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의 절박한 동맹 그리고 중국
- ‘안정과 국제적 신뢰’를 원하는 중국과 ‘북-러’는 달라 - 북한과 러시아 :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점철돼 - 러시아와 북한 : 국제적 고립에서 ‘어깨동무’할 수밖에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진정으로 의지할 수 있는 동맹국은 단 하나뿐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벨라루스는 전쟁 거점으로 자국 영토를 제공했고, 중국은 전쟁 수행에 분명히 도움이 되는 일부 이중 용도 수출품을 제공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함께 싸우기 위해 상당한 수의 병력을 파견한 나라는 오직 북한뿐이다.
현대전의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러시아 파병이 절실했을 것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북한의 병력과 군수품은 단비와 같았을 것이다. 이제 러시아와 북한은 혈맹(血盟)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현재 약 10,000명의 북한 전투 병력(combat troops)과 1000명의 공병 병력(engineer troops)이 러시아 쿠르스크에 주둔하고 있으며,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의 추가 침공으로부터 이 최서단(最西端) 도시를 방어하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내부 공세 작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전 전투에서 약 6000명의 북한군 병사가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이다.
2026년 초,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희생된 러시아 파병 유가족들을 위한 새로운 주택 단지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잘랐다. 최근 평양에서 열린 전몰자 추모비 제막식에서 김정은은 “피로 쓰인 러시아와의 새로운 우정의 역사”를 자축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이전에도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唇亡齿寒, They stand or fall together)고 표현되었지만, 북-러 사이는 이제 “그 혈연은 훨씬 더 깊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수백만 발의 탄약, 즉 포탄, 대전차 로켓,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계속 공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추산에 따르면, 이는 러시아가 전쟁에서 사용하는 탄약의 거의 50%에 달하는 분량이다.
북한은 분명히 많은 양의 탄약을 공급하고 있지만, 질적인 면은 보장하지 않는다. 보장할 수도 없을 것이다. 2024년 한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는 북한이 공급하는 포탄의 절반이 ‘불발탄’(duds)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자국 병사들을 총알받이(cannon fodder)로 사용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크렘린은 질보다는 양을 우선한다.
러시아가 위기에 처한 이 시점에 ‘북한처럼 가난하고 고립된 나라’에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러시아엔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
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처럼 러시아의 동맹국 중 일부는 사라졌고, 베네수엘라의 델시 로드리게스 정부는 미국에 포섭됐다.
반면, 러시아를 믿고 의지할 수 없는 동맹국들도 있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이 미미했다. 예를 들어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전쟁 중으로, 크렘린궁으로부터 일부 정보를 지원받았지만, 드론 몇 대를 제외하고는 러시아가 동맹국에 중요한 무기를 제공한 적은 거의 없으며, 병력을 태운 군함을 파견한 경우는 더욱 드물다.
러시아는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과 함께 옛 소련 붕괴 후 결성된 동맹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중심 국가이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제5조와 유사한 ‘상호방위조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지원은 거의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 중 어느 나라도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 러시아는 2023년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kh)를 점령했을 때 아르메니아를 지원하지 않았다. 아르메니아는 그 이후로 CSTO 회의를 거절하고 있다.
러시아가 잠재적 동맹국을 끌어들일 방법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또 그런 사정을 모를리 없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다른 공급망이 막히면서 러시아의 화석 연료 수출은 특히 매력적인 상품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출은 중국과 인도가 독점하고 있으며, 이 두 나라는 러시아 석유 생산량의 약 80%를 수입하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의 화석 연료 수출 능력도 감소했다.
러시아는 전 세계에 군사 장비를 공급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2024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요 증가로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무기 수출 3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최근 크렘린궁은 2025년에 150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수출하며 회복세를 보였다고 주장했는데,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수출이라고 한다. 이는 3,300억 달러가 넘는 미국의 군사 수출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치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인도와 러시아는 양국이 상대국에 병력, 군함, 전투기를 주둔시킬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군사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러시아에게 인도양으로의 중요한 접근로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것이 인도군이 우크라이나로 향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러시아를 위해 싸운 인도인들은 모두 크렘린의 계략에 넘어간 경우이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부터 러시아의 군수품 수출이 크게 감소한 이유 중 하나는 인도와 같은 고객들이 크렘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품을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러시아 지원은 더욱 복잡한 양상이다. 에너지 구매 외에도 중국은 러시아의 첨단 기술 수요의 최대 90%를 공급하며 지원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배제된 러시아는 드론, 공작기계, 배터리, 광섬유 시스템 등의 부품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종이 위의 북극곰’(polar bear on a piece of paper)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에 전쟁의 판세를 뒤집을 만큼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여전히 부담스러운 존재이다. 평양은 핵 프로그램과 사이버 작전 때문에 신뢰할 수 없고, 러시아는 영토적 야욕을 추구하기 위해 국제법을 어기는 행태 때문에 더욱 신뢰할 수 없다.
* 안정과 국제적 신뢰를 원하는 중국과 북-러는 달라
중국은 무엇보다 안정을 원하며, 서방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러시아와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unpredictable actions)은 중국의 성장과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인프라를 위협한다.
이것이 바로 러시아와 북한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라는 게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의 편집장 존 페퍼(John Feffer)의 진단이다. 두 나라는 모두 서방, 자유주의, 그리고 인권 협약이든 해상 무역 규칙이든 간에 자신들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든 국제법 조항에 혐오감을 느끼는 나라이다.
이는 러시아에게는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집권 초기에 러시아는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노력했고, 유럽과 견고한 에너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서방의 제재하에 러시아는 북한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군사력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점점 더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정책을 펼치며, 경제적으로는 자급자족적이고, 텔레그램처럼 시민 불만을 증폭시킬 수 있는 기술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다.
민주주의자보다 독재자를 선호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 집권 세력은 러시아-북한식 통치 모델이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아무리 푸틴과 김정은 모두에게 호감을 보인다고 해도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양국의 개인숭배 문화에 균열이 생기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재 그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
특히 러시아는 2024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 4월 우크라이나에 영토를 잃었다. 과거에 없던 일이다. 물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다른 나라에 영토를 잃는다는 것은 상상에서도 용납되지 못하는 일이다.
러시아와 북한이 서로에게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은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피의 맹세조차도 그들의 동맹이 영감이 아닌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은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