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이스라엘·러시아군, 분쟁 지역 성폭력 블랙리스트”
이스라엘과 러시아군이 유엔 분쟁 지역 내 성폭력 블랙리스트에 추가됐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억류자들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처음으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었으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 포로 및 민간인 억류자들에 대한 성폭력으로 리스트에 추가됐다.
이스라엘과 러시아는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며 유엔의 결정을 비판했다. 하마스(HAMAS)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성폭력 사례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들을 기록했으며, 일부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못했다.
이는 보고서 작성 시작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유엔 대표부는 28일 늦게 공개한 3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29일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성폭력을 자행했거나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12개국 정부 및 비정부 단체 77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보고서는 2025년 성폭력 사건 발생 건수가 2024년 대비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대와 보안군은 올해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중 포로와 억류된 민간인에 대한 성폭력 행위로 인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2025년 명단에는 이스라엘의 군대와 보안군은 물론,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 지구 전쟁을 촉발시킨 후 이전에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하마스 무장단체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과 러시아 모두 제재 대상 명단에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양국 대사는 이들의 포함에 대해 분노를 표명하며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맹렬히 비난했다.
바실리 네벤지아(Vassily Nebenzia) 러시아 유엔 대사는 “우리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이러한 주장들은 근거 없는 거짓말이며, 늘 그렇듯 러시아를 악당으로 묘사하는 것이라고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측의 전쟁 포로 처우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보고서를 작성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니 다논(Danny Danon)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소셜 미디어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유엔 사무총장과는 이제 끝이다”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을 하마스,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IS),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테러 조직들과 함께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비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두 번째 5년 임기는 12월 31일에 종료된다.
다논은 이스라엘이 보고서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문서, 자료 및 상세한 답변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은 2025년까지 이스라엘과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에 억류된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패턴’(patterns of sexual violence)을 기록할 수 있었으며,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출신의 남성 14명, 여성 7명, 소년 9명, 소녀 1명에게 가해진 고문 형태를 포함한 분쟁 관련 성폭력 사건을 다수 확인했다. 이 가운데 13건은 2025년에 발생했고, 나머지 18건은 2023년과 2024년에 발생했다.
‘성폭력 패턴’은 일반적으로 인권 보고서나 법률적 맥락에서 성폭력이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특정 집단이나 상황에서 반복적, 조직적, 또는 체계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성을 의미하며, 유엔(UN) 보고서에서 분쟁 지역 내 성폭력을 다룰 때, 특정 군대나 단체가 자행하는 폭력의 특징적인 수법이나 빈도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전문적인 용어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위반 행위에는 ▷ 물건을 사용한 강간 ▷ 집단 강간 ▷ 강간 미수 ▷ 성기에 대한 신체적 폭력 ▷ 성기를 표적으로 한 총격 ▷ 가슴과 성기 접촉 ▷ 명백한 보안상의 이유 없이 실시된 알몸 수색 ▷신체 내부 수색 ▷ 강제 나체화 ▷ 강간 협박 등이 포함됐다.
보고서에는 이스라엘 국방군, 교도소, 특수부대 및 경찰 부대 소속 가해자들에 의해 강간 또는 집단 강간을 당한 최소 9명의 피해자(대부분 가자지구 출신)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일부 피해자는 반복적으로 강간을 당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28일 X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러한 혐의들을 포괄적이고 철저하며 명확하게 부인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유엔이 오랫동안 이스라엘에 대해 제도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온 또 다른 사례”라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하마스의 성폭력 혐의가 다시 한번 포함되어 있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유엔의 조사에 필요한 접근을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세부 사항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명시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유엔 인권 조사관들의 접근을 일관되게 거부하고 있지만, 조사관들은 러시아와 러시아 점령 지역의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포로와 민간인 억류자를 대상으로 발생한 310건의 분쟁 관련 성폭력 사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해자의 대다수는 남성이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우크라이나 인권 감시단은 전쟁 포로와 민간인 억류자를 대상으로 한 분쟁 관련 성폭력 사례 31건을 기록했으며, 이 중 대다수는 2025년 이전에 발생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유엔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