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곡항이 바뀌었다” 화성뱃놀이축제...체류형 해양축제로 진화
70여 척 승선체험과 야간 콘텐츠 강화, 세대 아우른 공연 재편에 4무(無) 상생 운영까지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전곡항이 다시 움직인다. 단순히 배가 많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올해 화성뱃놀이축제는 겉으로 보이는 규모보다 내부 구조의 변화가 더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크게 열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머물게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축제다.
제16회 화성뱃놀이축제가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문화관광축제라는 타이틀은 이미 확보된 상태다. 중요한 건 그 이후다. 그동안 축제가 안고 있던 한계, 즉 ‘짧게 보고 떠나는 행사’라는 구조를 어떻게 넘어서느냐다. 올해 변화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읽힌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바다 위다. 12종, 70여 척의 선박이 투입된다. 전통 한선부터 요트, 보트, 유람선, 해적선까지 구성도 다양하다. 숫자는 분명 크다. 하지만 이번 축제에서 의미 있는 지점은 ‘체험의 방식’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단순 관람이 아닌 탑승형으로 설계됐다. 바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들어가는 구조다.
특히 조선통신사선은 이번 축제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복원 선박이라는 점에서 이미 의미가 있지만, 더 중요한 건 활용 방식이다. 선상 박물관 형태로 운영되면서 관람객이 직접 배에 올라 해양사와 항해문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을 전시물로 남겨두지 않고 경험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다.
체험 프로그램은 이전보다 훨씬 세밀해졌다. 전곡항을 중심으로 한 항해 프로그램, 제부도와 연결되는 코스, 해상 퍼포먼스를 결합한 체험 등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여기에 고급 요트, 파워보트, 반려견 동반 요트까지 더해지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표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자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변화는 단순한 프로그램 확대가 아니다. 체류형 관광을 만들기 위한 기반이다. 실제로 축제 기간은 3일에서 4일로 늘어났다. 하루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머무름을 전제로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밤에 있다.
야간 콘텐츠는 이번 축제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EDM 공연을 중심으로 젊은 층을 겨냥한 무대가 구성되는 동시에, 퓨전국악, 트로트, LED 퍼포먼스, 4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이어진다. 장르를 넓힌 것이 아니라 관람층을 넓힌 구성이다. 특정 세대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고민이 읽힌다.
특히 불꽃놀이는 이번 축제의 상징적 장면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매일 밤 이어지는 불꽃 연출 자체는 익숙한 요소지만, 이번에는 방식이 달라졌다. 요트를 타고 바다 위에서 불꽃을 관람하는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시선을 육지에서 바다로 옮긴 것이다. 단순한 연출 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체험의 밀도를 높이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
기자는 이 지점에서 이번 축제의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본다. 단순히 볼거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위치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은 결국 ‘어디에서 무엇을 경험하느냐’의 문제다. 그 답을 바다 위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육상 프로그램 역시 같은 흐름이다. 전곡항 일대는 단순 행사장이 아니라 체험 공간으로 재구성됐다. 독살 체험, 갯벌 체험 등 어촌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확대됐다. 관광객이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들어오는 구조다. 이는 최근 지역 축제들이 지향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콘텐츠도 강화됐다. 풍력 보트 만들기, 대형 캔버스 체험 등 교육형 프로그램과 함께 초크아트, 버블 퍼포먼스, 보물찾기 등 참여형 이벤트가 촘촘하게 배치됐다.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함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의도가 보인다.
운영 방식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4무(無) 축제’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쓰레기, 안전사고, 과도한 의전, 바가지 요금을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가격 문제에 대한 접근이다. 상인들과 협약을 맺고 가격을 사전에 공개하는 방식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장치다.
기자는 이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축제의 신뢰는 콘텐츠보다 운영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복됐던 바가지 요금 논란을 줄이기 위한 구조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최소한 방향은 분명하다.
푸드트럭 운영 방식 역시 눈길을 끈다. 기존 상권과 경쟁하기보다 보완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메뉴를 차별화하고 배치를 조정해 상권과의 충돌을 줄였다. 축제가 지역 경제와 분리된 이벤트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다.
이번 축제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도 담고 있다. 화성 당성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해양 교류의 상징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려는 시도가 포함됐다. 전통 선박과 현대 해양레저를 결합한 구성은 국내 해양축제 가운데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요소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관광 동선의 변화다. 황금해안길 개통과 맞물리면서 전곡항을 중심으로 한 서해안 관광 흐름이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축제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역 관광 구조를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는지, 이번 행사가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화성뱃놀이축제는 방향이 분명하다. 체험 중심, 야간 강화, 상생 구조, 그리고 관광 확장이다. 각각 따로 보면 익숙한 요소일 수 있지만, 동시에 작동할 때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자는 이번 변화를 ‘가능성 있는 전환’으로 본다. 축제가 단순히 열리고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에 머무는 이유를 만드는 구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가능성이 실제 경험으로 이어지느냐다.
전곡항의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달라지는 것은 그 바다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이번 축제가 그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답은 현장에서 확인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