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세대 분열 격화, 트럼프 ‘출구 전략’ 압박 고조
- 애매모호한 전쟁목적과 여론 - 트럼프 지지 성향의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의 분열 - 미 보수 진영 내부의 세대 간 갈등 고조 - 젊은층 : 트럼프 지지 이유는 해외 전쟁 미개입, 그러나 현실 개입 - “텍사스 트럼프 부족” 같은 노년층의 트럼프지지 - 이란은 ‘독립 기념일이 없는 국가’다. -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정치적 기반 균열
이란 전쟁으로 미국의 보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분열 심화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출구 전략(exit ramp) 모색에 대한 압박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 전쟁 발발 한 달 후, 미국 보수층은 전쟁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출구 전략 부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BBC 뉴스 28일 보도에 따르면, 미 텍사스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는 이란 전쟁이 보수 진영 내 세대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논의들이 있었다. 젊은 보수층은 해외 전쟁에 대한 개입을 피하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이 깨진 것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이란 전쟁의 경제적 여파로 생활비, 석유 및 가스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CPAC에서 이란계 미국인들은 이란 정권 교체와 자유를 지지하며, 트럼프의 군사 작전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 애매모호한 전쟁목적과 여론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과 국내외적인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 대다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군사 작전이 시작된 날부터 줄곧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에서는 과거 이유야 무엇이든 타국과의 전쟁을 개시할 때에는 미국인 상당수가 전쟁 찬성을 표하다가 상황이 악화될 경우, 반대의견이 많아지는 경향을 보여왔지만, 이번 이스라엘-미국 합동 공격은 처음부터 전쟁 반대의견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전쟁의 목적도 분명하지 않고 있어 상황이 꼬이기만 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전쟁이 4주 차에 접어드는 가운데 대체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텍사스에서 열린 연례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일부 당원들은 미국이 왜 이 전쟁을 시작했는지, 도널드 트럼프가 어떻게 전쟁을 끝낼 것인지, 그리고 이 전쟁이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댈러스에 거주하고 있다는 카셀은 “우리가 왜 이런 조치를 취하는지 더 투명하게 공개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랑하는 사람을 해외로 보내는 걸 마음 편히 생각할 수 있을 텐데...”라며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 생활비, 석유, 가스 가격은 계속 오를 테니까...”라고 말했다. 현실감있는 한 시민의 발언이다.
카셀과 그녀의 친구 조 볼릭은 처음으로 CPAC 회의에 참석했는데, 볼릭 역시 전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아직 최종 목표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가 실제로 달성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진정한 정권 교체일까? 그렇다면 어떤 모습일까? 누가 그들을 대체할까? 우리가 곤경에 처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 트럼프 지지 성향의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의 분열
CPAC는 10년 동안 트럼프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 왔으며, 자유지상주의 성향의 모임(libertarian-leaning gathering)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외치는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행사로 변모했다. 이 보수적인 컨퍼런스는 전통적으로 워싱턴 DC 외곽에서 개최되었지만, 올해는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의 대규모 호텔 단지로 장소를 옮겼다.
올해 컨퍼런스의 분위기는 예년과 비슷했다고 한다. 웅장한 대강당에서는 며칠 동안 패널 토론과 연사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아래층 전시장에는 보수적인 키치 상품들(kitsch : 인기는 있지만 질이 낮은 물건들)이 가득했다. 키치 상품은 주로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버스, 트럼프 2028 티셔츠, 그리고 2024년 트럼프 암살 시도를 기념하는 ‘방탄"’(bulletproof)라는 글씨와 가짜 총알이 박힌 안경 등이 있다.
