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 미국의 “문명 말살” 주장에 강력 반발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는 지난 15일 유럽이 “문명 말살”(civilizational erasure)에 직면해 있다는 주장을 일축하며, 트럼프 미 행정부의 유럽 비판에 반박했다.
카야 칼라스(Kaja Kallas) 유럽연합 외교정책 고위 대표는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이 유럽 동맹국들에게 다소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전달한 다음 날 뮌헨 안보회의(MSC)에서 연설했다.
그는 작년 같은 회의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했던 강경한 어조보다는 온건했지만, 대서양 동맹을 재편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추진하려는 워싱턴의 의지에 대해서는 확고한 입장을 유지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칼라스 고위 대표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국 국가 안보 전략(NSS) 보고서의 비판을 언급하며, 유럽의 경제 침체가 ‘문명 소멸’이라는 더욱 현실적이고 심각한 전망에 가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유럽이 이민 정책, 저출산, "표현의 자유 검열과 정치적 반대 세력 탄압", 그리고 "국가 정체성과 자존감 상실"로 인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칼라스는 컨퍼런스에서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는 달리, 깨어있는 척하고 있는 퇴폐적인 유럽이 문명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클럽에 가입하고 싶어하며, 단순히 같은 유럽인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가입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작년에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EU 가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칼라스는 ”아시다시피, 우리 유럽은 인류를 발전시키고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실제로 사람들에게 번영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비난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회의 연설에서 ”대서양 횡단 시대의 종식은 ‘우리의 목표도 아니고 바라는 바도 아니다’라며, 우리의 고향은 ‘서반구’에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언제나 유럽의 자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 강경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무역, 기후 변화와 같은 문제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유럽 관리들은 ”표현의 자유, 기후 변화, 자유 무역을 포함한 자신들의 가치관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의 노선과는 분명히 대조되고 있음을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유럽이 ”우리가 대표하는 활기차고 자유롭고 다양한 사회를 수호해야 하며,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평화롭게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우리 시대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해 트럼프가 추구하는 노선과는 분명히 다름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스타머 총리는 ”오히려 그것이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