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맞선 산체스 총리, 국제 정치적 ‘록스타’ 되다

2026-06-12     김상욱 대기자
페그로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가 국내 정치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제 정치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유럽연합(EU) 내에서 중요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국제정치적 록스타’(international political rockstar)가 됐다.

물론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 정면으로 맞서며 유럽 내 회의 때마다 기자들이 찾지 않는 양상이 바뀌어, 이제는 기자들이 몰려드는 주요 인물로 자리매김이 됐다.

특히, 산체스 총리는 이란 전쟁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유럽 내 도덕적 리더(moral leader)로 부상했다. 산체스 총리의 국제적 위상은 국내 정치적 문제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 기반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그가 어떻게 국제 정치적 록스타가 됐는지 그 과정을 정치전문 매체인 미국의 폴리티코가 조명했다.

* 주목받는 산체스로 변신

유럽 정상들이 브뤼셀에서 정기 회의를 개최할 때,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54세의 스페인 총리가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리는 거대한 유리 타원형 건물 아래 레드카펫을 걸어 내려올 때면, 스페인 기자들만 앞으로 몰려들어 국내 문제에 대한 질문을 쏟아낸다. 다른 나라 기자들은 자국 지도자에 집중하거나,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이탈리아 총리 조르지아 멜로니 등 EU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거물급 인사들을 쫓아다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정상회담에서 산체스 총리는 평소와 달리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어 서로 밀치고 마이크를 흔들며 그의 발언을 듣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 내정에 시달리는 산체스에 관심 급증하는 이유

산체스 정부가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가 아니다. 산체스 총리의 취약한 연립정부는 의회 파트너들의 외면을 받아 법안 통과조차 불가능한 상태이다. 게다가 산체스 측근들이 연루된 일련의 부패 스캔들이 그의 행정부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 총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해변과 유흥(nightlife)으로 더 잘 알려진 나라의 수장이 최근 이란 전쟁, 더 나아가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유럽의 반대 입장을 대변하는 뜻밖의 인물로 부상(浮上)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을 시작했을 때, 산체스 총리는 유럽연합(EU) 정상들 가운데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군사 작전을 규탄했다. 프랑스 마크롱이나 독일 메르츠처럼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 지도자들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불법적인 침략 행위’(illegitimate aggression)를 단호하고도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워싱턴의 반응도 스페인의 비판에 대한 것이었다. 산체스 총리가 미군 전투기의 공동 기지 및 스페인 영공 사용을 금지한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을 격분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을 끔찍하고, 비우호적’(terrible and unfriendly)이라며, 마드리드와의 모든 무역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위협했고, 나중에는 스페인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이 산체스 총리를 특정해 지목함으로써, 의도치 않게 고립된 스페인의 전쟁 반대의 입장을 유럽 거의 모든 국가가 수용하는 입장으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여 EU 지도자들은 서둘러 마드리드의 동료 산체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 이에 고무되어 EU는 이란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는 데 동참했다.

불과 몇 달 만에 스페인 총리는 유럽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던 인물에서 EU도덕적 지도자로 떠올랐다.

산체스 총리의 오랜 동맹인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인터뷰에서 스페인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우리는 단지 선두에 서서 다른 나라들이 뒤따를 수 있도록 이끌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 산체스, 난국의 국내 정치 타개책으로 불법 침략 비판했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국제 무대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국내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산체스는 정부를 둘러싼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았지만, 정치적 반대파들은 그를 형사 사건과 연관시키려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중도우파 국민당 대변인인 알리시아 가르시아 상원의원은 최근 스페인 상원 회의에서 페드로 산체스는 부패의 대명사(synonymous with corruption)”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는 산체스 총리에 대한 존경과 찬사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이는 트럼프에 대한 그의 반대 입장이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유럽 대륙 대다수의 견해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을 꺼려왔다. 미국은 EU의 최대 무역 파트너 가운데 하나이며, 독일과 같은 국가들에게 안정적인 관계 유지는 필수적이다. ,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NATO)’를 약화시키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방위는 여전히 미국 주도일 뿐만 아니라 미국 중심적이다.

