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여권은 안전하신가?
자유 진영 국가에서 이념이나 가치관을 문제 삼아 입국 비자를 거부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미국에 이어 일본이 반일 인사에 대해 연이어 입국 거절했다. 최근 일본 당국은 독도 홍보대사 이력을 문제 삼아 가수 김창열의 입국을 거부한 데 이어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도 입국 심사에서 거절해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박 대표의 경우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활동과 반미 시위 등 전력을 문제 삼은 것으로 추측된다.
비자와 입국 심사가 이념의 새로운 장벽이 되고 있다. 앞서 가수 송가인이 미국 공연을 위해 신청한 비자가 취소되면서 반미 성향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준 적이 있다. 미국은 송가인 외에도 다수의 반미 성향 인사의 비자를 거부한 바 있다. 세계 최고의 여권 신뢰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최근 두드러진 비자 사태는 큰 틀에서 보자면 미-중 갈등에서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한국 외의 다른 국가에서 자주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 당국은 한국의 친중, 반-자유주의적 인사들에 대한 비자와 입국을 표적 삼아 거부하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의 사리 판단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의 사태 판단이 우선이다.
사실 모든 국가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 나라에 반감을 가진 인사의 입국을 막고 싶은 충동이 있다. 그러나 자유 진영 체제로서는 하기 어려운 정책을 미국이 거침없이 시행한 것이다. 오래 전 쓴 SNS 글 몇 줄이 비자 거부의 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섬뜩한 일이기도 하다.
거기에 한국이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친미 진영에 있어야 할 국가가 반미 세력을 축으로 친중 진영에 다가서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비자 정책으로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한다. 중국에 원유나 무기를 거래하는 베네수엘라, 이란을 비롯해 친중 카르텔인 쿠바, 러시아 등에 경제제재를 가하는 것과 똑같은 맥락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전통적인 우방이라서가 아니라 당장 제재를 가할 경우 반도체, 조선 등 교역과 협력에서 미국에 미칠 타격이 크다 보니 선별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식으로서 비자 사태가 떠오른 것이다.
이 사태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미국, 일본 등 자유 진영이 한국인을 우파와 좌파로 명확하게 구분해 두 개의 국민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놀라운 현상이다. 색깔과 디자인이 같다고 같은 여권이 아니다. 이는 이미 수십 년에 걸쳐 이념 갈등을 겪어온 이 나라의 숙명이 닿은 귀결점인지도 모른다.
당신은 지금 어떤 여권을 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