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터지면 딜레마 빠지는 나라!

2026-05-11     이동훈 칼럼니스트
외교부는

우리 정부가 HMM 나무호 공격 주체로 유력한 이란에 대해 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얻어맞고도 맞았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외형은 천안함 피격사건과 흡사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문재인 정권 때 방중 수행 기자단 폭행 사건과 아주 닮았다. 진상조사를 최대한 길게 끌다가 모호한 결론을 내리고 흐지부지 묻어버리고 싶은? 이런 해괴한 딜레마는 왜 오는 것인가?

이 딜레마의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우리나라 좌파 정부가 얻어맞고도 벙어리 냉가슴 앓는 대상 국가는 북한, 중국 등 전체주의 국가들이다. 그들의 눈에 한국은 자유 진영으로부터 이탈해 자신들의 편에 몸을 맡겨 더부살이하는 신세로 보인다. 세계 5위 군사 강국인 우리로서는 서글프고 한심한 노릇 아닌가?

그래서 이것은 국가 정체성의 딜레마이다.

한국은 미국·이스라엘과 중국·이란 간 세력 다툼의 틈바구니에서 이란 편을 들었다. 이스라엘을 악마화하고, 이란에 인도적 지원금 50만 달러(약 7억4천만 원)를 보낸 직후 HMM 나무호 피격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공격을 받은 처지다.

이미 자유 진영에 등을 돌린 우리로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한 미군에 피격 상황에 대한 정찰 정보를 달라고 할 염치도 없다. 또 정부는 그럴 생각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캄보디아 범죄집단 피해 때처럼 이란을 패가망신시키겠다고 엄포라도 놓을 생각인가? 도대체 이제 어쩌자는 얘긴가?

국가가 외교에서 모호성을 포기하는 경우는 전쟁을 불사하는 경우와 식민 치하에 들어갈 경우밖에 없다. 이번 HMM 나무호 피격 사건은 외교적 참패이자 국가 정체성 훼손 사건이다. 그것이 북한이든 중국이든 이란이든, 물리적 공격을 받았을 때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해야 한다.

이것은 이념이 아니라 외교다. 이대로 묻고 지나가면 이런 참사가 계속될 것이며, 국가 정체성은 무너질 것이다. 세계 최빈국인 북한도 동맹국인 중국이나 러시아의 압박에 맞서 자존심을 지키는 현실인데 강대국인 우리가 좌파 정부라고 번번이 얻어맞는 이 처참한 현실을 국민은 용납할 수 없다.

계속 얻어맞아야 하는 기자들과 HMM은 무슨 죄인가? 다시 ‘삶은 소대가리’ 정부로 돌아가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