* 미 보수 진영 내부의 세대 간 갈등 고조
워싱턴 DC에서 1,6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이란 전쟁은 흔한 대화 주제였다. BBC가 인터뷰한 수십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주제는 “이 분쟁이 보수 진영 내부에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에 재학 중인 19세 대학생 토비 블레어는 로스쿨 1학년생인 친구 샤샹크 얄라만치와 함께 CPAC 참석차 댈러스로 갔다. 두 사람 모두 이란 전쟁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나쁜 사람들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 미국의 임무가 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특히 국내에는 식료품이나 휘발유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데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 젊은층 : 트럼프 지지 지유는 해외 전쟁 미개입, 그러나 현실 개입
특히 미국의 많은 젊은 보수주의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는 그가 해외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며, 외교 정책에 있어서 ‘개입주의자’(interventionist)가 아닌 ‘현실주의자’(realist)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해병대 상륙부대 두 개가 현재 걸프 지역으로 배치되고 있다. 미 공수사단 일부 병력도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전쟁부)는 또 2천억 달러(약 302조 원) 규모의 전쟁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모든 상황은 대통령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갈등이 당분간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쟁을 반대하는 젊은층 대부분은 “우리가 국내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다. 해외 전쟁을 정당화하고 싸우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다 보면,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쓸 시간과 노력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 텍사스 트럼프 부족 같은 노년층의 트럼프 지지
금색 스팽글 재킷과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를 맞춰 입은 “텍사스 트럼프 부족”(Trump Tribe of Texas) 회원들은 대체로 연령대가 높았다. 창립자인 마이클 마누엘-레오는 이번이 여섯 번째 CPAC 참석이었으며, 이란이 대처해야 할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미국이 핵폭탄 공격을 받을 위협이 있다면, 누가 그것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고는 “(트럼프는) 그냥 그만둘 수 없다. 그는 끝낼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부족의 나머지 구성원들도 이에 동의했다고 BBC는 전했다.
페니 크로스비는 “트럼프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트럼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엇이든, 일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는 우리를, 미국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 그들(이란 등)이 우리를 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이란은 ‘독립 기념일이 없는 국가’다.
미국 보수연합 회장인 슐랩(Schlapp)은 12년 동안 CPAC를 운영해 왔다. 그는 이란 활동가들을 제외하면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주의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한다. 그래서 그들은 대통령에게 많은 재량권을 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BBC는 ”그러한 우려는 회의에 참석한 일반 참가자들 사이에서만 표명된 것이 아니었다. 회의의 주요 무대에서도 그러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오후, 전 하원의원 맷 게이츠(Matt Gaetz)는 수천 명의 새로운 미군 병력이 중동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이란에 대한 지상 침공은 미국을 "더 가난하고 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는 휘발유 가격과 식료품 가격 상승을 의미할 것이며, 우리가 테러리스트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많은 테러리스트를 사살하게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건을 부수고 악당을 제거하는 것: 서방의 군사적 우위의 필요성“(Breaking Stuff and Killing Bad Guys: The Case for Western Military Dominance)이라는 제목의 패널 토론에서 군수업체 블랙워터의 창립자인 에릭 프린스(Erik Prince)는 전쟁의 미래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제시하며, 전쟁이 신속하고 평화롭게 종식될 것이라는 행정부의 ‘낙관론’을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란은 알렉산더 대왕 시대 이후로 정복당한 적이 없기 때문에 독립기념일이 없다“(Iran doesn't have an independence day because they have not been conquered since the days of Alexander the Great.)고 말했다.
*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정치적 기반 균열
최근 퓨 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는 트럼프의 과거 견고한 정치적 기반에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준다.
공화당원의 79%가 대통령의 전쟁 수행 방식에 찬성하지만, ‘강력하게 찬성’하는 사람은 49%에 불과합니다. 공화당 성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수치가 22%로 떨어진다.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에서도 연령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공화당 지지자 중 84%가 트럼프의 전쟁 수행 방식을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층에서는 그 비율이 49%에 불과했다.
트럼프의 오랜 여론조사 전문가인 짐 맥러플린(Jim McLaughlin)은 여론조사 결과가 보수층 내부의 분열을 과장하고 있으며, 트럼프 진영 내부의 갈등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휘발유 가격이 다시 2달러대로 돌아가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다“면서 ”이란 군사 작전 때문에 잠시 변동이 있지만, 작전이 끝나면 가격이 다시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11월에 있을 중요한 중간 의회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유권자들은 2024년 트럼프에게 백악관을 되찾아준 연합의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비록 공화당 지지율 80%라는 높은 수치이긴 하지만, 그 지지세가 미온적이고 향후 의회 선거에서 낮은 열정과 투표율로 이어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의 전쟁이 "끝나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밤(현지시간), 그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원하지 않고 미국이 이스라엘과 아랍 걸프 국가들과 같은 "특정 동맹국"을 보호하는 것을 지지하기 때문에 자신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쟁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란 정권,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의 아랍 동맹국들은 앞으로의 사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CPAC 회의는 대통령이 분쟁에서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한다는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보수의 상징이라 할 스티브 배넌(Steve Bannon) 전 백악관 고문은 27일 CPAC 참석자들에게 ”특히 지금처럼 미군 전투 병력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이것이 옳은 일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문제“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