* ‘실용주의보다 신념이 강한 산체스

산체스는 그러한 현상 유지의 예외이다. 미국과의 무역 관계가 제한적인 스페인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며, 지리적으로도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또한 산체스 총리가 주도한 재생 에너지 붐 덕분에 이란 관련 에너지 충격으로부터도 비교적 영향을 덜 받고 있으며, 이는 유럽 전역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사전 준비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이다.

산체스 측근들은 트럼프에 대한 그의 일관된 강경한 입장이 실용주의보다는 신념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자주의와 전후 세계 질서가 시대착오적인 개념으로 여겨지는 이 시점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온건파 산체스 총리는 이러한 이상을 지키기 위해 세계 최강대국에 맞설 의지가 있는 진정한 신봉자로 묘사되고 있다.

알바레스는 그는 언제나 인권 존중과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위해 헌신해 왔다. 그것이 바로 그가 진정으로 믿는 바이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폴리티코 유럽 펄스 포럼’(POLITICO’s European Pulse Forum)에서 그는 유럽이 전 세계의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덕적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면서 유럽 시민들은 지도자들이 외면하거나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도자들이 인류가 직면한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산체스의 도덕적 입장은 어떻게 형성됐나?

스페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데 내재된 도덕적 입장은 역설적이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에서 맺어진 인연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산체스는 1995년 마드리드에서 경제 및 경영학 학위를 받은 직후 뉴욕으로 이주하여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그는 산체스의 부모님(견고한 중산층 공무원)과 아내가 아는 사이였던 고() 카를로스 웨스텐도르프 전 유엔 주재 스페인 대사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기 시작했다.

호기심 많은 24세 청년은 국제 정세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며 전 외무장관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그의 제자 같은 존재가 됐다. 1997년 웨스텐도르프가 보스니아 고위 대표로 임명된 후, 그는 당시 브뤼셀 유럽의회 보좌관직을 마무리하고 있던 산체스에게 연락하여 자신의 팀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다.

스페인 출신인 그는 거의 4년간의 포위 공격으로 모든 건물이 총탄 자국으로 가득했던도시에 도착했다. 당시 유엔 임무단의 대변인이었던 언론인 빅토리아 가르시아는 직원 여성들이 190cm가 넘는 잘생긴 산체스에게 열광했던 모습을 회상했다고 한다.

산체스는 그 시절에도 나라가 폐허가 된 상황에서 우리는 헌법, 형사 사법 제도, 심지어 국기와 국가까지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책임을 맡았다는 것이다.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막 취득한 산체스는 경제 고문으로 영입되어 일련의 복잡한 정책 보고서를 통해 보스니아의 미래 금융 시스템을 구상하는 임무를 맡았다. 가르시아는 산체스가 자신이 믿는 바를 옹호할 때는 고집이 셀 수 있다는 초기 징후로, 그의 정책 제안을 일축한 고위 미국 대표와 충돌한 사건을 언급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크로아티아인, 세르비아인, 무슬림 간의 폭력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산체스 총리는 웨스텐도르프 특사와 함께 보스니아 전역을 순방하며 지역 지도자들과 회담을 가졌다. 가르시아에 따르면, 보스니아에서 시간을 보낸 팀원들은 누구든 다자주의와 법치주의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유엔과 같은 기구들이 하는 일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산체스는 2019년 자신의 회고록 저항 매뉴얼”(Manual de Resistencia)에서 사라예보에서의 경험이 자신을 민족주의와 정체성 정치의 폐해로부터 보호해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혐오 발언의 결과, 즉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결과를 고려하지 않는 파렴치한 정치인들을 보았다. 혹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대립을 통해 국민의 가장 추악한 본성을 부추긴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산체스는 미국 전투기와 폭격기가 세르비아와 코소보로 향하는 길에 도시 상공을 비행하는모습을 보며 잠 못 이루던 밤들을 회상했다고 한다. 당시 워싱턴은 그곳에서 인종 청소를 막으려 하고 있었다. 산체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의 유고슬라비아 폭격이라는 용감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산체스는 2019년에 나는 치명적인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진심으로 자신과 대통령직, 그리고 조국을 바친, 깊이 관여하는 한 남자를 보았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미국이 다자주의에서 이탈한 것을 개탄하며, 그는 고립주의적인 공화당 대통령이 클린턴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가르시아는 산체스가 유엔의 활동에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정치계에서 미래를 꿈꾸는 데에는 항상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웨스텐도르프가 사회당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돌아갈 때마다, 이 젊은 스페인인은 정치 조직 내에서 인맥을 쌓기 위해 산체스와 동행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요청하곤 했다고 한다. 그는 사라예보보다 더 큰 야망을 가진 정치적 인물이라는 것이 분명했었다고 한다.

