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배고픔에서 회복까지…화성특례시 ‘그냥드림’ 위기의 시민을 받치는 사회안전망
먹거리 지원 넘어 보이스피싱·채무 위기까지 통합 연계…‘화성형 그냥드림’ 본격 확장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도시의 복지는 예산 규모나 제도 명칭만으로 평가되기 어렵다. 정작 중요한 것은 위기에 처한 시민이 실제로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 그리고 그 도움이 단순한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삶을 다시 일으키는 회복의 출발점으로 이어지느냐다. 그런 점에서 화성특례시가 지난해 12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그냥드림’은 단순한 먹거리 지원사업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공간에서 출발해 범죄 피해 신고, 긴급복지, 기초생활보장 신청, 금융복지 연계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통합 대응 구조를 갖추면서, 위기 시민을 떠받치는 생활 밀착형 사회안전망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복지제도의 한계는 늘 비슷했다. 도움이 절실한 사람일수록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복잡한 절차와 심리적 위축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특히 갑작스러운 범죄 피해나 채무 문제, 가족 해체, 고립, 실직과 같은 복합 위기는 행정의 한 부서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생계 문제와 심리적 위축, 제도 접근의 어려움이 동시에 겹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냥드림’은 가장 낮은 문턱에서 시민을 먼저 맞이하는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겉으로는 식료품 지원이라는 단순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위기 신호를 포착하고 필요한 기관과 곧바로 연결하는 생활 현장의 복지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나타난 사례는 이 사업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화성시 나래울종합사회복지관 앞을 서성이던 70대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평생 모아온 전 재산을 잃은 뒤 극심한 생계 위기에 빠진 상태였다. 단순히 경제적 손실만 겪은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탓하는 자책감, 주변에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는 두려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이 한꺼번에 덮쳤다. 결국 A씨는 당장의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그냥드림’을 찾았다.
하지만 그곳은 단순히 먹거리를 건네는 곳에 머물지 않았다. 현장 사회복지사는 A씨의 떨리는 상태와 위축된 모습을 놓치지 않고 조심스럽게 상담을 시작했다.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경찰 신고 절차를 안내했고, 보이스피싱 피해가 정식 수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동시에 복지관은 A씨의 생계 위기 상황을 확인하자마자 인근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기초생활수급 신청과 긴급복지 지원 절차를 신속히 밟았다. 배고픔 때문에 들어선 공간이 범죄 피해 대응과 생계 회복을 함께 여는 창구가 된 것이다. A씨가 “배고픔에 이끌려 찾은 곳에서 몸과 마음을 보호받았을 뿐 아니라 신고조차 엄두 내지 못했던 일을 함께 해결해 줘 다시 살아갈 희망을 보게 됐다”고 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또 다른 사례인 1인 가구 B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복된 사업 실패와 예기치 못한 악재가 겹치면서 다중 채무가 누적됐고, 결국 빚 독촉은 일상 자체를 짓누르는 압박이 됐다. 생계가 무너지고 고립이 깊어질수록 문제는 더 커졌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조차 알기 어려운 상태였다. B씨가 ‘그냥드림’을 찾은 이유 역시 처음에는 먹거리 지원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담 과정에서 복지사는 단순한 생계 곤란을 넘어 채무 문제가 삶 전체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화성남부종합사회복지관은 이를 곧바로 화성시금융복지상담지원센터와 연계했다. 이후 금융복지상담지원센터는 채무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파산면책 절차를 지원했고, B씨는 장기간 이어지던 빚 독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B씨가 “그냥드림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도 고통스러운 빚 독촉이 계속됐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단순한 감사 표현이 아니라, 제도와 연결되는 첫 접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증언에 가깝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위기의 시작은 서로 달랐지만, 시민들이 처음 드러낸 신호는 모두 ‘당장의 생계 곤란’이었다는 점이다. 복지 사각지대의 시민은 대개 가장 기본적인 필요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로소 외부와 접촉하게 된다. 문제는 그 지점에서 행정이 단순한 물품 지원만 하고 돌아서면, 범죄 피해도 채무 문제도, 심리적 붕괴도 그대로 방치된다는 데 있다. 화성특례시의 ‘그냥드림’은 바로 그 한계를 넘어섰다. 배고픔이라는 가장 낮은 단계의 위기를 출발점으로 삼아, 그 이면에 숨은 진짜 문제를 찾아내고 필요한 행정과 기관을 연결해 실질적 해결로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드림’은 단순한 푸드 지원 창구가 아니라 위기 발굴 시스템으로 볼 필요가 있다. 시민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지만, 행정과 복지기관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위기 징후를 포착하는 현장 거점이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복지의 실효성이 결국 접근성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도가 많아도 문턱이 높으면 사각지대는 줄지 않는다. 반대로 문턱을 낮추고, 시민이 도움을 요청하는 즉시 연계가 가능하도록 설계하면 복지의 체감도와 실제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화성특례시가 이 사업을 ‘화성형 그냥드림’으로 확장하려는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는 최근 통합돌봄과와 농식품유통과의 협업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 발굴 기능과 지역 농산물 공급 체계를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지원 물품을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 복지 전달체계 자체를 지역 자원과 연결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지난 3월 25일 화성시동탄어울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실무회의에는 통합돌봄과와 농식품유통과, 동탄4동·동탄7동 행정복지센터, 화성시동탄어울림종합사회복지관, 화성시동탄노인복지관,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해 사업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기관별 역할 분담, 이용 대상자 발굴 및 관리, 로컬푸드 식자재 공급 체계 구축 등 핵심 추진 과제가 집중 논의됐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점은 부서 간 협업 구조다. 복지사업은 흔히 복지부서의 몫으로만 여겨지기 쉽지만, 실제 시민의 삶은 복지와 먹거리, 건강, 금융, 주거, 지역사회 관계가 모두 얽혀 있다. 화성형 그냥드림은 통합돌봄과의 현장 발굴 기능과 농식품유통과의 공급 기반을 결합해, 복지를 하나의 부서 업무가 아닌 도시 차원의 연계 시스템으로 풀어가고 있다. 다시 말해 ‘돌봄’과 ‘유통’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가 복지 사각지대 시민에게 제때 전달되고, 그 과정에서 위기 가구가 행정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부서 협업을 넘어 지역 자원과 복지 전달체계를 동시에 엮는 화성형 모델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로컬푸드와의 결합은 이 사업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일반적인 복지사업이 외부 조달에 의존하는 방식이라면, 화성형 그냥드림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복지와 지역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지역에서 재배된 먹거리가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되는 체계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공동체 회복의 의미까지 품는다. 시민을 돕는 과정이 곧 지역 생산자를 살리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복지의 영역을 지역 순환경제까지 확장하는 시도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화성특례시 ‘그냥드림’의 성과는 물품 몇 건을 지원했느냐에만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느냐다. 위기 상황에 놓인 시민이 마지막으로 찾는 문이 되고, 그 문이 단절이 아니라 연결로 이어지며, 연결된 제도가 다시 시민의 삶을 버티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범죄 피해로 무너진 고령층에게는 신고와 생계 회복의 길을, 빚 독촉에 몰린 1인 가구에게는 채무 조정과 재기의 발판을 열어준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