 조작과 사업 방해

SNS는 익명성을 무기로 합리적 토론을 가로막는 ‘갈등의 온상’이 되었다. 일부는 SNS에 악의적인 의혹을 도배하며 여론전을 주도하고, 합리적인 질문을 던지는 소유자를 향해서는 ‘집단 린치’를 가해 배제한다.

이들은 정비업체의 입찰 지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감사 종료 시까지 추진위원장의 업무 전면 중단을 요구하는 등 정상적인 인허가 절차를 방해하고 있다. 현재 해당 정비업체는 이들의 업무 방해 및 명예훼손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감사의 반론과 엇갈리는 시각

이 같은 일련의 행보에 대해 해당 추진위 감사는 “5년 동안 무보수로 일했으며, 오직 사업의 투명성을 위해 사심 없이 행동했다”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감사의 입장으로는 자신의 정당한 감시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갈등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추진위와 일부 권리 소유자들은 이 과정이 실체적 진실 규명이 아닌, 사실관계 확인 없는 의혹 유포와 권한 밖의 월권행위로 점철되어 있다고 반박한다.

조합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

정비사업의 가장 큰 적은 외부 규제가 아닌 ‘내부의 분열’이다.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결국 사업 지연과 분담금 폭탄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위협한다.

관계 당국은 주민 자율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방관할 것이 아니라, 전체 조합원의 재산권 보호가 위협받는 극단적인 경우 행정 규칙을 도입해서라도 적극적인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현장에 필요한 것은 ‘갈등을 위한 투쟁’이 아닌, ‘성공적인 완공을 위한 연대’다. 자극적인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인 사업 진행 상황을 직시하는 조합원들의 현명한 판단만이 우리 재산을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할 때다.

해괴한 현상은 인터넷상에 검색만 해도 흔히 5년간 조합장 해임총회만 300여 건을 성공했다는 어느 변호사의 홍보 프로필이 재개발 재건축 현장의 흑역사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