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보기가 역겨워!

2026-05-27     이동훈 칼럼니스트
제후국

후세 한국인들에게 사극이 왜 이렇게 타락했는지 한 편 한 편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없다. 그래서 이 왜곡들이 역사의 일부로 남을 개연성이 크다. 역사라는 터에 무성한 독초(毒草) 숲이 덮인 것이다. 설령 아무리 팩트를 바로잡는다고 한들 번번이 이 왜곡의 수혜자가 될 중국에서는 ‘한국인 스스로 기록한 역사물’로 치부할 테니까. 더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점점 대담하게 왜곡을 일삼는 사극을 두고 볼 수 없는 이유다. MBC의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극본 유지원, 주연 아이유·변우석)의 중화주의 역사 왜곡 파문이 식지 않고 있다. 어떤 해명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한둘이 아니다.

작가가 초보적인 역사 상식이 없이 극본을 쓸 수 없다는 점,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심각한 MBC가 이 대본을 극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시상한 점이다. 그리고 열거할 가치조차 없지만, 왜곡 내용 또한 고등학생의 역사 지식 정도로도 의문을 가질만한 수준이다. 이 모두가 우연의 결과라고 믿을 수 있을까?

이런 형편이니 왜곡이라 말하기도 민망하고,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간다. 왜냐하면 한두 가지가 이상한 게 아니라 의문의 틀에 다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공모 심사위원들이 이런 왜곡과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의문스럽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사극 보기가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다. 왜곡이 무성한 ‘독초의 정글’에서 헤매는 느낌이다. 약간의 주관적 해석이나 재미를 가미한 경우가 아니라 대놓고 왜곡한 경우는 보기 역겹고 참기 어렵다.

드라마 ‘허준’과 ‘주몽’이 심각한 사실 왜곡으로 비판받았고, 영화 ‘서울의 봄’과 ‘화려한 휴가’ 등 진보 이념을 담은 영화들이 대부분 왜곡됐다. 또 간첩을 미화하고, 북한을 미화한 드라마와 영화는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왜곡은 창작의 영역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도 아니다. 고증할 수 없는 장면이나 스토리 구성을 위해 강약을 주는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왜곡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경우는 악의적으로 덧칠하거나 미화해서 드라마로서 진실을 덮으려는 것이다.

철저하게 심의해야 한다. 이런 왜곡이 발견되면 왜곡 기술자들을 사계에서 영구적으로 퇴출해야 한다. 매번 넘어가다 보니 왜곡을 창작이라 우기는 것이다. 노출이나 폭력성만이 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 왜곡은 수십, 수백 년 남아 국가와 민족을 멍들게 하는 독초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이 영상물들은 그 어떤 기록보다 더 직관적인 사료가 될 수 있다.

사극, 재미로 보다가 나라 팔아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