산체스가 보스니아에서 얻은 교훈은 오랫동안 눈에 띄지 않았지만, 결국 그가 해외 분쟁, 국제기구의 역할,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민주 정부의 의무를 바라보는 방식의 핵심이 되었다.

* 정치적 신념과 정치적 생존이라는 현실과 충돌

1999년 웨스텐도르프 참모진에서의 임기를 마친 산체스는 스페인 마드리드로 돌아와 사회당 소속으로 지방 정치에 입문했다. 10년 넘게 평의원 생활을 이어오던 그는 2014년 당 대표 경선에 도전해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직업 외교관이었던 알바레스는 산체스를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젊고 역동적인 사회당 지도자에게 매료되었다고 말했다. 산체스는 스페인 주요 정치인 중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국제 언론을 꾸준히 읽는 최초의 인물이었다. 미래의 외무장관인 알바레스는 산체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아 결국 외교관직에서 휴직하고 그의 국제 문제 고문이 되었다.

알바레스는 그가 오늘날까지도 고수하고 있는 동일한 원칙들을 옹호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그는 유럽 프로젝트와 그 가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기후 변화에 대한 진지한 우려, 양성평등 옹호, 유엔과 다자주의에 대한 깊은 존중, 그리고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이 항상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 영합 세력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지지를 얻어가던 시기에, 알바레스는 산체스가 스페인을 이끌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당의 원로들은 지역 지도자들에게 과도한 권력을 부여하는 분권화된 당 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는 새 지도자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산체스는 스페인의 양당 정치 체제 붕괴를 가속화한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 중도좌파 정당의 당권을 잡았고, 새로운 극좌 및 경제자유주의 정당들이 사회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을 잠식해 나갔다. 연이은 선거 패배를 틈타 구세대 정치 세력은 산체스를 경험 부족한 초보 정치인으로 몰아세우고 201610월 그를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많은 정치인들에게 그것은 끝이었을 것이지만, 산체스에게는 뜻밖의 재기의 시작이었다. 이후 스페인 정치계의 전설이 된 행보로, 그는 풀뿌리 운동을 펼쳐 지지 기반을 되찾기 위해 푸조 자동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당원들을 직접 만나고 밑바닥부터 지지층을 재건했다.

그와 동행했던 인물들 중에는 이후 산체스에게 큰 골칫거리가 된 몇몇 인물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훗날 교통부 장관 겸 공공사업부 장관이 되었지만, 현재는 부패 혐의로 수감 중인 호세 루이스 아발로스와, 뇌물 스캔들에 연루되기 전 사회당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한 명이 된 산토스 세르단이 있었다.

산체스의 여정은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예상치 못한 표차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된 시기와 그의 취임 초기 몇 달과 맞물려 있었다. 축출된 사회당 지도자에게 충성을 유지했던 알바레스는 당시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트럼프의 정책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화는 미국 대통령의 행동에 관한 것이 아니었고, 오늘날까지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그러한 행동이 스페인을 어떤 상황에 놓이게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항상 우리가 어떻게 원칙을 지키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였다.”고 덧붙였다.

