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의 시선] 양평군 96% 수주율, 숫자보다 중요한 구조의 지속성

높은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구조다

2026-04-13     김병철 기자
김병철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양평군이 올해 1분기 공공구매 실적을 내놓으며 ‘지역 생산품 우선 구매’ 성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공사 분야에서 관내 업체 수주율 96%라는 수치는 분명 눈에 띈다. 총 43억 1,800만 원 규모의 공사 계약 가운데 41억 5,100만 원을 지역 업체가 수주했다는 점은 단순한 행정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침체된 지역 경제 속에서 공공부문이 지역 기업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기자의 시선은 언제나 성과 수치의 표면을 넘어, 그 구조가 실제 지역경제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는지를 함께 묻는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먼저 주목되는 대목은 공사 분야의 압도적인 비율이다. 96%라는 수주율은 사실상 대부분의 공사가 관내 업체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읍면 단위 평균 수주율도 90%를 기록했다. 양평군이 2022년 ‘지역기업 생산품 등 우선구매 규정’을 제정한 이후 매월 협조 공문, 분기별 실적 보고회, 기업 홍보 행사 등을 이어온 결과라고 군은 설명한다. 실제로 제도적 기반을 갖춘 뒤 일정 수준의 성과가 축적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공사 분야의 높은 수주율이 곧바로 지역경제 선순환의 완성으로 이어진다고 보기에는 아직 점검해야 할 지점이 적지 않다. 우선 전체 계약 실적을 보면 총 548건, 96억 3,900만 원 가운데 관내 업체 계약은 374건, 66억 4,500만 원으로 금액 기준 69% 수준이다. 공사 분야의 96%와 비교하면 전체 수치는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인다. 결국 특정 분야의 높은 수치가 전체 정책 성과를 대표한다고 단정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특히 물품 분야의 낮은 수주율 문제는 이번 성과 발표에서 가장 현실적인 과제로 읽힌다. 군 역시 관외 업체 선정 사유로 관내 생산업체 부재, 최저가 계약, 특허제품 구매, 조달구매 등을 들었다. 이는 단순히 발주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산업 구조 자체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조업체 수가 적고 품목 다양성이 부족하다면 행정이 아무리 우선 구매를 독려하더라도 실질적 확대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행정의 성과 홍보와 정책 실효성 사이의 간극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공사 분야 수주율 96%라는 수치는 홍보 문구로는 충분히 강력하지만, 정작 지역 기업의 체질 개선과 지속 가능한 판로 확대라는 본질적 목표에 얼마나 다가섰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정 분기, 특정 분야의 수치가 일시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해서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더욱이 공사 분야는 통상 지역 기반 업체 참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구조를 갖는다. 도로 보수, 소규모 시설 공사, 생활 SOC 정비 등은 물리적 접근성과 현장 대응 능력 때문에 지역 업체가 경쟁력을 갖기 쉽다. 다시 말해 이번 96% 수주율이 제도 성과인지, 아니면 공사 분야 특성상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인지에 대한 보다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단순 수치 발표만으로는 그 원인을 분리해 보기 어렵다.

양평군이 강조하는 ‘지역 경제 선순환’이라는 표현 역시 보다 구체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실제로 관내 업체 수주가 지역 고용 증가로 이어졌는지, 하도급 구조에서도 지역 업체가 참여했는지, 지역 내 소비 확대로 연결됐는지에 대한 후속 데이터가 없다면 선순환이라는 표현은 다소 선언적 의미에 머물 수 있다. 지역 업체가 계약을 따냈더라도 외부 인력과 자재 의존도가 높다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기자는 오히려 이번 발표에서 군이 스스로 밝힌 관외 업체 선정 사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관내 생산업체 부재라는 이유는 결국 지역 산업 생태계 육성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선 구매 제도는 단기적 판로 지원책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기업이 자체 경쟁력을 갖추도록 기술 고도화와 품목 다변화를 지원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행정 주도의 구매 확대는 특정 시점의 성과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부분은 최저가 계약과 조달구매 구조다. 공공계약은 법과 절차의 틀 안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지역 업체 우선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업체 보호와 공정 경쟁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할 수 있다. 자칫 지역업체 우선이라는 명분이 경쟁력 검증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행정의 책임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평군이 앞으로 설계 단계부터 지역 생산품 활용을 확대하고 조달물품 구매 시에도 지역 기업 등록 제품을 우선 확인하겠다고 밝힌 부분은 방향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제도 강화 그 자체가 아니라 실제 집행 과정의 투명성이다. 어떤 기준으로 지역 업체가 우선 반영되는지, 가격과 품질 경쟁력은 어떻게 검증되는지, 특정 업체 편중은 없는지에 대한 관리 체계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최근 대외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속에서 지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구매 확대 정책은 분명 필요한 정책이다. 특히 지방정부가 민생경제 회복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일정 부분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책의 진짜 평가는 발표자료 속 수치가 아니라 현장에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변화에 있다.

과연 이번 96% 수주율이 지역 중소업체의 고용 유지와 매출 안정으로 이어졌는지, 지역 상권 소비 활성화에 실제 영향을 미쳤는지, 분기별 실적이 연중 지속 가능한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 숫자는 성과를 보여주지만, 구조는 행정의 진짜 실력을 드러낸다.

이번 발표는 분명 성과이지만 동시에 과제를 드러낸 발표이기도 하다. 공사 분야의 높은 수주율 뒤에 가려진 물품 분야의 취약성, 산업 기반 부족, 실질적 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검증 부족은 앞으로 양평군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지역경제를 살리는 행정은 높은 비율의 숫자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숫자가 지역 일자리, 지역 소비, 기업 생존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정책은 완성된다.

양평군의 이번 성과 발표가 단순한 홍보성 수치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지역경제 회복의 출발점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행정은 성과를 발표하는 것보다 그 성과가 지속되도록 구조를 만드는 책임을 져야 한다.

기자의 시선은 바로 그 다음 분기, 그리고 그 다음 해의 숫자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