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피격의 불쾌한 시나리오

2026-05-08     이동훈 칼럼니스트
HMM

우리 정부는 이란에 인도적 지원금 50만 달러를 보냈다 → 호르무즈 해협에서 HMM 나무호가 피격당했다 → 우리 정부는 피격인지 뭔지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했다 → 미국과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란이 타격한 게 맞다’라고 한다.

이런 사실들을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한심하다는 생각 뒤로 한 가지 의문이 스치고 지나간다. 고작 50만 달러(약 7억4천만 원)에 이란의 자존심이 상한 건가? 그렇지 않고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이 난맥(亂脈) 속에 여러 가지 의문이 있다.

왜 유독 한국 배만 때렸나? 오발 사고였으면 지원금까지 준 마당에 즉각 사과했어야 하지 않나? 우리 정부가 난감해 머뭇거리는 사이 타격을 자인하는 건 또 뭔가? 이런 의문점들이 가리키는 방향 역시 매우 불쾌하다. 50만 달러에 대한 불만은 단지 금액 문제에서 끝나는 걸까?

이란이 쏜 이 한 발의 미사일 또는 드론은 국제 정세 판도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것은 매우 불쾌한 예감이기도 하다. 지금 세계는 미-중 갈등 구도에서 중국의 오일 창고인 이란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미국과 등진 채 그 친구인 이스라엘을 욕하면서 중국-이란 편에 빠짝 붙었다.

50만 달러에 드론 피격? 중국 편에 서려면 제대로 서라는 경고성 타격 아닌가? 매우 불쾌한 추측이다. 한국이 어정쩡한 행보를 취하는 동안 미국의 동아시아 압박이 가시화할 경우 중국은 고립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피격은 중국의 주문일 수도 있다. 더 노골적으로 친중 국가임을 공식화하라는!

이런 불쾌한 시나리오를 상상하기 전에 우리가 왜 하필 동맹국 라인에서 이탈해 적대국 라인에 서야 하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만약 이란을 북한으로 환치해 보면 어떨까? 그래도 북한-중국 라인에 설 것인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어떤 이유로든 뼈아픈 한 방을 얻어맞은 우리로서는 상응하는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이미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건드리면 패가망신한다”라고 공언한 터다. 이란이 패가망신하는 시나리오가 곧 나올 것인가?

한 국가의 외교정책은 안정과 상호발전, 그리고 다소의 모호성을 추구해야 한다. 겉으로 다 보이도록 패를 뒤집으면 모순과 약점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란이 그 공백을 노리고 타격한 거라면 이는 국가 운명에 커다란 위기를 초래한 결과이다.

우리 정부가 ‘패가망신의 보복’을 결행하지 못한다면 이 모든 불쾌한 시나리오는 현실이 될 개연성이 아주 높아진다. 적진에 투항해서 얻어맞는 이 난국을 우리 정부는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아니면 이란에 더 굴욕적인 퍼주기에 나설 것인가?

이제 어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