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위기를 극복한 한국을 배우자 ! : 영국 매체
- 덜 화려한 한국의 수출품 : “K-고혈압 극복법” - 고혈압 관리율 50% 이상 오직 4개국 : 한국, 캐나다, 코스타리카, 아이슬란드 - 비(非)전염성질환(고혈압 등) 관리 한국 성공은 고소득 국가/저소득 국가 모두에 교훈 - WHO : 2024년 세계 고혈압 환자 약 14억 명, 고혈압 원인 사망자 1100만 명 - 고혈압 발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 2011년부터 2025년까지 5,641조 원 - 한국, 2005년과 2022년 사이, 일일 소금 섭취량이 43% 감소
“한국은 어떻게 고혈압 위기를 극복했을까?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배울 점은 무엇일까?”(How South Korea cracked its blood pressure crisis - and what other countries can learn.)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1일 이같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고혈압 관리율이 50%를 넘는 네 나라 중 하나로, 고혈압 관리와 예방에서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1990년 이후 한국의 연령 조정 심혈관 질환 사망률은 감소했으며, 고혈압 관리율은 5%에서 59%로 증가했는데, 한국의 성공 요인으로는 “정기적인 건강 검진, 의료비 지원, 소금 섭취량 감소, 데이터 분석” 등이 꼽혔다.
한국 정부는 ‘건강보험 제도’를 ‘단일 체계’로 통합해 전 국민을 포괄하고, 건강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하며, 의료 접근성을 높였으며, 고혈압 관리에서 중요한 교훈으로는 “의료 시스템 우선 순위, 데이터 활용, 지속적인 관리” 등이 제시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혈압 관리가 경제적, 건강적 이점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를 무시할 경우 큰 위험이 따른다고 경고하고, 한국의 사례는 “의료 시스템 간소화”와 “데이터 추적”을 통해 다른 국가들이 참고할 만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소개했다.
한국은 세계에 K팝, K뷰티, K드라마를 선사했지만, 가장 중요한 수출품은 훨씬 덜 화려한 것일지도 모른다. 바로 고혈압을 이겨내는 비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 동아시아 국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고혈압 관리율이 50%를 넘는 단 네 나라 중 하나이다. 이는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람 중 최소 절반이 치료 후 혈압을 정상 범위로 낮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타리카, 캐나다, 아이슬란드만이 이와 같은 성과를 달성했다.
세계적인 보건 위협 대응 단체인 ‘리졸브 투 세이브 라이브스’(Resolve to Save Lives)' 회장 톰 프리든(Tom Frieden) 박사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한국은 고혈압 치료와 예방 모두에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성공 사례 중 하나”라고 높게 평가했다.
1990년 연령 조정 심혈관 질환 사망률은 성인 10만 명당 330명이었지만, 한국 자료에 따르면 현재 그 수치는 86명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동안 고혈압 관리율은 5%에서 59%로 상승했는데, 이는 35%에 그치는 영국을 훨씬 앞서는 수치이다.
하지만 비(非) 전염성 질환이 전염병(傳染病)을 제치고 세계적인 주요 건강 위협으로 떠오른 지금, 한국의 극적인 변화는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 모두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4년에는 고혈압 환자 수가 14억 명에 달할 것으로 경고했는데, 이는 1990년 이후 두 배로 증가한 수치이다. 고혈압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1,100만 명에 이르며,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에서 고혈압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은 2011년부터 2025년까지만 해도 3조 7천억 달러(약 5천64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든 박사는 “고혈압은 세계 보건 분야에서 가장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문제”라며, “고혈압 퇴치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합리적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일반의약품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하는 것이 심장마비, 뇌졸중, 신부전, 치매 등을 치료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그 궤도를 바꿔놓았을까?
한국 국내 의사와 교수들에 따르면, 만병통치약은 없으며,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과 같은 몇 가지 요소는 한국 특유의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본받을 수 있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regular health check-ups), 의료비 지원(subsidised medication), 소금 섭취량 감소(reduced salt intake), 그리고 탄탄한 데이터(strong data) 분석” 등이 그것이다.
대한고혈압학회 회장이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 교수인 김광일 교수는 “고혈압 관리에 대한 보편적인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각 국가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국에서는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구축하고 분석했다. 덕분에 통제율, 인지율, 치료율을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다. 데이터는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2000년 한국 정부가 “건강보험 제도”(health insurance system)를 “단일 체계”(one single scheme)로 통합하면서 이러한 과정이 더욱 수월해졌다. 이 제도는 사실상 전 국민을 포괄하며, 국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공공 및 민간 의료 시설을 이용하고, 본인 부담금을 줄일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정부는 이를 통해 인구 수준의 건강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또 다른 핵심 요소인 “무료 의무 건강 검진”(free and mandatory health checks)으로 이어졌다.
