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란 전쟁 빌미로 ‘핵 보유 정당화’

2026-03-27     김상욱 대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란과의 전쟁을 북한의 핵무기 보유 결정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김정은은 미국의 이란과의 전쟁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기로 한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고 CNN25(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4일 공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김정은은 미국이 국가 지원 테러 및 침략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지만, 이란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김정은은 현 상황은 북한이 미국의 압력과 감상적인 말을 거부하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 정당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면서 북한의 핵 보유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imminent threat)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몇 달 전에는 미국이 이란의 핵 능력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폭탄 제조를 막는 것을 이란에 대한 공격의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에게 이란과의 갈등은 핵무기가 없는 국가는 미국의 군사력에 노출되어 있는 반면,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오랜 믿음을 강화시켜 준다는 것이 교훈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정은의 연설 시점은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과의 대화 재개에 열려 있음을 시사하며 2019년 결렬된 외교적 협상 트랙을 되살리려 했다. 김정은의 최근 발언은 향후 회담이 과거 비핵화에 초점을 맞췄던 정상회담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일 것임을 시사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지만,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a nuclear power)으로 인정하고 평양이 적대적 정책’(hostile policy)이라고 부르는 것을 포기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수십 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와는 달리 미국 본토 어디든 도달할 수 있는 실전 투입 가능한 핵무기와 운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완전한 시험 발사는 아직 실시된 적이 없다.

최근 북한은 신형 군함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국영 언론이 핵탄두 탑재 가능 로켓이라고 묘사한 미사일들을 대량 발사하는 등 일련의 고위급 무기 시험을 공개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노동당 대회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약속하며, 이는 핵무기 수와 배치 수단을 모두 증강하겠다는 당의 확고한 의지’(firm will)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정은은 10대 딸인 김주애로 추정되는 여성을 이러한 전시의 중심에 내세워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영구적일 뿐만 아니라 세대를 이어갈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 북한-러시아, 강력한 반미동맹

동시에 평양은 모스크바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방송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 인근에서 훈련하는 장면을 방영하며 양국 관계를 강력한 반미 동맹(a strong anti-US partnership)으로 묘사하고 군사 협력 증대를 강조했다.

양국 관계는 더욱 중요해졌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의 역할은 평양의 선전에서 핵심적인 부분이 되었다. 김정은은 포탄과 로켓을 공급하기로 합의했고,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수천 명의 병력을 파견했다.

분석가들은 그 대가로 평양이 식량, 연료, 그리고 잠재적으로 민감한 군사 기술과 더불어 북한이 무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장 데이터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한 동맹 관계는 워싱턴에 또 다른 복잡성을 더해준다. 이는 북한이 고립되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영향력에 맞서는 더 광범위한 국가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오히려 힘을 얻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은 앞으로 더 강화된 북한의 근육을 상대할 때 미국의 더 큰 양보를 요구하는 것을 시사해 준다.

그러한 강경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외교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최근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워싱턴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작은 여지를 남겨두었다. 하지만 그의 조건은 분명하다. 미국과의 대화는 가능할지 몰라도 핵무기 포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에게 있어 북한의 비핵화는 그림의 떡’(For the U.S., North Korea's denuclearization is a 'pie in the sky')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