결단력이 좋은 산체스의 철저한 밑바닥으로부터의 대면 정치 활동은 효과를 거두었다. 20175월 사회당의 새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산체스는 경쟁자들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7개월 전 축출되었던 자리에 복귀했다.

산체스는 당 대표직을 두 번째로 맡았을 때, 과거의 실추를 초래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는 당을 자신의 이미지에 맞게 신속하게 재편하면서 내부 반대파를 제거하고 사회당을 오늘날과 같은 극도로 중앙집권적이고 지도자 중심적인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

그의 다음 행보는 더욱 대담했다. 일련의 심각한 부패 스캔들을 기회로 삼아, 산체스는 2018년 당시 총리였던 마리아노 라호이를 실각시키기 위한 불신임 투표를 주도했는데, 이는 현대 스페인 정치에서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이 시도는 성공했고, 한때 야당 지도자였던 그는 순식간에 스페인 정부 수반으로 거듭났다.

* 개방적이고 진보적이며 유연성을 가진 산체스의 행보

지난 4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 시장 회의에서, 전 세계 지방 자치 단체장들은 산체스 총리가 이민자와 다양성을 포용하는 개방적인 도시를 옹호하는 연설을 하자 환호했다.

그는 록스타 같아요. 세상이 필요로 하는 바로 그런 인물이죠. 트럼프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보주의자니까요.” 라고 한 미국 지방 공무원이 말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자신의 도시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산체스의 국제적 인기와 인식되는 강인함은 그의 분열적인 평판과 취약한 국내 정치적 입지와는 대조적이며, 이러한 취약성은 단순히 그의 측근들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 때문만은 아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8년간 권력을 유지해 왔지만, 항상 스페인의 분열된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소수 정당의 지지가 필요한 취약한 소수 정부를 이끌어 왔다. 사회당 대표인 그는 종종 필요를 미덕으로 삼는다는 말처럼 전략적 파트너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조정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한 실용주의는 스페인 국민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산체스 총리 이전에는 스페인 국민들은 국가 차원의 연립 정부나 그 정부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산체스 총리의 가장 논란이 많은 정책 중 하나는 2023년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의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분리주의 정치인들을 사면한 조치이다. 오랫동안 사면 조치에 반대해 왔던 그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이 결정은 총리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카탈루냐 정당들의 지지를 얻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유권자들의 반감을 샀고, 많은 유권자들은 아직까지도 그의 정책 번복을 용서하지 않고 있다.

스페인 국영 사회학 연구센터가 실시한 최신 월간 설문조사에 따르면, 산체스 총리가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정치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국민의 63%는 그를 거의 신뢰하지 않거나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산체스 총리가 사면 협정을 맺었던 분리주의 정치인들은 이후 총리를 버렸고, 이 때문에 그의 소수 정부는 현재 법안 통과는 물론 새 예산안 편성에도 필요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 스캔들에 휘말리는 산체스

산체스는 2018년 깨끗한 정부를 약속하며 집권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그의 가장 가까운 동맹들, 특히 전국적인 선거 운동 동료였던 아발로스와 세르단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부패 혐의로 기소되었다.

지난달 스페인 국가법원이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전 총리를 돈세탁, 영향력 행사 등 여러 범죄 혐의로 기소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산체스 총리는 과거 사파테로 전 총리를 따라야 할 본보기이자 영감의 원천이라고 칭송까지 한 적이 있다. 불과 며칠 후, 스페인 민병대 정예부대인 중앙작전부(COO) 요원들이 산체스 총리의 비판자들을 깎아내리려는 치밀한 음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여당 본부를 급습했다.

최근의 사태 전개는 총리의 의회 동맹들에게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체스 총리가 법안 통과에 의존하는 바스크 민족주의당과 같은 지역 정당들은 집권당의 스캔들과 연관되는 것을 점점 더 꺼리고 있으며,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퇴임 여부는 궁극적으로 총리의 결정에 달려 있다. 스페인 야당은 분열이 심해 그를 권력에서 몰아낼 수 없으며, 산체스 총리는 20278월에 끝나는 의회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공언했다.

