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려동물, 중국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 대안
- 중국 AI 개발 : 지방 정부 운영/경찰 업무 효율화/외로움 해소 등 일상생활 AI - AI 완구 중국 시장, 2030년까지 14억 달러(약 2조 원)를 넘어설 전망 - 사용자, 반려동물의 디지털 일기(digital diaries) 읽는 재미 쏠쏠 - AI 반려동물 장점, 최소한의 관리 비용으로 정서적 동반자 관계 제공 - AI 반려동물 붐, 감성 경제(emotional economy)의 부상(浮上)과 깊은 관련 - 사적(私的)인 ‘데이터 개인정보보호’ 문제 해결 과제 남아 있어 - 중국 당국, ‘인공지능 서비스를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 마련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이 생겼다. 바로 AI 반려동물(AI pets)이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급속하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이 만들어 낸 ‘인공지능 반려동물’(AI Pets)이 중국 젊은이들의 정서적 동반자가 되어주면서 그들의 일상과 생각을 바꾸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한가지 사례를 들었다. 산산(Shan Shan)이라는 AI 반려동물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복슬복슬한 작은 몸 위로 주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몸이 안 좋으세요? 물 좀 드실래요?”라고 질문하고 권장한다. 주인이 기침을 하며,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자, 산산은 잠시 망설였다고 중국 소셜 미디어 앱 레드노트(Rednote)에 게시된 영상에서 볼 수 있다. 산산이는 노래 대신 ‘당신이 걱정돼요’라고 대답했다.
산산이는 새끼 고양이도 아니고 강아지도 아니며, 산산이와의 대화는 상상이 아니다. 산산이는 인공지능 반려동물로,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라고 한다. 중국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을 점점 더 꺼리고 있으며, 산책도 필요 없고 배변 처리도 귀찮은 말하는 반려동물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한다.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 경쟁에서 ‘제로섬 게임’이라도 하듯 ‘패권’을 다투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 지방 정부 운영 ▶ 경찰 업무 효율화 ▶ 외로움 해소 등 일상생활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데 있어 앞서나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챗봇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화제가 되었고, 중국에서는 인공지능 애완동물 열풍이 불면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진화하는 관계에 새로운 차원의 모습이 더해지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 중 하나인 ‘타오바오’는 인공지능(AI) 반려동물 장난감을 2025년 공식 “올해의 10대 제품” 목록에서 9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타오바오 공식 계정은 “게다가 귀엽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말도 잘한다. 이미 인간 파트너의 90% 이상을 능가했다”고 밝혔다.
이 ‘디지털 생명체들’(digital creatures)은 언제나 조건 없이 곁에 있어 준다. 감정적인 안전망 역할을 하며, 주인은 한밤중에도 부담감 없이 무엇이든 털어놓을 수 있다. (책은 디지털 생명체처럼 말과 행동은 못하지만, 인간 마음대로 내동댕이도 칠 수도 있는 무생물이지만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둘 수 있는 종이책들이 사람들 손에서 멀어지고 있는 현상은 안타깝기만 하다.)
중국 화웨이와 같은 거대 기업을 포함한 점점 더 많은 기술기업들이 혼자 사는 중국 젊은이들을 위해 설계된 AI 반려동물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 기반 반려 장난감들은 대부분 푹신한 몸체와 빛을 내며 감정을 표현하는 듯한 크고 둥근 눈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장난감들의 개발은 정부 지원과 긴밀하게 통합된 산업 공급망에 의해 촉진됐다.
선전 완구산업협회(Shenzhen Toy Industry Association)와 징동닷컴(JD.com)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AI 완구 시장은 2030년까지 14억 달러(약 2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복합 성장률은 70%를 초과할 것으로 내다보이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11월 첫 인공지능 챗봇 ‘스마트 한한’(Smart Hanhan)을 출시했다. 약 55달러(약 8만 원)에 판매된 이 제품은 출시 직후 거의 매진됐다.
