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산의 다음 40년은 준비가 아니라 실행이다…ASV 경제자유구역, 첨단로봇도시 도약의 출발선

기자 한마디 "지금 안산에 필요한 것은 과감한 비전보다 더 촘촘한 실행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2026-04-18     송은경 기자

[뉴스타운/송은경 기자] 도시의 경쟁력은 더 이상 인구 규모나 행정구역의 크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산업을 품고 있는지, 어떤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 어떤 인재가 머물 수 있는지를 통해 미래가 갈린다.

시 승격 40주년을 맞은 안산시가 지금 안산사이언스밸리(ASV) 경제자유구역을 앞세워 도시의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대한민국 제조업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산업도시 안산이 이제는 연구개발과 첨단로봇, 인공지능 기반의 미래산업 도시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안산의 이번 선택은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니다. 도시의 경제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전환에 가깝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 투자 유치와 국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 세제 감면, 인허가 간소화, 각종 입지 혜택을 묶어 지원하는 제도다. 다시 말해 기업이 들어오고 싶고, 연구기관이 머물고 싶고, 글로벌 자본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제도적으로 확보해 주는 국가 단위 플랫폼이다. 안산시는 이 제도를 도시의 미래 성장축으로 삼았다.

민선 8기 들어 안산시가 줄곧 강조해 온 것도 결국 같은 문제의식이었다.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제조 기반은 안산의 자산이지만, 동시에 더 이상 과거 방식만으로는 도시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도 분명했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유지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업은 고도화돼야 하고, 기업은 첨단화돼야 하며, 청년들이 기대를 걸 수 있는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안산시가 ASV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핵심 과제로 밀어붙인 배경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그 결과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신규 지정·고시로 경기경제자유구역 안산사이언스밸리 지구가 공식화되면서, 안산은 선언 단계를 지나 실행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지정은 문을 연 것이고, 성과는 그 안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안산시가 지금부터 보여줘야 할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속도와 완성도다.

ASV 경제자유구역의 강점은 분명하다. 안산시 상록구 사동 산166번지 일원 1.66㎢, 약 50만 평 규모에 조성되는 이 구역은 한양대 ERICA를 중심으로 경기테크노파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전기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과 혁신 기업이 집적된 수도권 대표 산학연 클러스터다. 연구와 실험, 검증과 사업화가 한 공간 안에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미 기본 체력은 갖춰져 있다.

여기에 입지 경쟁력도 뚜렷하다. 신안산선 한양대역이 본격화되면 서울 여의도까지 25분대 접근이 가능해지고, 수도권 핵심 권역과의 연결성은 지금보다 한층 더 강화된다. 수도권이라는 광역 수요, 역세권이라는 접근성, 연구개발 인프라라는 기술 기반, 반월·시화산단이라는 생산 현장까지 동시에 갖춘 곳은 흔치 않다. 전국 경제자유구역을 통틀어 봐도 ASV가 갖는 상징성이 작지 않은 이유다. 흔히 산업단지는 생산에, 대학과 연구기관은 연구에, 도시는 정주에 각각 기능이 나뉘는 경우가 많지만, 안산은 이 요소들을 한 축으로 결합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시다.

무엇보다 주목할 대목은 안산이 ‘연구만 하는 도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ASV가 특히 힘을 받는 이유는 인접한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와의 연결성 때문이다. 약 2만 개 제조기업이 밀집한 산업 현장은 첨단로봇과 AI 전환 기술을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대규모 실증 공간이 된다. 기술은 결국 현장에서 살아남아야 산업이 된다. 물류, 생산, 검사, 안전관리, 위험공정 대체 같은 구체적 영역에서 성능이 확인되고,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져야 시장도 움직인다. 안산은 바로 그 검증 무대를 이미 가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장점이 아니라, 로봇산업 시대에 안산이 가질 수 있는 핵심 우위다.

그래서 ‘로봇 시티 안산’이라는 표현은 과장된 수사가 아니라 꽤 현실적인 전략 언어에 가깝다. 안산시는 ASV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AI와 첨단로봇 산업을 도시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방향을 잡았고, 그 흐름에 맞춰 기업 유치와 투자, 인력 양성, 실증 생태계 구축을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와 인테그리스테크놀러지센터, 에이로봇 등 관련 기업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기술기업은 이름보다 생태계를 본다. 연구 인프라가 있는지, 사람을 구할 수 있는지, 실증이 가능한지, 사업 확장이 가능한지를 본다. 안산은 이 네 가지 조건을 연결해 설명할 수 있는 도시가 되고 있다.

지난달 이민근 시장이 서울 로보티즈 본사를 찾아 직접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한 장면도 상징적이었다. 첨단산업 도시로의 전환은 책상 위 문서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 결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안산이 왜 유리한지, 왜 이 도시가 다음 선택지가 아니라 우선 검토 대상이 돼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산업 전환의 한복판에서 보여줘야 하는 것은 바로 그런 현장성이다. 정책을 설계하는 손과 기업을 움직이게 하는 발이 함께 가야 결과가 난다.

