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시선 연속보도②] 군포의 복지는 왜 늘 무거운가
국가는 공급했고, 공기업은 실적을 쌓았고, 군포는 30년째 부담을 떠안았다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군포시의 사회복지예산 비중 53%라는 숫자는 단순한 재정 통계가 아니다. 이 수치는 한 지방정부가 어디까지 복지의 최전선으로 밀려났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공급의 성과를 가져갔고 누가 사후 책임을 떠안았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적 결과다. 이 숫자만 떼어놓고 보면 “군포시가 복지에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것 아니냐”는 단순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군포의 현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53%는 복지 과잉의 결과가 아니라 공공임대 밀집 구조와 장기 누적된 정책 부담이 지방재정에 응고된 결과라는 사실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다시 말해 군포는 복지를 과하게 선택한 도시가 아니라, 복지를 과하게 감당하도록 놓여온 도시다.
지난 20일 본보에서 이미 짚었듯, 군포시는 수도권 내에서도 공공임대와 영구임대가 적지 않게 집중된 도시다. 2026년 4월 기준 군포시 전체 세대는 11만1,714세대, 임대아파트는 11개 단지 6,772세대로 전체의 약 6%를 차지한다. 숫자만 놓고 봐도 안양시 1.14%, 부천시 3.59%, 성남시 4.87%보다 높고, 고양시 6.78%에 근접한다. 그러나 군포의 진짜 문제는 총량보다 내부 구성에 있다. 6,772세대 가운데 영구임대가 3,641세대로 절반을 훌쩍 넘고, 국민임대는 1,986세대, 분양전환 공공임대는 615세대, 행복주택은 480세대다. 즉 군포의 공공임대 구조는 상대적으로 장기 거주형, 취약계층 밀집형, 복지 수요 연동형 성격이 강하다.
세부 단지를 보면 그 구조는 더 선명해진다. 영구임대는 산본가야2 900세대, 산본주몽1 1,191세대, 산본매화1 1,340세대가 중심이고, 여기에 삼성마을1단지 90세대, 군포송정LH3단지 120세대가 더해진다. 국민임대는 휴먼시아1단지 561세대, 휴먼시아2단지 891세대, 삼성마을1단지 414세대, 군포송정LH3단지 120세대로 구성된다. 분양전환 공공임대는 삼성래미안 1세대, 삼성마을3단지 13세대, 삼성마을6단지 22세대, 숲속반디채 451세대, 엘에이치송정마을 128세대가 포함된다. 행복주택은 군포송정LH3단지 480세대다. 숫자를 나열하면 건조해 보이지만, 행정의 언어로 바꾸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영구임대가 많다는 것은 단순히 집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고령층과 저소득층, 장애인, 돌봄이 필요한 가구, 주거취약계층이 장기간 밀집해 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고, 이는 곧 복지·안전·민원·통합돌봄·공동체 관리의 수요가 장기간 반복된다는 의미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군포의 복지예산 53%를 봐야 한다. 복지는 예산 항목이 아니라 구조다. 공공임대가 많은 도시는 단순히 주택정책의 혜택을 본 도시가 아니라, 그 이후 이어지는 삶의 문제를 행정이 끊임없이 떠안아야 하는 도시가 된다. 기초생활보장, 노인복지, 장애인 지원, 주거복지 상담, 생활민원 대응, 안전 점검, 아동돌봄, 지역사회 통합돌봄, 고독사 예방, 공동체 갈등 조정까지, 행정이 감당해야 할 영역은 주택 공급 순간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부터 시작된다. 같은 규모의 도시라도 군포가 더 자주, 더 세밀하게,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복지행정을 수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이 구조는 어디에서 시작됐는가. 답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 그것도 1990년대 초반 산본신도시 개발 시기로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 주택난 해소와 인구 분산을 목표로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1기 신도시 조성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군포는 산본신도시 개발의 중심지였고, 대규모 공동주택 공급과 함께 공공임대와 영구임대가 정책적으로 배치됐다. 가야2는 1993년, 주몽1은 1995년 6월, 매화1은 1995년 7월 준공됐다. 지금 군포의 복지 구조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단지들이 모두 이 시기의 결정과 맞물려 있다. 즉 오늘의 53%는 최근 몇 년의 예산 편성 결과가 아니라, 30년 가까이 누적된 주거정책의 뒤끝이 지방재정으로 넘어온 결과다.
