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좋은 정책은 결국 시민의 삶에서 증명된다…시흥형 기본사회가 가야 할 길
기자 한마디 "정책은 결국 시민의 일상에서 증명된다"
[뉴스타운/송은경 기자] 기획은 언제나 아름답다. 계획서에는 방향이 분명하고, 보고서에는 기대가 가득하다. 그러나 행정의 평가는 문서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에서 결정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이 체감하지 못하면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문장에 머문다. 그래서 기자는 늘 묻는다. 이 정책은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있는가.
최근 지방행정의 핵심 화두 가운데 하나는 ‘기본사회’다. 사회적 불평등이 깊어지고 경제적 양극화가 일상이 된 시대에 국가는 국민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출발선을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시민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국가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이기 때문이다. 돌봄이 필요할 때, 월세가 버거울 때, 아이 교육비가 부담될 때, 병원에 갈 보호자가 없을 때 시민은 결국 시청 문을 두드린다. 기본사회는 국가의 철학이지만, 그 실현은 지방정부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시흥시가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한 의미를 가진다. 시는 올해 초 기본사회팀을 신설하며 정책 전담 조직을 마련했고, 관련 조례 제정과 위원회 구성, 시흥형 기본사회 기본계획 수립까지 추진하며 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조직 확대가 아니라 시민 삶의 안정망을 구조적으로 설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기본소득에 대한 접근이다. 시흥시는 이미 민선 7기부터 지역화폐 ‘시루’를 중심으로 지역경제와 복지를 연결하는 실험을 이어왔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 전 시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던 결정은 그 상징적 장면이었다. 나이와 소득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에게 지급한 방식은 위기 앞에서 행정이 누구를 먼저 바라봐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자체 재난지원금도 지급했다. 이는 단순한 재정 집행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행정이었다. 위기의 순간, 공공이 시민 곁에 서 있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신뢰가 된다.
현재도 경기도 청년 기본소득, 체육인 기회소득, 농어민 기회소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본소득 정책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자체 재원으로 ‘기후행동 기회소득’까지 시작했다. 탄소중립 실천을 시민 참여형 보상 구조로 연결한 것은 환경정책과 생활정책을 함께 묶어낸 사례다.
더 주목할 부분은 전국 최초 모바일형 지역화폐인 ‘모바일 시루’다. 이는 단순한 결제 시스템이 아니다. 기본소득이 지역 안에서 순환하고, 소비가 다시 지역경제를 살리는 구조를 만드는 플랫폼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시민 체감 복지를 동시에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본사회는 현금 지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영역은 결국 돌봄이다. 시흥시는 2022년 경기도 최초로 동별 ‘시흥돌봄SOS센터’를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통합돌봄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의료·요양·돌봄서비스를 연계 지원하고,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로 돌봄이 필요한 시민에게는 ‘누구나 돌봄 사업’을 통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 정책의 강점은 대상의 폭이다. 돌봄을 특정 계층의 문제로 보지 않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삶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현실 속에서 돌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행정이 됐다.
아동수당과 청소년 생활장학금,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노인맞춤돌봄서비스까지 생애주기별 안전망도 함께 구축되고 있다. 특히 시흥형 통합돌봄 보건의료서비스와 어르신 행복 안부 프로젝트, 장애인 맞춤형 도우미 사업은 시흥시가 단순한 복지 전달을 넘어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직접 책임지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교육 정책 역시 같은 흐름이다. 시흥시는 관내 사립 유치원과 초·중·고 전체에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있으며, 초·중·고 신입생에게는 입학준비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학생과 대학원생에 대한 자체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것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어주는 일이다.
여기에 ‘시흥교육캠퍼스 쏙(SSOC)’과 ‘시흥시민캠퍼스Q’를 통한 평생학습 체계는 교육을 특정 연령대의 과제가 아니라 시민 전체의 권리로 확장하고 있다. 배움의 기회가 삶의 격차를 줄이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 정책은 단순한 교육사업을 넘어선다.
주거정책은 더욱 현실적이다. 지방정부 최초로 저소득 가구에 주거비를 지원하는 ‘시흥형 주거비’ 사업은 시흥시의 대표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무주택 월세 가구를 지원하고, 아동이 있는 가구에는 추가 지원을 더한다. 이는 단순한 복지사업이 아니라 가정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정책이다.
신혼부부를 위한 전세보증금 이자 지원과 사회주택 사업 역시 청년과 신혼부부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중요한 장치다. 지역에 머물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일은 결국 인구정책이자 미래전략이다.
도배와 장판, 집수리 지원 사업과 권역별 동네관리소 운영은 생활밀착형 정책의 대표 사례다. 시민은 거대한 도시개발보다 당장 집 안의 불편함을 더 크게 느낀다. 기본사회는 바로 이런 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데서 시작된다.
교통 분야도 마찬가지다. K-패스와 The 경기패스, 어린이·청소년 교통비 지원에 더해 시흥시는 자체적으로 ‘시흥패스+’와 어르신 기본교통비를 운영하고 있다. 이동권은 교육권이자 노동권이며 의료 접근권이다. 교통을 기본권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기본사회의 핵심 철학과 맞닿아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는 시흥형 기본사회의 미래를 보여준다. 태양광을 활용한 ‘햇빛소득’과 ‘햇빛에너지 복지’ 정책은 재생에너지를 복지와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시화방조제 자전거길 태양광 발전시설, 스마트허브 공장 옥상 태양광 설치 지원, RE100 소득마을 사업은 시민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고 혜택을 누리는 구조를 만든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정책이 아니다. 햇빛이 곧 소득이 되고, 에너지가 복지가 되는 구조다. 시민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에너지 자립도시는 앞으로 지방정부가 가장 주목해야 할 미래 전략이 될 수 있다.
물론 정책은 완성형이 아니다. 어떤 정책도 시행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방향과 지속성이다. 시흥시가 보여주는 기본사회 정책은 단순한 단기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 구조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승삼 시흥시장 권한대행은 “시민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는 다양한 기본사회 정책들이 시민 삶에 안착하고 실질적인 안전망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은 단순한 행정적 표현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시민에게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약속이다.
좋은 정책은 발표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이 위기의 순간에 실제로 도움을 받았을 때, 아이를 키우는 부담이 줄었을 때, 노후의 불안이 덜어졌을 때 비로소 정책은 신뢰가 된다.
기본사회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시민이 평범한 하루를 무사히 살아낼 수 있도록 만드는 행정의 책임이다. 그리고 그 책임을 가장 가까이에서 실천해야 하는 곳이 바로 지방정부다.
시흥형 기본사회가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더 많은 사업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결국 행정의 가치는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시민의 안심에서 증명된다. 지금 시흥시가 보여주는 방향은, 그 기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