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호칭의 사회학
단일 민족이라는 오랜 믿음을 가져온 우리는 조금 친근해지면 형, 동생, 이모, 오빠라 부른다. 그러나 여기에도 엄연히 사회학적인 불문율이 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하정우 후보가 ’오빠‘ 논란에 휩싸였다. 지나가던 초등학교 1학년생 여자아이를 붙잡고 하 후보에게 ”오빠 해봐!“라고 종용한 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마도 이들은 며칠 전 하 후보가 시민들과 악수하고 손을 털어낸 일을 생각하면서 ’오빠‘라는 친근한 말로서 후보 이미지를 세탁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유권자도 아닌 아이에게 접근해 특정 호칭을 쓰도록 조를 이유가 딱히 없다.
’오빠‘라는 호칭 속에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요소가 있다? 그것도 너무 나간 말이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만, 호칭이라는 일반명사를 특정 의미로 한정하는 것 또한 온당하지 않다. 그런데 정말 뭐가 문제일까?
흔히 식당에 가서 주인이나 종업원 여성을 부를 때 ’이모‘라는 호칭을 쓴다. 그러나 이렇게 가정해 보자. 일행 중에 나이가 어린 사람이 있는데 종업원에게 ’누나!‘라고 불렀다고 치자. 아마도 모든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볼 것이다.
정청래와 하정우 두 사람은 이런 이치를 모르는 것이다. 이모와 누나의 차이는 촌수가 의미하는 거리감이다. 누나는 식구나 가족이고, 이모는 출가외인인 친척이다. 한 다리 건너면 사돈 팔촌인 향촌(鄕村) 특성을 기반으로 한 한국 사회에서 이모는 그저 가까운 촌수의 남이다.
촌수가 없는 관계에서 누나, 오빠는 특별한 관계가 설정된 상태에서만 가능한 호칭이다. 심리적으로는 남이 아닌 것이다. 간혹 낯선 사람을 가리켜 아버지, 어머니, 누나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마땅한 호칭이 없을 때나 가능하고, 그런 호칭을 요구하거나 종용하는 것은 큰 실례다. 부산식으로 ”아재 해봐!“라고 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왜, 하필 ’오빠‘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