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성정치 외면한 김해갑 공천, 민심은 결국 등을 돌렸다
20년 당에 헌신한 여성 정치인, 우선공천은커녕 험지 2-나 배정
[기자수첩/김국진기자]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선거는 끝났지만 공천에 대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특히 김해갑 지역 국민의힘 공천 과정을 돌아보면 이번 선거 결과가 과연 우연이었는지 되묻게 된다. 선거는 후보가 치르지만 결과는 공천이 만든다는 정치권의 오랜 격언이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김해갑에서 지역구에 도전한 여성 후보는 이ㅇㅇ 시의원 한 명뿐이었다. 비례대표 시의원 4년의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여성 우선공천이라는 제도적 배려는 사실상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이ㅇㅇ 후보는 20여 년 동안 당원으로 활동하며 경남도당 대변인까지 맡아온 인물이다. 당에 대한 기여도와 충성도만 놓고 본다면 누구도 쉽게 부정하기 어려운 정치적 이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정치적 배려가 아닌 김해에서도 대표적인 험지로 평가받는 진영·한림·생림 지역의 기호 2-나 공천이었다.
일반적인 후보라면 출마 자체를 다시 고민했을 상황이었다. 지역 정가에서는 "당선 가능성만 놓고 본다면 수차례 사퇴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4년 전 비례대표 2번을 받았던 당시를 떠올리며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맨 듯했다. 정치적 계산보다는 승부사적 기질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불리한 조건을 탓하기보다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개인 후보의 도전정신이 아니라 당의 공천 철학이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경남 곳곳에서는 공천을 둘러싼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정 지역에서는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고, 일부는 기자회견까지 열며 불합리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당내 비판 세력을 향해 도당 윤리위원회의 징계가 이어지면서 당원 사회에는 또 다른 논란이 번졌다. 공천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당을 위해 헌신했던 인사들이 중징계를 받고, 심지어 5년간 입당 금지 조치까지 받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당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더 나아가 지역 정가에서는 엄격한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는 도당 윤리위원회와 위원장의 공정성과 청렴성 역시 같은 기준으로 검증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정당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 비판을 제거하는 조직은 존재할 수 있지만 발전하는 조직은 될 수 없다. 공천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를 토론과 설득으로 해결하기보다 징계와 제재로 대응했다면 그것은 건강한 정당정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선거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해갑 공천 과정을 지켜보며 여러 차례 우려를 제기했던 본 기자의 시선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번 김해시장 선거 결과 역시 결코 뜻밖의 결과는 아니었을 것이다. 후보 개인의 경쟁력 이전에 공천 과정에서부터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가 누적돼 나타난 성적표에 가깝다.
여성 정치 확대를 외치면서도 여성 후보에게 기회를 주지 못했고, 당에 헌신한 인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했으며, 내부 비판을 포용하기보다 통제하려 했던 공천 구조가 결국 민심의 심판을 받은 셈이다.
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김해갑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선거 패배가 아니라 공천 실패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민심은 이미 답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