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 파독 간호사의 길 연 이수길 박사 ‘이달의 재외동포’ 선정

독일 간호인력 부족 해결하며 한국 간호사 해외 진출 지원 파독 간호사 정착과 권익 보호에 헌신한 재외동포 의료인 대한민국 경제 발전과 한독 교류 확대에 기여한 숨은 주역

2026-06-15     이정애 기자

재외동포청이 한국 간호사의 독일 진출을 이끌며 대한민국 경제 발전과 독일 한인사회 형성에 기여한 이수길 박사를 6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했다.

이수길 박사는 1928년 함경남도 풍산군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가 마비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의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학업을 이어갔다. 원산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의료인의 길에 들어섰고, 한국전쟁 이후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피란한 상황에서도 독학으로 의사국가검정시험과 국가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소아과에서 진료를 시작한 그는 서울 명동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의료인으로 활동했다. 1959년에는 독일로 유학을 떠나 뮌스터 의대, 베를린 자유대학, 프랑크푸르트대학, 마인츠대학 등에서 연구와 진료를 이어갔다. 독일 소아과 전문의와 방사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고, 일본 도호쿠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으며 국제 의료인으로 입지를 넓혔다.

이 박사의 가장 큰 공적은 1960년대 한국 간호사들의 독일 취업길을 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점이다. 당시 독일 의료 현장은 간호 인력 부족을 겪고 있었고, 한국에서는 전문 교육을 받은 간호사들이 취업난과 열악한 경제 여건 속에서 해외 진출 기회를 찾고 있었다. 이 박사는 독일 병원들과 직접 접촉해 한국 간호사 채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한국 정부와 협력해 파독 간호사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간호사 선발과 현지 병원 연결뿐 아니라 비자와 여권 발급 등 행정 절차를 지원하며 초기 파견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썼다. 그 결과 1966년 1월 31일 첫 파독 간호사 128명이 독일에 도착해 근무를 시작했고, 이후 1976년까지 약 1만 명의 한국 간호사가 독일로 진출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이 박사가 ‘파독 간호사의 대부’로 불린 배경이다.

파독 간호사들은 독일 병원에서 성실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한국인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벌어들인 소득 일부를 고국으로 송금해 산업화 초기 외화 확보에도 역할을 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활동은 개인의 생계와 가족 부양을 넘어 1960~70년대 한국 경제 성장 과정과 재외동포 사회 형성의 중요한 장면으로 평가된다.

이 박사는 간호사들이 독일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했다. 근무환경 개선과 권익 보호, 현지 적응 지원에 힘쓰며 한국 간호사들이 독일 의료 현장과 지역사회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재외동포청은 지난해 독일 현지에서 파독 근로자와 동포들을 만나 간담회를 여는 등 파독 세대의 역사와 공헌을 재조명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선정은 파독 간호사의 역사를 단순한 해외 취업 사례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발전과 재외동포 사회의 뿌리를 형성한 이주사로 다시 조명한다는 의미가 있다. 독일 한인사회는 초기 파독 광부와 간호사, 유학생, 전문직 이주자들이 기반을 만들었고, 이들의 노력은 오늘날 유럽 한인 네트워크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재외동포청은 이수길 박사의 삶을 도전과 헌신, 재외동포 사회 공헌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했다. 앞으로도 세계 각지에서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제적 위상 강화에 기여한 재외동포들의 업적을 발굴하고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