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시선 연속보도③] 군포시 복지예산 53%의 진실…숫자 뒤에 숨은 국가의 책임

기자 한마디 "이제는 해법을 말할 시간이다 '53% 복지예산'...공공임대는 국가가 공급했고, 복지 부담은 왜 지방정부만 감당하나"

2026-04-27     김병철 기자
김병철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군포시의 사회복지예산 비중 53%는 더 이상 단순한 행정 통계로만 읽을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누적된 공공임대 밀집 구조의 결과이자, 국가가 설계한 주거복지 정책의 부담이 지방정부 재정에 어떻게 남는지를 보여주는 현실의 단면이다. 지난 20일과 23일 '김병철 시선' 보도에서 살펴봤듯 군포는 수도권에서도 공공임대와 영구임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시이고, 그만큼 복지 수요 역시 구조적으로 더 무겁다. 문제는 이 부담이 너무 오랫동안 군포시 혼자 감당하는 방식으로 방치돼 왔다는 데 있다. 이제는 왜 이렇게 됐는가를 반복해 설명하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본격적으로 말해야 할 단계다.

군포시가 지금 가장 먼저 꺼내야 할 요구는 지방교부세 산정 기준의 현실화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정부 간 재정력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핵심 제도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구조를 보면 공공임대 밀집과 영구임대 비율이 높은 도시가 감당하는 장기 복지 수요가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인구와 면적, 기초적 행정 수요는 반영돼도 특정 지역에 집중된 취약계층 주거 구조가 불러오는 복지 부담은 체감만큼 정교하게 계산되지 않는다. 그러나 군포의 현실은 분명하다. 전체 세대 11만1,714세대 가운데 임대아파트는 6,772세대이고, 이 가운데 영구임대가 3,641세대다. 산본가야2, 산본주몽1, 산본매화1 같은 대규모 영구임대 단지는 30년 넘게 군포 복지 구조의 중심에 놓여 있다. 이 구조는 단순한 주택 현황이 아니라 고령층, 저소득층, 장애인, 돌봄 필요 가구가 장기적으로 밀집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며, 그만큼 기초생활보장, 노인복지, 장애인 지원, 지역사회 통합돌봄, 안전관리, 주거복지 상담, 생활민원 대응 같은 행정 수요가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재정제도 역시 이 차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공공임대 비율, 영구임대 세대 비중, 고령 취약계층 밀집도, 복지행정 수요를 지방교부세 산정 기준에 보다 명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지금처럼 모든 지자체를 비슷한 틀로 재단하는 방식으로는 군포 같은 도시가 계속 구조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군포시가 요구해야 하는 것은 추상적인 “지원 확대”가 아니라, 공공임대 밀집이 재정 수요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제도에 반영하라는 구체적 요구다. 복지 부담이 큰 도시에는 그에 상응하는 재정 보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상식이 이제는 제도로 확인돼야 한다.

두 번째로 군포시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지점은 특별교부세와 특별조정교부금의 전략적 확보이다. 지방교부세가 지방재정의 기본 체력이라면, 특별교부세와 특별조정교부금은 구조적 불균형을 보완하고 긴급한 현안을 해결하는 수단이 된다. 군포는 이를 단순히 일회성 사업비 확보 통로로 볼 것이 아니라, 공공임대 밀집 지역의 장기 부담을 보완하는 구조적 재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노후 영구임대 단지 주변 생활환경 개선, 복지관과 돌봄시설 확충, 교통 불편 해소, 주차난 완화, 안전 인프라 정비, 주민 공동체 회복 사업 등은 모두 공공임대 밀집 구조와 직결된 현안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문제는 개별 민원이나 단편적 예산 사업으로 쪼개져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해서는 구조를 바꿀 수 없다.

군포시는 이제 “예산이 부족하다”는 막연한 호소 대신, 공공임대 밀집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어떤 비용이 얼마나 추가로 발생하는지 정량화해 제시해야 한다. 복지 수요가 높은 권역에 필요한 돌봄시설이 몇 곳인지, 노후 단지 일대 교통과 주차 문제를 개선하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취약계층 밀집 지역의 안전과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를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특별교부세와 특별조정교부금 요구는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명확한 근거를 가진 정책 요구가 된다. 숫자로 설명하지 못하는 불균형은 끝내 제도에서도 우선순위를 얻기 어렵다.

