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트럼프의 최고 동맹국 일본 ‘재무장화’ 광물 수출 제한
중국 외교부는 25일, 일본에 대한 여러 핵심 광물 수출 제한 조치는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이 중국이 “재무장화”(remilitarization)라고 규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바로잡기 위한 압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중국 상무부는 일본에 대한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어느 나라도 일본의 군사적 최종 사용자 또는 군사적 목적으로 그러한 “이중 용도”(dual-use) 물품을 이전하는 것을 금지했다. 베이징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일본의 안보를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대만의 안보와 연관시킨 발언”을 근거로 들었다.
중국은 2월 일본에 대한 제재를 두 차례 더 강화했다. 베이징은 제재 대상 품목의 전체 목록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를 비롯한 첨단 기술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Mao Ning)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법률과 규정에 따라 일본의 재무장과 핵 개발 야욕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 군수용 및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물품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국회의원들에게 연설하면서 중국의 안보를 대만의 안보와 연결지어, 중국이 대만을 봉쇄할 경우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survival-threatening situation)이 될 것이며, 도쿄가 자위대를 파견, 미군을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을 결국 자국 통제하에 두어야 할 ‘반란 지역’( a rogue province)으로 간주하며,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베이징은 강력한 보복 조치를 취했고, 중국에서 반일 여론은 극에 달해 도쿄가 1930년대와 1940년대 일본 제국주의의 군국주의(militarism)로 회귀했다고 거듭 비난했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핵심 광물 안보 프로그램 책임자인 그레이슬린 바스카란(Gracelin Baskaran)과 연구원인 메러디스 슈워츠(Meredith Schwartz)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은 경제적 외교술이 이제 부차적인 수단이 아니라 억지력과 강압의 핵심 요소가 되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베이징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움직임이 있기 훨씬 전에 공급망 영향력을 통해 동맹국의 행동과 위기 상황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 있어 이는 대만에 대한 억지력이 군사적 태세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위기 상황에서 경제적 압력이 동맹국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또한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 일본의 재무장화(Japan’s Remilitarization)
일본 자위대는 대부분의 다른 군대보다 강력한 공군력과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의 전후 ‘평화헌법’에 따라 일본 본토 방어만을 위한 작전 수행이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지도자들은 군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증강과 이웃 국가인 대만에 대한 위협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일본의 외교적 위상에 걸맞은 군사력 증강을 추진했다.
아베 신조의 측근이자 ‘여자 아베’라는 별명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2025년 10월 취임 이후, 대체로 이러한 기조를 유지해 왔으며, 중의원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일본의 국방비는 GDP의 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 나토) 회원국에 요구되는 기준과 일치한다. 다카이치 내각은 지난 4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방산 수출 제한을 완화하여 살상 무기 판매를 허용했다. 다만, 무기 이전은 여전히 개별 사례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하며, 우방국으로 제한된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이달 초(월 13~15일) 베이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일본의 국방력 증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의 국방비 증액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이는 회담의 주요 의제로 거론되지 않았던 사안이었기에 미국 관계자들이 다소 놀랐다고 한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틀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진 전화 통화에서 도쿄와의 "변함없는" 동맹 관계를 재확인했다” 기자들에게 전했다.
일본은 미국의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다. 일본에는 15개의 주요 기지와 100개가 넘는 소규모 시설에 약 5만 4천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또 일본은 미 국방부가 중국과의 잠재적 분쟁에서 핵심적인 전략적 요충지로 간주하는 보르네오 섬 방향으로 남쪽으로 뻗어 있는 이른바 제1열도선(First Island Chain)의 주요 연결고리이다.
도쿄는 25일 일본의 방어 태세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하라 미노루(Minoru Kihara)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은 자국을 방어할 최소한의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중국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일본은 전후 평화 지향적인 국가였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이번 주에 또 다른 미국의 주요 동맹국을 초청할 예정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Jr.) 필리핀 대통령이 도쿄에 도착할 예정이며, 이는 10여 년 만에 필리핀 정상의 첫 방문이다. 양국과 중국 간의 긴장 관계, 그리고 이란 전쟁으로 인한 세계적인 석유 파동을 고려할 때 국방 및 에너지 안보가 주요 논의 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의 ‘광물 지배력’(Mineral Dominance)
중국은 희토류 공급망을 거의 독점하고 있으며, 특히 전기 자동차(EV)와 풍력 터빈에서부터 전투기와 정밀 유도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현대 전자 제품에 필수적인 특수 합금인 희토류 자석(rare earth magnets)의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자석의 나머지 5~10%를 대부분 생산하지만, 제조에 필요한 특정 중희토류 원소(heavy rare earth elements)는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검토한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2월에는 핵심 반도체 소재인 갈륨이나 중희토류인 테르븀(terbium), 디스프로슘(dysprosium)의 수출이 전혀 없었다. 소량의 산화 이트륨(yttrium oxide)만 수출된 것으로 기록됐다.
* 미국 ‘필수 광물 목록’(List of Critical Minerals)
중국이 희토류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전략적 목적으로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베이징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고,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하여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2010년에는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 인근에서 중국 어선 선장이 일본 해상보안청 선박과 충돌한 후 체포되자 베이징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비공식적으로 두 달간 금지했고, 이에 따라 일본은 중국에 손을 들고 말았다.
아카자와 료세이(Ryosei Akazawa) 일본 경제산업상(장관)은 지난주 APEC 무역장관 회의 참석차 중국 쑤저우를 방문했으며, 이는 양국 간 외교 분쟁 발발 이후 중국을 방문한 일본 최고위급 인사였다.
중국은 아카자와의 방문을 대체로 무시했지만, 아카자와는 회의 도중 왕원타오(王文濤, Wang Wentao) 중국 상무부장(장관)과 잠시 만났다고 기하라가 25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는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