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0년 이천도자기축제…‘흙과 불의 도시’ 정체성은 어디까지 왔나

기자수첩 한마디 "이천도자기축제 40년은 그 시간들이 모여 만들어낸 도시의 역사다"

2026-03-11     김병철 기자
김병철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올해 봄, 이천에서는 또 한 번 의미 있는 시간이 펼쳐진다. 오는 4월 24일부터 5월 5일까지 열리는 제40회 이천도자기축제가 그 무대다. 40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한 지역 축제가 이어져 왔다는 의미를 넘어, 한 도시의 문화와 산업이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천은 오래전부터 ‘도자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조선시대 왕실 도자를 제작하던 가마가 자리했던 역사적 배경과 장인들의 기술, 그리고 도자 제작에 적합한 자연 환경이 어우러지면서 이천은 한국 도자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이천 곳곳에는 수많은 도예 공방이 자리하고 있고, 이천도자예술마을과 사기막골 도예촌은 국내 도예가들이 모여 활동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시작된 이천도자기축제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자 문화 행사로 성장했다. 올해 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6~2027 예비축제로 선정된 것도 이러한 역사와 의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축제는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과 사기막골 도예촌 일원에서 12일간 진행된다. 단순한 전시나 판매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형 축제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 40년 축제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아카이브관이 마련되고, 도자 명장들의 작업 세계를 소개하는 명장전이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또 자연을 주제로 한 현대도자전과 예스파크 갤러리 투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도자 예술을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스파크 마을 일대 약 1km 구간에는 대규모 야외 도자기 판매 공간도 조성된다. 공방 작가들이 직접 참여하는 판매존은 축제의 가장 활기찬 공간이 될 전망이다.

이천 도자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마을 자체가 축제 공간이 된다는 점이다. 예스파크 회랑마을부터 사부작마을까지 이어지는 공간 곳곳에서 도자 작품을 만나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별마을과 가마마을에서 진행되는 마켓 행사 역시 도예 작품과 생활 도자기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사기막골 도예촌에서는 한국도예고등학교 학생들의 작품 전시가 예정돼 있어 젊은 세대의 새로운 시선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전통 도자와 현대 도자, 그리고 미래 세대의 창작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셈이다.

이천도자기축제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단순히 관광객을 모으는 행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축제는 이천 도자 산업의 현재를 보여주는 창이기도 하다.

이천에는 지금도 많은 도예가들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 방식으로 도자를 만드는 장인부터 현대적인 디자인 도자를 만드는 작가까지 다양한 창작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천도자예술마을은 이러한 작가들의 창작 공간이자 전시 공간, 그리고 방문객이 도자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도자 산업의 모습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공예 작품뿐 아니라 생활 도자기와 디자인 상품,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축제 역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체험 프로그램과 전시, 판매를 결합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올해 축제에서는 도자 게임과 버스킹 공연, 이벤트 포토존, 푸드존 등 다양한 즐길 거리도 준비됐다. 카페마을 푸드페스티벌과 사찰음식 체험, 다례 시음 행사 등은 도자 문화와 음식 문화가 어우러지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디지털 기술의 도입이다. AI를 활용한 세라믹 전시와 스마트 안내 시스템이 준비되면서 전통 공예와 첨단 기술이 만나는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전통 산업이 현대 기술과 만나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천시는 오래전부터 ‘축제의 도시’라는 이름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천도자기축제의 의미는 단순한 지역 행사 이상의 가치에 있다. 도자 산업과 문화, 그리고 도시 브랜드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40년 동안 이어져 온 축제는 이천 도자 문화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 많은 관광객이 축제를 찾으며 이천 도자를 접하고,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기회를 얻었다. 지역 경제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어 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축제가 지역 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다. 도자는 단순한 생활 용품을 넘어 우리 전통 공예의 한 축을 이루는 문화 자산이다. 이천 도자는 그 전통을 이어온 상징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40회를 맞는 이번 축제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축제가 쌓아 온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고민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천 도자 산업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크다. 전통 공예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고, 디자인 도자와 예술 도자의 영역도 확장되고 있다. 관광과 문화 산업이 결합된 지역 콘텐츠로서의 가치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천도자기축제는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무대다. 도예가와 시민,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에서 도자 문화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살아 있는 문화로 이어진다.

흙과 불이 만나 하나의 도자가 완성되듯, 한 도시의 문화 역시 오랜 시간과 노력이 모여 만들어진다. 40년을 이어온 이천도자기축제는 그 과정의 한 장면이다.

이번 봄, 이천에서 열리는 축제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도자의 도시 이천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40년의 시간 위에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질 이천도자기축제. 그 무대 위에서 이천 도자 산업의 다음 장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해 볼 만하다.

기자수첩 한마디 "40년 이천도자기축제는 ‘도자의 도시’ 이천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무대다. 이제 그 무대 위에서 어떤 미래가 만들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