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이 먼저 찾는 도시, 이천의 변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기자 한마디 "도시는 스스로 성장하지 않는다. 선택받아야 성장한다"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지방정부의 성과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투자유치’다.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 수십 명의 신규 고용, 기업 이전과 공장 신설. 숫자만 보면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기자는 늘 숫자보다 그 안의 흐름을 본다. 왜 그 기업이 이 도시를 선택했는가, 그 선택 뒤에는 어떤 행정이 있었는가, 그리고 그 성과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이천시가 이번에 보여준 203억 원 규모의 관외기업 투자유치는 그런 의미에서 꽤 주목할 만하다. 서울에 본사를 둔 배성건설이 이천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단순한 협약을 넘어 도시의 산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 장면이 만들어졌다.
특히 이번 사례가 의미 있는 이유는 기존 공장의 증설이 아니라 관외 기업이 이천으로 직접 들어와 생산 거점을 새롭게 구축하는 첫 사례라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투자유치 성과는 종종 숫자로만 소비된다. 그러나 기존 기업의 확장과 외부 기업의 신규 유치는 분명히 다르다. 외부 기업은 더 냉정하다. 여러 도시를 비교하고, 규제를 따지고, 접근성과 비용을 검토한 뒤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의 결과가 바로 이번 협약이다.
배성건설은 2025년 기준 99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철근·콘크리트 전문 기업이다. 주요 거래처로는 삼성물산, GS건설, DL E&C, SK에코플랜트 등 국내 굵직한 건설사들이 포함돼 있다. 단순한 중소 제조업체가 아니라 안정적인 성장 기반과 시장성을 갖춘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투자의 무게는 더 크다.
배성건설은 경기 이천시 마장면 장암리 일원에 약 2만9천952㎡ 규모의 부지에 제조시설과 부대시설, 기숙사 등을 포함한 생산 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건축면적은 5,693㎡에 달하고 약 70명의 신규 고용 창출도 기대된다. 이는 단순히 공장 하나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새로운 축이 하나 더 세워지는 일이다.
기업 측은 이천을 선택한 이유로 수도권 내 우수한 접근성과 산업 기반을 꼽았다. 맞는 말이다. 이천은 수도권 동남부의 핵심 물류축에 위치해 있고, 반도체와 제조업 기반이 이미 형성돼 있다. 교통과 산업 연계성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 도시다.
하지만 기자의 시선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좋은 입지를 가진 도시는 많다. 중요한 것은 그 입지를 실제 투자로 연결해내는 행정의 힘이다. 기업은 교통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공장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인허가 절차가 얼마나 빠른지, 행정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지, 담당 부서가 얼마나 문제 해결 중심으로 움직이는지를 함께 본다.
이번 투자유치 과정에서 이천시는 기업의 입지 검토 단계부터 인허가, 기반시설, 규제 사항 등을 사전에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투자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오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부분은 분명 좋은 방향이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이 행정 절차에서 지치지 않도록 돕는 것, 필요한 기반을 미리 준비하는 것, 그리고 신속한 판단으로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선택받는 도시의 조건이다.
김경희 시장이 “배성건설은 관외에서 이천으로 이전하는 첫 신설 투자 기업으로 매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첫 번째는 언제나 중요하다. 첫 사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도시에 대한 신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더 긍정적으로 볼 부분은 이번 성과가 단발성 홍보에 머물지 않고 민선8기 전체 흐름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천시는 민선8기 들어 총 10개 기업, 9,846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숫자 자체도 의미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이 점점 구조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기서 행정은 더 냉정해야 한다. 협약은 시작이지 완성이 아니다. 실제 착공이 이루어지고, 약속한 고용이 현실이 되며,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나야 진짜 성과가 된다. 기자는 늘 발표보다 결과를 본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박수보다 관리다.
특히 기업 유치는 시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공장이 들어왔지만 지역민 채용이 적다면, 시설은 생겼지만 지역 상권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성과는 반쪽에 그친다. 반대로 지역 청년에게 일자리가 생기고, 협력업체가 늘고,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면 그것은 도시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천시는 바로 그 지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투자유치는 행정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결국 시민의 삶으로 증명돼야 한다. 숫자가 아니라 생활 속 변화가 시민을 설득한다.
또 하나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은 균형이다. 기업 유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지역 여건과 주민 수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장 신설은 지역 발전의 기회이지만 동시에 교통, 환경, 생활권 문제도 동반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사전에 충분히 조율하고 신뢰를 쌓는 행정이 필요하다.
좋은 투자유치는 빠른 투자만이 아니라 오래 남는 투자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다음 기업이 다시 이천을 선택하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
이번 배성건설 사례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첫 번째 관외기업 유치라는 상징성은 충분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세 번째 사례다. 성공은 반복될 때 정책이 되고, 정책은 축적될 때 도시의 경쟁력이 된다.
행정은 협약식에서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민은 완공된 공장과 늘어난 일자리, 살아난 지역경제에서 성과를 체감한다. 결국 평가받는 것은 발표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203억 원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이천이 기업에게 보내는 신호이자, 기업이 이천에 보내는 신뢰의 답장이다.
기자 한마디 "도시는 스스로 성장하지 않는다. 선택받아야 성장한다. 이번 투자유치는 이천이 조금씩 ‘기업이 먼저 찾는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일, 그것이 이제부터 진짜 행정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