세 번째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는 국토교통부와 LH를 향한 구조적 책임 요구다. 지난 23일 '김병철 시선' 보도에서 짚었듯 공공임대는 국가가 공급했고, 그 이후의 삶은 군포시가 감당해 왔다. 이 구조가 지금까지 너무 당연한 것처럼 지속돼 왔지만, 당연한 구조였던 적은 없다. 국가가 공공성을 앞세워 공공임대 공급을 추진했다면, 공급 이후 발생하는 지방정부의 장기 복지 부담 역시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지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현실에서 국토부는 공급 물량과 사업 추진 성과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명해 왔고, LH 역시 얼마나 많은 주택을 공급했는가를 중심으로 평가받아 왔다. 반면 그 공급이 특정 도시의 복지비용, 생활 인프라 수요, 공동체 갈등, 교통 혼잡, 안전 문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주변적인 문제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이제 군포시는 이 책임 구조를 정면으로 문제 삼아야 한다. 앞으로도 대야미 공공주택지구, 군포10구역 재개발, 의왕·군포·안산 공공주택지구 등 추가 공급 가능성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공급만 늘리고 사후 부담은 지방이 알아서 감당하라는 방식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신규 공공주택 공급에는 반드시 사후 행정비용과 생활 인프라 비용을 함께 계산하는 원칙이 붙어야 하며, 일정 기간 동안은 국토부와 LH가 복지 연계 비용과 생활 SOC 확충에 재정적으로 함께 책임지는 장치도 검토돼야 한다. 공급 승인과 착공이 정책의 끝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갈 시민들의 일상이 안정될 때까지가 정책의 책임 범위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경기주택도시공사와 경기도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공개발과 주거 공급을 지역 균형발전의 이름으로 추진해 왔다면, 그로 인해 특정 기초지자체에 더 무겁게 쌓이는 복지 부담과 생활 인프라 압박에도 함께 답해야 한다. 개발의 논리는 언제나 화려하다. 공급 확대, 주거 안정, 균형발전, 지역 활성화 같은 말은 듣기 좋다. 그러나 그 개발이 끝난 뒤 누가 돌봄을 책임지고, 누가 민원을 처리하며, 누가 늘어난 복지비용을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비어 있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공공성에 불과하다. 군포시는 국토부와 LH뿐 아니라 경기도와 GH에도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공급의 공공성을 말해왔다면, 책임의 공공성도 함께 보여달라는 요구다.

네 번째로는 군포시 스스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냉정히 말해 군포시는 너무 오랫동안 감당하는 행정에 머물렀다. 공공임대 밀집 구조가 가져오는 재정적 불이익과 복지행정 부담을 누구보다 먼저 체감해 온 도시이면서도, 그것을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 의제로 키워내고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구조적 압박을 가하는 데는 충분히 집요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너무 오랫동안 설명에 머물렀고, 하소연에 가까운 건의를 반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그것 역시 행정의 한계로 봐야 한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군포시는 더 이상 “복지 부담이 크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방교부세 개선 요구안을 직접 만들고, 특별교부세 확보 논리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공공임대 밀집에 따른 복지행정 추가 비용을 세부 자료로 정리해 중앙정부와 경기도, LH, GH를 상대로 공식적이고 지속적인 요구를 이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이 문제를 군포시 내부 행정 문서 안에만 가두지 말고 시민에게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왜 군포가 이런 구조를 떠안게 됐는지, 왜 지금 재정의 숨통이 막혀 있는지, 무엇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지를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시민의 이해와 지지가 없는 구조 개선 요구는 쉽게 힘을 얻기 어렵다.

정치권의 책임 역시 분명하다. 이 문제를 단순히 “복지예산이 많다”는 식의 소모적 논쟁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이는 선심성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재정 구조의 문제이며, 국가정책의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분담할 것인지의 문제다. 지역 국회의원은 국토부와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제도 개선 창구가 되어야 하고, 도의원은 경기도 차원의 특별조정교부금과 GH 책임 강화를 압박해야 하며, 시의회는 집행부가 이 문제를 정말 구조개선 과제로 끌고 가고 있는지를 끝까지 점검해야 한다. 정치가 시민 앞에서 보여줘야 할 것은 행사 참석 사진이 아니라, 도시의 구조적 불이익을 얼마나 실제로 바꾸고 있느냐는 결과다.

그리고 군포는 이제 ‘복지도시’라는 표현도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복지가 많다는 이유로 낙인처럼 읽혀서는 안 된다. 군포는 실패한 도시가 아니라, 국가 주거복지 정책을 가장 오래, 가장 앞에서 감당해 온 도시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공공임대를 많이 받아들였다는 것은 한편으로 국가 정책의 부담을 대신 짊어진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도시가 더 많은 재정 보전과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것은 특혜 요구가 아니라 정당한 보상 요구에 가깝다. 복지는 줄일 수 없고, 줄여서도 안 된다. 문제는 복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재정 구조와 책임 분담 구조가 지금까지 너무 허술했다는 데 있다.

지금처럼 군포시 혼자 버티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예산의 절반 이상이 복지로 묶인 상황에서 청년정책을 확대하고, 기업 유치 기반을 만들고, 도시재생과 생활 SOC를 넓히고, 미래세대를 위한 도시 전략을 짜라는 것은 지방정부에 지나치게 가혹한 요구일 수밖에 없다. 결국 복지의 문제는 복지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도시의 성장, 활력, 투자, 인구 구조, 삶의 질까지 모두 연결된다. 그래서 군포시의 53%는 단순한 부담 수치가 아니라, 이제는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강한 신호로 읽혀야 한다.

국토부는 공급 성과만 말할 것이 아니라 공급 이후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LH는 몇 세대를 지었는가가 아니라 그 도시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무겁게 그 정책 비용을 떠안고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GH와 경기도는 개발과 공급의 성과 뒤에 숨지 말고, 기초지자체가 감당하는 현실적 부담을 함께 제도화해야 한다. 군포시 역시 더는 조용히 감당하는 도시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구조가 잘못됐다면 구조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도시가 되어야 하고, 점잖은 건의를 넘어 실질적 제도 개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행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군포의 복지는 무거운 것이 아니다. 무겁게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답도 분명하다. 그 무게를 군포시 한 곳에만 남겨두지 않는 것, 국가와 공공기관, 광역단체, 정치권이 함께 책임을 나누는 것, 그리고 그 책임을 제도로 고쳐 쓰는 것, 그것이 지금 군포가 요구해야 할 진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