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인비전 2040’이 던진 질문…용인특례시 미래는 '실행력'에 달렸다
기자수첩 한마디 "반도체 도시라는 기회 앞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용인특례시가 도시의 중장기 미래 전략을 담은 ‘용인비전 2040 미래도시 발전 전략’을 공개했다. 도시의 방향을 15년 단위로 설계한다는 점에서 이번 계획은 단순한 정책 발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급격히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도시의 성장 방향을 미리 설정하고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용인특례시는 지난 9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용인비전 2040 미래도시 발전 전략 연구’ 최종보고회를 열고 도시 발전의 큰 틀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2025년 3월부터 용인시정연구원과 함께 추진된 프로젝트로, 용인의 미래상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을 정리한 장기 계획이다.
보고서에는 △도시·교통 △산업·경제 △문화·관광 △환경·안전 △행정·복지·교육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21개 부문 전략과 57개 사업이 담겼다. 산업 성장과 도시 인프라, 시민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한 종합적인 발전 구상이 제시된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는 용인이 현재 대한민국 산업 지형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초대형 반도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용인은 세계적인 첨단 산업 도시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두 기업의 투자 규모만 해도 약 100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램리서치코리아, 도쿄일렉트론코리아, ASML코리아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와 소재 기업들이 용인에 잇따라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업들이 집적되면서 용인은 자연스럽게 첨단 산업 생태계의 중심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용인특례시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글로벌 반도체 프로젝트에 걸맞은 도시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도체 전략 기업을 위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강화하고, 산업 성장에 필요한 정주 환경을 동시에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략에서는 산업 성장뿐 아니라 시민 삶의 질 향상도 중요한 축으로 제시됐다. 교육, 문화, 관광, 생활 인프라 확충을 통해 기업과 시민이 함께 성장하는 도시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첨단 산업 도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도시 환경이 함께 조성되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글로벌 산업 도시의 경쟁력은 단순한 산업 규모가 아니라 도시의 생활 환경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개발 인력과 청년 인재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교통과 주거, 교육과 문화 등 도시의 생활 인프라가 함께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용인특례시가 이번 전략에서 생활 인프라 확충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전략 수립 과정에서도 시민 참여를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용인특례시는 연구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모두 5차례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으며, 시민 중심의 비전 수립을 위해 5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 ‘100인의 시민참여단’을 운영해 시민 의견을 연구 결과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은 도시 정책이 행정 중심이 아니라 시민의 시각에서도 고민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기 도시 전략은 시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지속성을 갖기 때문이다.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일수록 실제 추진 과정에서도 지지를 얻기 쉽다.
이상일 시장 역시 이번 최종보고회에서 비전의 실현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여건과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장기 비전 계획이 갖는 본질적인 과제를 보여준다. 도시 비전은 방향을 제시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책과 사업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보고서가 아니라 실행 과정에서 나타난다.
용인특례시는 이번 최종보고회를 바탕으로 분야별 핵심 사업을 선정하고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어떤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어떤 단계로 확장해 나갈지에 대한 계획이 마련되면 도시 발전 전략의 실체도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 전망 역시 이번 전략에서 중요한 변수다. 이상일 시장은 반도체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추진될 경우 2029년 이후 법인지방소득세 증가로 용인의 재정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이 안정적으로 확대될 경우 교통과 문화, 관광, 복지,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 여력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산업 성장과 도시 발전이 서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기대를 보여준다. 산업이 성장하면 도시 재정이 확대되고, 확대된 재정은 다시 도시 인프라와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투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용인은 산업과 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용인비전 2040 미래도시 발전 전략’은 단순한 정책 보고서라기보다 변화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용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한 하나의 나침반과도 같다. 반도체 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바탕으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민의 삶의 질을 함께 향상시키겠다는 방향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미래는 한 번의 발표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의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용인특례시가 제시한 이번 비전이 계획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과 투자, 그리고 시민의 일상 속 변화로 이어진다면, 2040년의 용인은 지금보다 훨씬 다른 모습의 도시로 성장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첨단 산업 중심 도시와 시민이 행복한 생활 도시가 공존하는 미래가 현실이 될지, 이제 그 과정이 시작되고 있다.
기자수첩 한마디는 "반도체 도시라는 기회 앞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용인특례시의 선택이 도시의 15년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