마드리드 카를로스 3세 대학교의 정치학자 파블로 시몬은 현재의 교착 상태가 산체스 총리로 하여금 국제 문제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의회 마비로 인해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해외에서는 대다수 스페인 국민의 정서와 상당히 일치하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 대외 발언에 효과적이고 자신감 붙은 산체스

산체스의 이 전략은 과거에 효과적이었다.

2023107일 하마스(Hamas, 가자지구 실효 지배 정파)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약 1,200명이 사망하자, 스페인 총리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작전을 집단 학살”(Genocide)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비판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입장은 이스라엘 외무장관 기드온 사르로부터 스페인의 수치라는 비난을 받게 했지만, 스페인 국내에서는 산체스 총리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은 산체스 총리에게도 마찬가지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스페인 국민들은 산체스 총리가 나토의 국방비 증액 목표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거부하고, 정부의 군사비 지출 확대를 반대했을 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스페인 국민들의 공감을 진정으로 얻은 것은 이란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 것이었다. 스페인 국민들은 유럽에서 이란 전쟁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국가들 중 하나이다.

최근 폴리티코 여론조사에서 스페인 응답자의 56%가 이번 미국의 이란에 대한 공세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답했고, 43%는 마드리드 정부가 공개적으로 군사 작전에 반대하고 분쟁 종식을 촉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스페인 응답자의 과반수인 51%워싱턴이 유럽에 위협이 된다고 답했는데, 이는 조사 대상 6EU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최근 불거진 논란들이 국제 정치 무대에서 얻은 산체스 총리의 국내 지지 기반을 무너뜨릴지는 불확실하지만, 최근 부패 사건이 보도되기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만약 지금 선거가 치러진다면 스캔들에 연루된 산체스 총리의 사회당이 여전히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체스는 미국의 트럼프에 맞서 싸움으로써 스페인 국민들이 국내 분쟁이나 부패에 대한 이야기를 줄이고 국제 정치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트럼프는 관심을 끌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에게 반대하는 것은 끊임없이 중요한 행동이며, 산체스 총리가 그에게 맞서기로 한 결정은 부인할 수 없는 성공이라는 평가이다.

산체스와 트럼프는 이념적으로는 대립하지만,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다른 사람이라면 정치 경력을 끝장냈을지도 모르는 정치적 패배를 극복한 후, 기존 정당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편했다는 점이다.

2024년부터 스페인 총리 비서실장으로 재직 중인 옥스퍼드대 출신의 39세 학자 디에고 루비오는 산체스 총리를 타고난 투사라고 묘사했다. 그는 자수성가한 인물로, 자신의 당내 기득권 세력을 극복하고 이 자리에 오른 사람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편, 스페인 총리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둘 다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산체스 총리는 결코 사람들을 모욕하거나 그들의 가족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2018년 집권 이후, 산체스 총리는 진보적인 사상을 공개적으로 옹호해 왔으며, 이는 우경화되고 있는 EU 내에서 그를 이례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정상 중 산체스 총리는 현재 집권 중인 중도좌파 총리 세 명 중 한 명이다. 나머지 두 명은 몰타의 로베르트 아벨라 총리와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이다.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 합병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아 그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산체스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은 오히려 그를 유럽연합 내에서 덜 고립시킨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월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모든 정치 진영의 정상들은 스페인 출신 산체스 총리의 편에 서서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이란 공격을 규탄하는 회의 결론을 채택했다. 산체스 총리를 중심으로 뭉친 이들은 유엔 헌장과 국제인도법의 원칙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이 국제법을 완전히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점점 더 우경화되는 세상 속에서 홀로 진보적인 인물로 비치는 산체스 총리의 이미지는 스페인의 차기 총선을 앞두고 국내적으로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