안산시는 청년창업펀드 2호를 통해 로봇 기술 보유 기업과 AI 반도체 설계 분야의 딥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기반도 다지고 있다. 이는 경제자유구역을 단지 큰 기업 몇 곳을 끌어오는 공간으로만 보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첨단산업은 대기업 유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스타트업, 연구소, 테스트기업, 부품기업, 응용기술기업이 층층이 쌓여야 생태계가 형성된다. 그런 점에서 안산의 접근은 비교적 입체적이다. 대규모 개발과 기업 유치를 앞세우면서도, 기술 기반 창업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군을 함께 키우려는 방향은 도시 산업정책으로서 의미가 있다.

독일 기업 22개사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ASV 경제자유구역 현장을 방문해 투자 환경과 산업 인프라를 확인한 것도 같은 흐름 속에서 읽힌다. 해외 기업의 관심은 단순 방문 자체보다, 안산이 국제 투자자에게 설명 가능한 도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결국 국내 기업만을 상대로 하는 공간이 아니다. 글로벌 기술기업, 해외 연구기관, 외국인투자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안산은 이제 “될 수도 있는 도시”가 아니라 “검토해볼 만한 도시”로 한 단계 올라선 셈이다.

시는 앞으로 로봇 특화 성장 인프라 구축, 로봇 전문 인력 양성체계 마련, 로봇 도입 기업 지원, 로봇 생태계 거버넌스 구축 등 4대 전략을 담은 기본계획을 통해 산업 전반의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인력 양성이다. 수도권 최초이자 전국 최대 규모의 로봇직업교육센터를 통해 2028년까지 약 5,720명의 전문 인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은 산업정책이 사람의 문제로 이어져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기술이 있어도 사람이 없으면 산업은 자라지 못한다. 반대로 인력이 있어도 지역에 머물 기업이 없으면 청년은 떠난다. 결국 안산이 만들어야 할 것은 기업 유치와 인재 양성을 따로 노는 정책이 아니라, 일자리와 정주, 교육과 산업이 연결되는 구조다.

이 지점에서 안산의 과제도 분명해진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성과로 남으려면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 유치 실적이나 투자협약 숫자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실제로 보는 것은 다른 데 있다. 청년 일자리가 늘었는지, 지역 대학을 나온 인재가 안산에 남을 이유가 생겼는지, 노후 산업단지의 작업 환경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바뀌는지, 도시 생활여건이 더 좋아졌는지를 본다. 결국 산업정책은 시민 삶의 문제와 만날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가진다.

그런 점에서 ASV 경제자유구역은 안산시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사업이다. 단순히 하나의 개발지구가 아니라 도시의 다음 10년, 다음 20년을 떠받칠 산업 기반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안산이 대한민국 제조업의 중요한 축이었다면, 앞으로는 첨단로봇과 AI 기반 산업 전환의 대표 도시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안산은 과거의 영광을 반복하는 도시가 아니라 미래를 선점하는 도시가 된다.

안산시가 제시한 2032년까지 4,105억 원 투자, 생산 유발 8조4천억 원, 고용 창출 약 3만 명이라는 전망도 결국 실현의 문제로 귀결된다. 전망은 계획서에 적을 수 있지만, 성과는 현장에서 증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시계획 수립부터 기반시설 조성, 투자유치, 인재 확보, 정주여건 보완, 행정지원 체계 구축까지 어느 하나 느슨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 사업 시행자가 안산시와 한양대학교로 확정돼 토지수용 절차 없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신속한 추진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중요한 것은 이 장점을 실제 속도로 바꾸는 일이다.

안산은 지금 좋은 기회를 잡았다. 수도권에 있으면서도 단순한 배후도시에 머무르지 않고, 대학과 연구기관, 제조 현장과 첨단산업 비전을 한데 묶어 도시 전체를 미래형 산업 플랫폼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시 승격 40주년이라는 상징적 시점에 이 같은 변화의 방향이 제시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기념은 과거를 돌아보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대로 된 기념은 미래의 좌표를 세우는 데서 완성된다.

안산은 이제 그 좌표를 찍었다. 남은 것은 흔들림 없이 가는 일이다. 공단도시의 경험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 위에 첨단도시의 구조를 덧입히는 일이다. 제조의 기반을 지키되, 기술의 밀도를 높이고, 청년이 머물고, 기업이 찾고, 시민이 체감하는 도시로 확장하는 일이다. ASV 경제자유구역은 바로 그 출발점이다.

기자 한마디 "안산의 다음 40년은 준비가 아니라 실행으로 열려야 한다. 지금의 흐름이 단발성 홍보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 유치와 산업 생태계 조성,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면, 안산은 더 이상 과거 산업도시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시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첨단로봇도시, 수도권 미래산업의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길이 분명히 열릴 수 있다. 지금 안산에 필요한 것은 과감한 비전보다 더 촘촘한 실행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