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안보 회의’ 앞 ‘세계 질서 어두운 그림자’

- 유럽과 미국의 안보 관계,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된 걸까? -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전략은 근본적인 변화 일어나

2026-02-10     김상욱 대기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뮌헨 안보 회의’(MSC)에서 유럽의 이민 정책과 표현의 자유를 맹렬히 비판하고, 유럽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내부에서 온다고 주장하는 충격적인 연설을 한 지 1년이 되었다.

지난해 뮌헨 안보 회의에 참석한 참석자들은 눈에 띄게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로 트럼프의 백악관은 세계 질서를 완전히 뒤집어놓았다고 영국의 BBC 뉴스는 10일 보도했다.

동맹국이든 적국이든 가리지 않고 징벌적 관세가 부과되었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극도로 뻔뻔스러운 공격, 즉 국가 주권 찬탈(簒奪), 모스크바에 유리한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서 평화를 추구하려는 워싱턴의 불균형적인 행보, 그리고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 한다는 기이한 요구까지 있었다.

이번 주 후반에 시작되는 ‘2026년 뮌헨 안보 회의는 다시 한번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하며, 50명이 넘는 세계 정상들이 초청됐다. 이번 회의는 유럽의 안보가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개최된다.

지난해 말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은 유럽이 자립하고 자신의 방어에 대한 주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하며, 미국이 유럽의 방어를 지원하는 데 점점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간의 대서양 동맹 전체를 진정으로 뒤흔든 것은 그린란드 위기였다. 트럼프는 미국과 세계 안보를 위해 미국이 반드시 그린란드를 소유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으며, 한동안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왕국에 속한 자치령이므로, 덴마크 총리가 미국의 적대적인 군사적 점령은 지난 77년간 유럽의 안보를 지탱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동맹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백악관이 다른 우선순위에 정신이 팔려있었기 때문에 그린란드 위기는 당분간은 모면 되었지만, 뮌헨 안보 회의에 불편한 질문을 남겼다. 유럽과 미국의 안보 관계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된 것일까?

그들이 변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체된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영국 정보기관 MI6의 수장을 지낸 알렉스 영거 경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서양 동맹이 과거처럼 되돌아가지는 않겠지만,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여전히 미국과의 안보, 군사 및 정보 관계에서 막대한 이점을 얻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자국 방위의 더 많은 부담을 지우도록 한 것이 옳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알렉스 경은 이어 인구 5억 명의 유럽 대륙이 인구 3억 명의 미국 대륙에게 인구 14천만 명의 러시아 대륙을 상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따라서 유럽이 스스로의 방어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납세자들이 수십 년 동안 사실상 유럽의 국방 수요를 보조해 온 이러한 불균형은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대해 반감을 갖게 된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대서양 동맹 내 분열은 병력 규모나 스페인처럼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조차 국방비로 지출하지 못하는 나토 회원국들에 대한 불만 그 이상이다. 러시아는 현재 GDP7%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영국은 2.5%에 조금 못 미치고 있다.

무역, 이민, 표현의 자유 문제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과 뚜렷한 의견 차이를 보인다. 한편, 민주적으로 선출된 유럽 정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관계, 그리고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비난하는 그의 행태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

뮌헨 안보 회의 조직위원회는 회의에 앞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에서 연구 및 정책 책임자인 토비아스 분데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전략이 크게 세 가지 기둥, 다자간 기구의 이점에 대한 믿음 경제 통합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이 단순한 가치가 아니라 전략적 자산이라는 믿음에 기반한다고 주장한다.

분데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이 세 가지 기둥 모두 약화되거나 공개적으로 의문시되었다고 강조했다.

* 유럽에 충격적인 경종을 울리는 사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사고방식은 상당 부분 미국 NSS에 반영되어 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이 문서를 유럽에 대한 진정으로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경종이자 유럽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과 트럼프가 구상하는 유럽의 모습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존재하는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NSS는 워싱턴의 동맹국이라고 여겨지는 유럽 정부들에 적대적인 집단들을 지원하는 새로운 정책을 우선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유럽 국가들 내에서 유럽의 현재 방향에 대한 저항을 육성하는 것을 장려하며, 유럽의 이민 정책이 문명의 말살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당 문서는 유럽은 미국에 전략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CSIS이번 NSS에 대한 유럽 대다수의 반응은 20252JD 밴스 부통령의 뮌헨 연설 당시 유럽이 느꼈던 것과 같은 경악과 충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뮌헨 안보회의의 소피 아이젠트라우트는 현재 개혁이나 복구를 약속하지 않고, 기존 제도를 허물겠다고 공언하는 정치 세력이 부상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들을 철거하는 사람들’(demolition men)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 나르바 테스트(The Narva test)

하지만 이 모든 것의 궁극적인 질문은 5조가 여전히 유효한가?”이다.

나토 헌장 제5조는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은 모든 국가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이다. 1949년부터 불과 1년 전까지는 옛 소련, 또는 그보다 더 최근에는 러시아가 리투아니아와 같은 나토 회원국을 침공할 경우, 미국의 군사력 지원을 등에 업은 나토 전체가 지원할 것이라는 것이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나토 관계자들은 나토 조약 5조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와 그의 행정부가 유럽에 대해 보이는 경멸적인 태도는 불가피하게 그 효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것을 나르바 테스트라고 부른다. 나르바는 에스토니아의 나르바 강변에 위치한 러시아어 사용자가 대다수인 도시의 이름으로, 러시아와의 국경 바로 옆에 있다. 만약 러시아가 동족을 돕겠다는 구실로 나르바를 차지하려 한다면, 미국 행정부는 에스토니아를 구제하기 위해 나설까?

이 질문은 미래에 러시아가 발트해에 있는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월경지인 칼리닌그라드분리하는 수왈키 해협에 대해 움직일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또는, 러시아가 이미 바렌츠부르크에 식민지를 건설한 노르웨이령 북극 군도인 스발바르 제도에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차지하려는 영토적 야욕을 드러낸 것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더욱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유럽 국가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위험한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주 뮌헨 안보 회의는 대서양 동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몇 가지 해답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해답이 유럽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은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