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업도시 넘어 교육도시로…안산의 40년, 이제 사람에 투자한다

기자수첩 한마디 "산업도시를 넘어 교육도시로의 전환. 안산의 다음 40년은 결국 사람을 키우는 힘에서 시작"

2026-04-05     송은경 기자
송은경

[뉴스타운/송은경 기자] 산업도시의 상징으로 불려온 안산이 도시의 미래 성장축을 교육으로 옮기며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다. 시 승격 40주년을 맞은 올해, 안산시는 단순한 교육 지원을 넘어 도시 경쟁력 자체를 재설계하는 수준의 교육 인프라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월·시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제조업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도시가 이제는 인재 양성과 교육 생태계를 기반으로 다음 100년을 준비하는 구조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동안 안산은 산업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도시 발전의 중심에는 기업과 공장, 산업단지와 물류 인프라가 있었다. 그러나 도시 경쟁력이 단순한 생산 기반을 넘어 사람과 기술, 교육 수준에서 갈리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안산시 역시 새로운 성장 전략을 꺼내 들었다. 그 해답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교육이다. 특히 의과학, 로봇·AI, 글로벌 교육, 직업교육, 평생학습을 하나의 축으로 묶어 도시 전체를 교육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기존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지원 정책과는 결을 달리한다.

안산시의 이번 전략은 학교 지원 수준을 넘어 대학과 병원, 연구기관, 산업현장까지 연결하는 입체적 구조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지역 내 우수 교육·의료 자원을 도시 성장 전략에 직접 편입시키면서 지역 인재를 지역에서 길러내고, 다시 지역 산업과 도시 발전으로 이어지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과 연계한 의과학 영재교육이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영재교육센터는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후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학생 30명의 수료생을 배출하며 본격적인 운영 기반을 다졌다. 의생명, 의공학, 기초의학 등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 교육 과정은 기존의 교과 중심 수업과는 확연히 다르다.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험하고 탐구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특히 연구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 방식은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미래형 인재 양성 모델을 보여준다. 학생들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며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영재교육을 넘어 지역 의료 인프라를 활용한 특화 교육 모델로서 의미를 가진다.

한양대학교 ERICA와 연계한 과학 및 로봇·AI 영재교육 역시 안산 교육정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학영재교육센터에서는 화학, 물리, 생명과학, 지구과학, 수학 등 기초과학 중심의 실험·실습 수업이 운영되고 있으며, 로봇·AI 분야에서는 프로그래밍과 로봇 설계·제작 교육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레고 스파이크 프라임을 활용한 로봇 제작 수업과 팀 프로젝트 기반 학습은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내는 동시에 협업 능력과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과학 분야 수료생 30명, 로봇·AI 분야 수료생 22명을 배출한 점은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미래형 교육 기반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산시 교육정책의 강점은 단순히 소수 영재 육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교육 격차 해소와 교육 접근성 확대를 위한 생활 밀착형 정책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안산온에듀플러스 with 강남인강’ 사업은 대표적인 사례다. 중·고등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양질의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에게는 전액 무료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콘텐츠 접근성이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사업은 교육 복지 측면에서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까지 지원 범위를 넓힌 것은 교육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중요한 정책적 의미가 있다. 학교 울타리 안에 있는 학생만이 아니라 다양한 청소년 계층을 포괄하는 접근 방식은 교육도시 전략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다.

초등학교 신입생 입학준비금 10만 원 지원 역시 학부모의 실질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거창한 구호보다 시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생활형 교육 지원이라는 점에서 현장 반응도 나쁘지 않다.

학교시설 개방 정책 역시 주목할 만하다. 현재 85개 학교가 체육관, 운동장, 야간주차장 등을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있다. 이는 교육시설을 학교 내부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시민의 생활 공간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특히 체육관 50개소, 운동장 56개소, 야간주차장 27개소가 개방되면서 학교는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공공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학교와 지역이 함께 사용하는 생활형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 정책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안산시가 추진 중인 전국 최초 중·고 통합형 공립 대안학교 설립 계획은 이번 교육 전략의 상징적 사업으로 꼽힌다. 2028년 개교를 목표로 대부도 지역에 조성될 (가칭) 경기안산1교는 공립학교의 안정성과 대안교육의 창의성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이다.

특히 안산의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점이 눈에 띈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은 도시 여건을 고려해 이중언어 교육, 국제문화 이해 교육, 국제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교육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단순히 학교를 새로 짓는 수준이 아니라 도시의 인구 구조와 미래 수요를 반영한 교육 시스템 구축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대부도의 입지 조건 역시 주목된다. 자연환경과 공항 접근성을 동시에 갖춘 지역 특성은 글로벌 교육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경기도교육청과 협력해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사업 추진의 현실성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ASV 경제자유구역 내 글로벌 명문학교 유치 추진은 도시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영국 명문 사립학교 Oundle School이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것은 안산이 교육도시로의 전환 가능성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안산시는 교육을 산업과 연결하는 전략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 직업교육 혁신지구 사업 선정 이후 로봇 산업 중심의 맞춤형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성화고와 기업, 대학이 협력하는 구조 속에서 학생들은 현장 중심 교육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안산시청 제3별관에 마련된 직업교육혁신센터는 6개 학교, 약 3900명의 특성화고 학생을 대상으로 현장학습, 취업 상담, 교육과정 개발, 기업 발굴 등 실질적인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교육이 곧 지역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다. 지역에서 필요한 인재를 지역 교육 시스템이 직접 길러내고, 다시 지역 산업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지방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볼 수 있다.

폐교된 구 경수초등학교 부지를 활용한 ‘안산 미래 캠퍼스’ 조성 계획도 눈길을 끈다. 평생학습과 진로탐색, 문화체험, 창작활동이 결합된 복합 교육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인 이 시설은 학생뿐 아니라 시민 전체를 위한 교육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는 학생 중심 교육을 넘어 전 생애 교육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안산시의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어린 학생부터 성인, 시민 전체를 포괄하는 교육 시스템은 도시의 장기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결국 안산시의 이번 교육도시 전략은 단순한 학교 지원 사업이 아니다. 산업도시의 한계를 넘어 사람과 기술, 교육 경쟁력을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도시 전략의 전환 선언에 가깝다.

시 승격 40주년을 맞은 안산이 지금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도시의 미래는 더 이상 공장 굴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연구실과 교실, 병원과 대학, 산업현장과 미래 캠퍼스에서 길러진 인재가 곧 도시의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

기자수첩 한마디 "산업도시를 넘어 교육도시로의 전환. 안산의 다음 40년은 결국 사람을 키우는 힘에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