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국 없이 살아남기 위해 “군사 강대국이 돼야”

- 영국 최고사령관,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초강대국 돼야” - 마크롱 대통령, “트럼프가 유럽을 분열시키려 해” - 뮌헨안보회의 성명, “트럼프는 파괴자” - 세계는 지금 “파괴적인 정치 시대”(an era of wrecking-ball politics)에 접어들어 - 트럼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위협, 일부 기지 통제권 포기

2026-02-12     김상욱 대기자

“영국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인물은 유럽이 미국 없이 살아남으려면 ‘군사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장군 닉 카터(Nick Carter)경은 “유럽 대륙이 더 이상 미국에 ‘당연히 의존할 여유’가 없다고 말하며 국방비 지출의 신속한 증액을 촉구했다”고 영국의 텔레그래프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독일에서 열린 주요 안보 정상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유럽이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초강대국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 유럽이 “정신 차리고” 세계 주요 강대국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을 ‘분열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

뮌헨 안보 회의 주최 측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성명을 발표, 트럼프 대통령을 “파괴자”(demolition man : 때려 부숴 없애버리는 자, 철거하는 사람)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성명은 또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자유 세계의 지도자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며 세계가 이제 “파괴적인 정치 시대”(an era of wrecking-ball politics)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wrecking ball은 철거할 건물을 부수기 위해 크레인에 매달고 휘두르는 쇳덩이를 말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탈퇴를 거듭 위협한 끝에 일부 나토 기지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한편, 유럽 나토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극 지역 안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북극 임무단 파견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은 이 작전의 일환으로 노르웨이에 1,000명의 병력을 추가 파견할 예정이다.

존 힐리(John Healey) 영국 국방장관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국방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영국은 유럽 안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나토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 집단 방위 및 억지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국방참모총장을 역임한 닉 카터 경은 MS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유럽은 미국이 전통적인 보호자 역할을 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에 신속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유럽의 영향력은 신속한 공동 대응 능력에 달려 있다. 그렇게 할 수 있고 스스로의 방위와 안보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유럽은 국제 질서를 형성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 유럽은 다른 나라들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토니 블레어 국제변화연구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5개 항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 우크라이나 국방력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 지원 ▶ 러시아의 사보타주 작전에 대한 강력한 단속 ▶ 유럽의 의사 결정 및 무기 생산 체계를 재편하여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 ▶ 군사 개혁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 계약이 포함됐다.

미국 대통령이 나토 조약 5조의 상호 방위 조항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그가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점령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나토의 미래 전체가 불확실해졌다.

트럼프의 재선 이후, 미국 국방부는 유럽 회원국들이 자국의 국방과 안보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지도록 함으로써 나토를 재편하려 노력해 왔다.

첫 번째 중요한 변화로, 나토 군사위원회 의장은 10일 영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새로운 대서양 동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 장군이 현재 미국 해군 제독이 맡고 있는 버지니아주 노퍽 합동군사령부(Joint Force Command Norfolk)의 지휘권을 맡게 될 예정이다. 이 기지는 미국 영토 내 유일한 작전 시설이며, 동맹의 대서양 안보 태세를 책임지고 있다.

나토 수뇌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점령 욕구를 달래기 위해 작전 지역을 북극까지 확장한 상황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동맹국들은 나토 지휘 체계 전반에 걸쳐 고위 장교들의 책임을 새롭게 분배하는 데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나토의 신규 회원국들을 포함한 유럽 동맹국들이 동맹의 군사 지도부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나토 관계자가 텔레그래프에 밝혔다.

이번 개편에 따라 이탈리아는 나토의 남부 및 지중해 전선을 담당하는 나폴리 합동사령부를 맡게 되고, 독일과 폴란드는 네덜란드 브룬숨(Brunssum)에 있는 합동군사령부의 책임을 공동으로 맡게 된다. 이 사령부는 동인도연합의 동부 전선을 총괄한다.

나토 내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동맹에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Andrius Kubilius) 유럽연합 국방 담당 집행위원은 “각국이 장거리 미사일 생산을 늘리도록 촉구하기 위해” 유럽 순방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몇 주 동안 그는 미국의 지원 없이 유럽 대륙 방어 체계를 재구상하는 10만 명 규모의 "“유럽 군사력”(European Military Force)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다.

존 힐리 국방장관은 영국군이 북극 경비 임무에 참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북극의 바이킹 기지(Camp Viking)에 주둔한 해병대를 방문한 그는 향후 3년 동안 노르웨이에 배치될 병력수를 1,000명에서 2,000명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공개된 미래 해군 작전을 지원할 새로운 ‘자율 운항 함정’을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애틀랜틱 바스티온 프로젝트”(Atlantic Bastion project가 ‘실현 불가능한 계획’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검증이 되지 않은 기술에 너무 의전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다.

국방부 수뇌부는 이 계획을 통해 최근 몇 년간 규모가 축소된 해군력을 증강하고 북대서양과 발트해 지역을 러시아 잠수함으로부터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하원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해양 분석가들은 이 구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실제 함정을 인도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