여기서 책임의 첫 번째 축은 분명 중앙정부다. 당시 공급 방향을 설계하고 물량을 정하고 수도권 공공주택 정책의 틀을 짠 주체는 군포시가 아니었다. 건설교통부, 지금의 국토교통부가 정책을 총괄했고, 대한주택공사에서 이어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의 중심 역할을 맡았다. 공공주택 공급은 국가정책으로 결정됐고, 지방정부는 그 정책의 수용과 행정 협조를 맡는 위치에 가까웠다. 공급의 권한과 성과는 중앙에 있었고, 결과의 무게와 지속 비용은 지방으로 흘러내렸다. 이 구조를 외면한 채 군포시의 복지비중만 놓고 “지출이 많다”고 말하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뒤집는 일이다.
국토교통부의 책임은 단지 과거의 공급 결정에만 있지 않다. 더 큰 책임은 공급 이후에도 지방정부가 감당해야 할 복지 부담과 재정 압박을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완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국가가 공공성을 내세워 추진한 정책이다. 그렇다면 그 정책으로 인해 특정 지자체에 복지 수요가 장기적으로 더 무겁게 집중될 경우, 국가 역시 그에 상응하는 재정 보전 장치를 갖추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공공임대가 많이 들어서면 실제로 어떤 생활 행정 수요가 증가하는지, 영구임대 밀집이 기초지자체의 복지 지출 구조에 어떤 압박을 가하는지,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그 비용이 어떻게 커지는지에 대한 세밀한 보정 장치는 오랫동안 충분하지 않았다. 국가는 공급을 정책 성과로 말해왔지만, 공급 이후의 복지 비용을 분담하는 문제에는 지나치게 둔감했다.
LH의 책임은 더 직접적이다. LH는 공공임대 공급의 상징적 기관이자 실질 집행 기관이다. 그러나 LH의 평가 구조는 기본적으로 얼마나 공급했는가, 얼마나 빨리 사업을 추진했는가, 얼마나 많은 세대를 시장에 내놓았는가에 맞춰져 있다. 반면 그 공급이 특정 도시의 생활 구조와 재정 구조에 남기는 장기 비용은 기관의 핵심 책임 영역으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공급은 수치로 남고, 부담은 지역의 일상으로 남았다. LH가 주거복지를 실현했다고 말하는 순간, 그 복지가 실제로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복지행정과 지역 관리 비용은 군포시 예산에서 빠져나갔다. 말하자면 LH는 집을 지었지만, 그 집에서 이어지는 삶의 무게는 군포시가 감당했다. 공급의 성과는 기관 실적이 되고, 사후 부담은 지방정부 숙제가 되는 구조가 수십 년째 반복돼 온 셈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역시 책임에서 비켜설 수 없다. GH는 경기도 차원의 공공개발과 주거정책 수행기관으로서 지역의 균형 있는 주거 공급과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러나 공공주택 확대와 도시개발이 지역에 미치는 장기적 비용, 특히 기초지자체가 떠안아야 하는 복지·교통·교육·생활 SOC 부담에 대한 정교한 대응은 충분히 전면화되지 못했다. 공급 단계에서는 공공성이 강조되지만, 유지 단계에서는 책임이 흩어진다. 그 사이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기초지자체가 모든 문제를 떠안는다. 공기업이 공급을 책임졌다면 공급 이후의 지속 가능성까지도 책임 범주에 넣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현실은 공급계획은 화려하게 제시되고, 사후 관리의 구조적 부담은 늘 지역의 몫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군포시가 전적으로 피해자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군포시 역시 지난 행정의 흐름을 돌아보면 지적받아야 할 지점이 분명히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구조를 알고도 구조를 흔들 만큼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공임대 밀집이 군포 재정과 복지행정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는 하루이틀 사이 드러난 문제가 아니었다. 영구임대 단지의 노후화, 고령 입주민 증가, 복지민원 확대, 지역 내 생활 인프라 부족,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새로운 주거 수요와의 충돌은 오래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그럼에도 군포시는 중앙정부와 LH, 경기도, GH를 상대로 보다 지속적이고 공개적이며 제도적인 보완 요구를 얼마나 치열하게 밀어붙였는지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방교부세 산정 기준 개선, 특별교부세 가중치 반영, 공공임대 밀집지역에 대한 별도 재정지원, 생활 SOC 선제 확충, 교통·주차·복지 인프라 연계 확보 같은 과제들은 뒤늦게 꺼낼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시가 전략적으로 붙들었어야 할 의제였다. 그러나 군포시 행정은 너무 자주 사후 대응에 머물렀고, 구조를 흔드는 선제적 압박보다 당장의 수습에 치중해왔다. 이것은 중앙정부와 공기업의 책임을 덜어주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구조적 불이익을 누구보다 먼저 체감해온 지방정부라면 그 현실을 더 집요하게 제도 문제로 끌어올렸어야 했다는 뜻이다. 침묵하거나 점잖게 건의하는 수준으로는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군포시는 너무 오래 “받아들이는 행정”에 익숙했고, 그 결과 시민은 계속 같은 부담을 감당해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공임대가 늘어나면 복지예산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도시의 재정 기동력 자체가 약해진다. 