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북섬은 왜 다시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나…시흥도시공사의 2년 변화 실험
콘텐츠·체험·민관협력 결합…거북섬 관광 활성화 전략 본격화 올여름 해양레저 체험 확대 운영…수도권 대표 바다 관광지 도약 시동
[뉴스타운/송은경 기자] 거북섬의 시간은 한동안 멈춰 있는 듯 보였다.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해양관광 거점이라는 기대 속에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 “공간은 넓은데 체류할 이유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바다를 품고 있지만 관광의 온도는 기대만큼 뜨겁지 않았고, 막대한 개발사업이라는 이름 뒤에는 늘 ‘활성화’라는 과제가 함께 따라다녔다. 관광은 결국 건물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으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거북섬은 오랫동안 숙제를 안고 있는 공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거북섬의 흐름은 이전과 조금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바다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는 공간에서 벗어나, 직접 체험하고 쉬고 다시 찾는 공간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거북섬이 기반시설과 외형 조성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체류형 콘텐츠와 경험 중심 관광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시흥도시공사의 전략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시흥도시공사가 보여준 흐름은 단순 개발사업의 연장선과는 결이 다르다. “무엇을 더 만들 것인가”보다 “어떻게 더 오래 머물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관광의 경쟁력이 건축물 자체가 아니라 체험과 기억으로 이동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거북섬 역시 콘텐츠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변화는 거북섬 홍보관 운영 방식이다. 과거 안내 기능 중심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복합 문화·체험 거점으로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시간을 보내고, 다시 방문하도록 연결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체험형 콘텐츠 확대다. 최근 관광 트렌드는 ‘보는 관광’보다 ‘직접 경험하는 관광’으로 이동하고 있다. 거북섬 역시 같은 방향을 선택했다. 바닷소리 명상, 심리상담, 바다요가 등 해양 치유 프로그램은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바다라는 공간적 특성을 활용한 체류형 콘텐츠 실험에 가깝다.
지난해 총 3회 운영된 해양 치유 프로그램에는 약 550명이 참여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거대한 규모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거북섬이 단순한 해안 관광지가 아니라 ‘쉼과 회복’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시민들에게 바다는 여전히 특별한 공간이다. 서울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접근성은 거북섬이 가진 강력한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특히 시흥도시공사는 단순 행사 개최를 넘어 관광의 체류시간 자체를 늘리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관광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비와 지역경제 효과로 이어진다. 짧게 둘러보고 떠나는 공간은 지역 상권과 연결되기 어렵지만, 체험 프로그램과 휴식 요소가 결합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겨울철 운영된 거북섬 야외 스케이트장은 의미 있는 성과로 읽힌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운영된 스케이트장에는 약 8만2000명이 방문했다. 단순히 방문객 숫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름 중심 이미지가 강했던 해양관광지에 겨울철 체류 콘텐츠를 결합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보통 해양관광지는 계절 편차가 크다. 여름에는 사람이 몰리지만 비수기에는 활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거북섬은 겨울 스케이트장 운영을 통해 사계절 관광 가능성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과 청소년층이 유입되면서 주변 상권에도 일정 부분 온기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광 활성화가 결국 지역경제와 연결될 때 비로소 지속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단순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남긴 셈이다.
최근 선보인 친환경 공예체험 프로그램 역시 같은 흐름 속에서 읽힌다. 폐자원을 활용해 공예품을 만드는 체험 콘텐츠는 단순 관광 프로그램을 넘어 ESG 가치와 연결된다. 버려지는 자원을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 자체가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대표 프로그램인 ‘커피박 마스터 과정’은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열쇠고리와 화분 등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단순한 일회성 체험을 넘어 자원순환 의미를 직접 체감하도록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최근 관광 트렌드가 환경·가치 소비와 결합되는 흐름 속에서 거북섬 역시 단순 소비형 관광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공예체험박물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콘텐츠 전문성도 강화했다. 관광은 이제 단순히 예쁜 공간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다. 어디에서나 비슷한 체험이 반복되면 관광객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결국 차별화된 콘텐츠와 기억이 경쟁력이 된다.
주말 가족 단위 체험 프로그램 확대 역시 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다. 폐플라스틱 레진 공예를 비롯해 나전, 가죽공예 등 다양한 체험 요소를 월별로 운영하며 방문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있다. 직접 만들고 경험하는 콘텐츠는 관광객들에게 단순 관람 이상의 기억을 남긴다. 이는 결국 재방문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올여름 본격 확대될 해양레저 체험 프로그램은 거북섬 전략 변화의 핵심으로 읽힌다. 패들보드와 수상 어트랙션 등 다양한 해양레저 체험은 거북섬을 단순 바다 관광지가 아니라 ‘직접 즐기는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시도다.
수도권 시민 상당수는 여전히 해양레저를 낯설게 느낀다. 접근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북섬은 해양레저 체험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까지 함께 시도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바다를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관광 프로그램 확대를 넘어 거북섬의 정체성을 다시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과거의 거북섬이 “만들어진 공간”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경험하는 공간”으로 이동하려는 흐름이 읽힌다.
물론 아직 과제는 남아 있다. 체류형 관광지는 단기간 이벤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숙박 인프라와 상업시설 연계, 교통 접근성 개선, 야간 콘텐츠 확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관광객이 단순 방문을 넘어 실제 숙박과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결국 중요하다.
또 콘텐츠 역시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관광은 지속성이 핵심이다. 한두 번 화제가 되는 행사보다 “다시 가고 싶은 이유”를 계속 만들어내야 살아남는다. 결국 거북섬의 성패는 얼마나 꾸준히 체류 동력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최근 흐름은 분명 의미를 남긴다. 적어도 지금의 거북섬은 과거처럼 조성 이후 정체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흥도시공사는 기반시설 중심 개발에서 콘텐츠 중심 활성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 변화는 체험 프로그램 확대와 방문객 증가, 계절형 관광 콘텐츠 강화로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관광은 결국 사람의 감정과 기억에 남아야 살아남는다. 단순히 한번 들르는 공간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하지만 쉬고 싶고, 다시 오고 싶고,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감정이 남는 순간 관광지는 도시의 자산이 된다.
거북섬이 지금 시험받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수도권 대표 해양레저 관광지라는 이름이 단순 구호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콘텐츠와 체류 경쟁력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키워내느냐가 중요하다.
다만 최근 변화만 놓고 보면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거북섬은 지금 ‘개발된 공간’에서 ‘머무는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서 시흥도시공사는 관광의 본질이 결국 체험과 기억, 그리고 체류에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증명해내고 있다.
거북섬의 진짜 경쟁력은 결국 바다를 만들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 시민들이 바다 앞에서 쉬고, 머물고,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느냐에 있다. 개발은 공간을 완성하지만 콘텐츠는 도시의 기억을 만든다. 지금 거북섬이 시험받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체류형 해양레저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시흥도시공사의 다음 시간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