다른 제조업체들도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AI 장난감을 선보이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기술 회사 로보포엣(Robopoet)이 개발한 디지털 애완동물 푸조조(Fuzozo)는 중국의 오행(五行 : 목-나무, 화-불, 토-흙, 금-쇠, 수-물)을 기반으로 한 다섯 가지 핵심 성격을 제공한다. 이러한 성격은 사용자와의 대화 및 신체적 접촉을 통해 점차 형성될 수 있으며, AI는 학습하고 진화하여 독특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푸조조(Fuzozo)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처음 공개되었으며, 행사에서 가장 ‘귀여운’ 기술 제품으로 불렸다. 전시장에서는 관람객들이 손바닥 크기의 이 기기들을 직접 만져보고, 다양한 언어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테스트하고, 흔들었을 때 흔들리며 잠시 ‘어지러워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심지어 두 대를 나란히 놓고 서로 대화하는 모습까지 살펴보는 등 열띤 반응을 보였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중국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22년 두 명의 야심 찬 중국 기업가가 설립한 로펫(Ropet)은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하기로 결정하고,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자 허자빈(He Jiabin)은 인터뷰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실험적이고 감성 지향적인 기술에 더 개방적이라고 판단하여, 미국 시장을 시험해 본 후 중국으로 다시 확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장난감 소유자들, 특히 20대와 30대 여성들이 중국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놀라움을 담아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레드노트’에서 여성 사용자들은 이러한 AI 반려동물이 채워주는 정서적 공허함을 강조한다. 한 사용자는 “다른 사람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데, 저는 벌써 AI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사용자들은 인공지능 반려동물이 휴가를 함께 갈 때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쁨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디지털 생명체들은 휴대하기 편리하며, 라부부 참(Labubu charms : 귀여운 봉제 인형으로 가방 장식용 매력이라는 뜻)처럼 가방에 패션 액세서리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AI 반려동물이 쉽게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레드노트에 게시된 한 영상에서 “치치의 엄마”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자신의 디지털 반려동물에게 계속해서 ‘엄마’라고 부르라고 요구했다. 반려동물은 다소 마지못해 결국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러한 고집스러운 반응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사용자는 반려동물과의 유대감을 더욱 깊게하기 위해, 반려동물의 디지털 일기(digital diaries)를 볼 수 있으며, 이 일기에는 함께 나눈 추억과 감정이 기록되어 있다. 물론 ‘AI 반려동물’도 디지털 일기를 쓸 줄 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인공지능 반려동물은 실제 반려동물과 달리 현실 생활의 문제에서 자유롭다. 실제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반려동물은 충전과 와이파이 연결만 되어 있으면 장기적인 책임감 없이 즉각적인 교감을 제공한다.
베이징 런민대학교 심리학과 치위에(Qi Yue) 부교수는 “AI 반려동물이 현재 충족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필요성이다, 최소한의 관리 비용으로 정서적 동반자 관계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AI 반려동물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더 넓은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분석가들은 소비자들이 물질적 만족을 넘어 ‘정서적, 심리적’ 지원을 추구함에 따라 이러한 현상이 ‘감성 경제’(emotional economy)의 부상(浮上)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직장을 찾고,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린 도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광저우에 위치한 iiMedia 연구소의 CEO 겸 수석 분석가인 장이(Zhang Yi)는 “오늘날 젊은이들 중에는 외동인 경우가 많아, 감정적인 소통을 할 기회가 부족하다”면서 “AI 반려동물이 장기간 기억, 진화하는 성격, 그리고 지속적인 감정적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신혼여행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말한다.
레드노트의 일부 사용자들은 AI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이 처음 1주일 정도는 재미있지만, 그 후에는 이상하리만치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대화가 금방 반복적이고 기계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는 AI 반려동물이 1990년대에 방 안을 휩쓸었다가 조용히 버려진 휴대용 픽셀 디지털 펫인 다마고치(Tamagotchi)처럼 될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중국 언론은 2024년 AI 장난감 판매량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 반품률이 약 35%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로펫(Ropet)의 마케팅 및 미디어 담당 매니저인 세이디 양(Sadie Yang)은 “AI 제품은 처음에는 신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저희는 로펫이 몇 주가 아닌 몇 년 동안 의미 있는 존재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로펫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진화하는 개성, 새로운 기능 및 맞춤 설정 옵션에 막대한 투자를 했으며, 물리적 상호작용과 앱 내 기능을 결합하여 “관계가 시들해지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도록 설계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사용자가 고려해야 할 다른 사항들도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반려동물에게 가장 깊은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AI 반려동물은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까?
인공지능 반려동물은 대화를 녹음할 뿐만 아니라, 내장 카메라, 마이크, 모션센서(를 사용하여 얼굴의 표정, 움직임, 어조를 해석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세한 행동 프로필을 생성한다.
미국 공익연구그룹(Public Interest Research Group)의 소비자 개인정보보호 캠페인 책임자인 RJ 크로스(R.J. Cross)는 “데이터 개인정보보호 문제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는 기업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대중이 거의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매우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 대화를 듣고 말하는 기업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중국 산업정보부는 지난해 11월 인공지능 장난감의 품질과 안전성, 데이터 및 개인정보 보호를 보장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로펫은 자사의 디지털 제품이 대부분의 데이터를 기기에 저장하고, 일부 선택적 기능만 클라우드 처리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고, 허용되는 경우, 강력한 암호화, 엄격한 접근 제어, 그리고 권한, 저장 및 삭제에 대한 명확한 사용자 소유권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정부 역시 이러한 AI 반려동물의 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당국은 인간과 유사한 상호작용을 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인공지능이 ‘친구’ 역할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비스 제공업체가 사용자에게 인공지능과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도록 의무화하여, 가상과 현실 관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했다.
궁극적으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실생활에 어떻게 더 잘 통합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런민대학교의 치 교수는 “진정한 관계는 가족과 친구에게 맡겨야 한다”며, “인공지능은 당신과 대화할 수는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 관계를 맺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