성인은 최소 2년에 한 번씩 예방 검진을 받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는 고혈압 검사도 포함됐다. 혈압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 데이터 시스템에서 추가 검사와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도록 안내한다. 의사의 진료와 처방 없이는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수 없다.
7년 전, 전문가들이 젊은층의 고혈압 발병률 증가를 확인한 후, 고혈압 검진 대상 연령도 40세에서 20세로 낮아졌다. 한편, 한국 정부의 인센티브를 받은 민간 기업들은 복지 혜택의 일환으로 건강 검진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검진과 인식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서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심장내과 박성하 교수는 말했다. 정부의 의약품 보조금 지원이 상당 부분 이루어지고 있고, 활발한 제네릭 의약품 시장 덕분에 비용이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신속한 의료 서비스 접근성도 보장되고 있다.
박성하 박사는 “한국에서는 의사를 만나는 것이 매우 쉽다”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본인 부담금 제도 덕분에 환자는 진료비의 10~20%만 부담하면 되고,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을 구할 수 있어 치료비가 매우 저렴하다. 2025년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고혈압 환자의 60%가 두세 가지 약물을 병용하는 치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은 정기적인 건강 검진, 저렴한 의약품, 접근성 좋은 의사 서비스와 더불어 짠 음식 문제 해결에도 큰 진전을 이루었다. 2005년과 2022년 사이에 일일 소금 섭취량이 43% 감소했다.
한국 정부는 식품 업계와 협력하여 가공식품, 특히 인스턴트 라면과 소스, 그리고 동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위안 음식 중 하나인 김치의 나트륨 함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2010년부터 시행된 학교 급식의 소금 함량 감소 캠페인이 효과적이었다.
한국에서는 모든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의무적이다. 미국이나 영국과는 달리 아이들은 도시락을 싸거나 식비를 내지 않는다. 이는 한국 정부가 아이들의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당의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김치나 국처럼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의 섭취를 줄이는 데에도 힘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도 완벽하지는 않다. 젊은 성인과 저소득층 사이에서 질병 발견 및 치료율이 낮은 점이 우려스럽고, 청소년 비만 및 신체 활동 부족 현상이 증가하면서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텔레그래프는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이 배울 수 있는 세 가지 중요한 교훈이 있다.”고 말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김현창 교수를 소개했다.
첫째 교훈 : 고혈압 관리를 의료 시스템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혈압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진단, 치료 및 사후 관리에 대한 경제적인 접근성도 확보해야 한다.”
두 번째 교훈 : 데이터의 중요성이다. 데이터가 없으면 시스템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세 번째 교훈 : 고혈압 관리에는 지속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별 검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단은 치료와 연결되어야 하며, 치료는 저렴해야 하고, 환자들이 수년에 걸쳐 약물과 생활 습관 관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저소득 국가들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이미 진전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약 40개국이 WHO의 하츠(HEARTS : 세계보건기구의 기술 패키지) 전략을 채택했는데, 이 전략은 건강한 생활 습관 증진(H=healthy lifestyles), 근거 기반 치료 옵션 제공(E=evidence-based treatment options), 의약품 및 기술 접근성 향상(A= access to medicines and technologies), 흡연 및 당뇨병과 같은 기타 위험 요인 해결(R=tackling other risks like smoking and diabetes), 간호사 및 지역 보건 종사자를 포함한 팀 기반 치료(T= team-based care including nurses and community health workers), 데이터 시스템 구축(S=data systems)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는 개인의 혈압 수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약품 비용을 줄이며, 의약품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00개 지역 진료소에서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WHO의 최신 고혈압 보고서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해당 시설을 이용한 50만 명의 환자 중 혈압 조절률을 20%에서 59%로 끌어올렸다. 전국적으로는 이 수치가 약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필리핀과 스리랑카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이와 같은 진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WHO는 전 세계적인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프리든 박사는 “각국이 혈압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일이며, 그렇지 않으면 의료비가 급증하고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건강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막대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의 위험 또한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한국은 의료 시스템, 치료 및 비용 부담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변화를 이뤄낸 놀라운 사례이다. 한국은 체계를 단순하게 유지하고 수치를 추적함으로써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는 충분히 모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