사회복지예산 비중이 53%에 이르면 예산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필수지출 성격으로 묶인다. 그러면 도로 정비, 기업유치 기반 조성, 청년정책, 교육환경 개선, 문화체육 인프라, 도시재생, 생활 SOC 같은 미래형 투자는 뒤로 밀린다.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은 복지만이 아닌데, 구조상 복지가 늘 가장 먼저 우선순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복지는 시민 생계와 직결되므로 줄일 수도 없고 늦출 수도 없다. 결국 군포는 미래에 투자해야 할 돈을 현재를 방어하는 데 더 많이 써야 하는 도시가 된다. 이 구조는 단순히 복지비율이 높다는 말보다 훨씬 심각하다. 도시의 성장 여력을 갉아먹고 행정의 선택지를 좁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 문제는 군포 주거 구조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현재 행복주택은 480세대, 전체 세대 대비 0.43% 수준이다. 영구임대 중심 구조가 복지 안전망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도시 활력을 회복하고 젊은 세대의 정착 기반을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즉 군포는 한편으로는 장기 복지수요를 감당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주거 전략도 다시 짜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이 공급량만 말하고 지방정부가 복지예산 비중만 감당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정책의 형평성을 말할 수 없는 수준에 가깝다.
더구나 앞으로 예정된 공급까지 감안하면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군포시는 현재 외에도 대야미 공공주택지구, 군포10구역 재개발, 의왕·군포·안산 공공주택지구 등 추가 공급 가능성을 안고 있다. 문제는 공급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공급만 있고 책임 분담은 없는 방식이 문제다. 주택이 더 들어서면 교통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학교와 돌봄 인프라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지역 내 생활 SOC는 어떤 속도로 따라갈 것인지, 취약계층 밀집에 따른 복지행정 증가는 누가 비용을 보전할 것인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공급만 확대하는 것은 무책임에 가깝다. 공공성은 공급량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으로 증명돼야 한다.
기자의 시선에서 분명히 짚어야 할 대목은 이것이다. 군포의 복지예산 53%는 군포시가 복지를 과하게 늘린 탓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한 공공임대 공급 정책, LH와 GH의 공급 중심 사고, 그리고 이를 충분히 제도 문제로 끌어올리지 못한 과거 군포시 행정의 소극성이 겹쳐 만든 구조적 결과다. 책임은 한 곳에만 있지 않다. 그러나 가장 큰 권한을 쥐고 가장 적게 부담한 주체가 누구인지 묻는다면 답은 분명하다. 정책을 설계한 중앙정부, 공급 실적을 쌓은 공기업, 그리고 그 사이에서 구조를 바꾸기보다 감당하는 데 익숙해졌던 지방행정 모두가 이 현실의 책임선 위에 있다.
군포는 더 이상 “복지비가 높은 도시”로만 읽혀서는 안 된다. 군포는 국가 주거정책의 비용이 지방재정에 어떻게 남는지를 보여주는 도시이고, 공공임대의 공공성이 왜 재정책임의 공공성으로 연결되지 못했는지를 드러내는 도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군포에 더 참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얼마나 책임져야 하는지를 다시 쓰는 일이다. 국토교통부는 공급 성과 뒤에 숨지 말아야 하고, LH는 주택 공급의 숫자만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어야 하며, GH는 개발의 논리만이 아니라 지역의 지속 가능성까지 책임지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군포시 역시 더는 점잖은 건의에 머물지 말고, 공공임대 밀집에 따른 복지·재정 부담을 구조적 불이익으로 공식화해 중앙정부와 경기도를 상대로 정면에서 따져야 한다.
군포시의 53%는 과잉이 아니다. 그것은 30년간 누적된 책임의 총합이고, 아무도 끝까지 책임지지 않은 정책의 후유증이다. 이 도시가 지금 짊어진 무게는 우연이 아니라 설계된 결과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하나다. 왜 군포시만 이 무게를 더 오래, 더 무겁게 버텨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복지예산 53%는 앞으로도 예산 수치가 아니라 국가정책의 무책임을 증언하는 숫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본보 후속보도에서는 군포시가 실제로 요구해야 할 지방교부세 개편 방향, 공공임대·영구임대 밀집도를 반영한 재정 보전 장치, 그리고 지역 정치권과 중앙정치가 어디까지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짚는다. 이제는 구조의 원인을 넘어, 누가 어떻게 이 불균형을 바로잡을 것인지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