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전력·용수의 시간표

기자수첩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의는 ‘가능성’이 아니라 ‘시간표’를 묻는 단계"

2026-02-10     김병철 기자
김병철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반도체특별법 이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용수 논의를 다시 읽다"

반도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전까지 논의의 중심이 ‘국가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선언의 영역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그 책임이 실제 행정의 시간표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법은 만들어졌고, 계획도 이미 존재한다. 남은 것은 이 두 요소가 현장에서 어떤 속도로 맞물리는가 하는 문제다.

이번 점검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새로운 정책 요구를 던지거나 기존 계획의 방향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스스로 수립해 공개한 국가계획을 기준으로, 전력과 용수 공급이 현재 어떤 단계에 놓여 있는지를 차분히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반도체특별법 이후의 논의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다시 정리될 필요가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명칭은 하나의 공간처럼 쓰이지만, 실제 행정 구조는 단일하지 않다. 이동·남사읍 일대의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원삼면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은 서로 다른 절차와 일정 위에 놓여 있다. 같은 지역, 같은 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시간표로 묶기에는 제도적 차이가 분명하다.

국가산단은 중앙정부가 지정과 조성 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구조를 갖는다. 반면 일반산단은 지자체와 민간, 중앙정부가 역할을 나눠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 차이는 전력과 용수 공급 논의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어느 한쪽의 진행 상황만으로 전체 클러스터의 속도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력 공급 문제를 보면, 정부는 이미 장기 국가계획을 통해 용인 지역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전제로 한 전력 수요 증가를 반영해 왔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해당 지역의 산업적 위상을 고려해 인프라 확충 방향을 설정했다는 의미다. 다만 계획에 반영됐다는 사실과 실제 공급이 시작되는 시점 사이에는 적지 않은 행정 절차가 놓여 있다.

기본계획 이후에는 세부 설계와 실시계획, 각종 인허가, 관계기관 협의, 예산 편성이라는 단계가 차례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단절돼 있지 않고 서로 맞물려 진행된다. 어느 한 단계라도 지연되면 전체 일정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현재 전력 공급 논의는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의 이분법으로 정리되기보다는, 행정 절차가 어느 지점까지 진행됐는지를 확인하는 국면에 가깝다. 구체적인 공급 개시 시점이 단일 날짜로 제시되기보다, 단계별 절차가 순차적으로 설명되는 이유다.

용수 공급은 전력보다 더 복합적인 성격을 갖는다. 산업용수는 단순히 관로를 연결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취수원 확보, 광역상수 체계 연계, 정수시설 확충, 환경 인허가까지 여러 요소가 동시에 검토돼야 한다. 이 때문에 용수 공급은 문서상 계획이 존재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나타난다.

국가 차원의 수도 계획에는 용인 지역 반도체 산업단지를 고려한 용수 공급 방향이 포함돼 있다. 이는 국가가 해당 지역의 산업용수 수요를 인지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다만 용수는 공급 경로와 절차가 다양하고 지역 여건에 따라 변수도 많아, 계획의 존재만으로 공급 시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런 구조 속에서 반도체특별법은 하나의 기준선을 제시한다. 법은 전력과 용수를 포함한 핵심 산업기반시설 조성을 국가 책임으로 명시했다. 이는 인프라 조성을 둘러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국가 책임이라는 표현이 곧바로 단일 기관의 즉각적인 집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전력과 용수 공급은 여러 부처와 공공기관, 지자체가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가 책임은 이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조정과 지원의 최종 책임을 국가가 진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결국 관건은 각 주체의 역할이 언제, 어떤 순서로 작동하느냐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이전론 역시 이 맥락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이 논의는 특정 지역의 경쟁력 문제라기보다, 전력과 용수 공급이 언제 안정적으로 확보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계획이 존재함에도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는, 이행 과정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서는 용인 시민과 기업관계자의 79.5%, 주변 지자체 주민과 기업관계자의 69.4%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에 반대한다는 응답을 보였다. 이는 기반시설 확보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단지 사업 일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신뢰와 지역·국가 경쟁력 인식으로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이미 수립한 계획의 이행 단계를 정리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설명하는 작업은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정책의 방향을 바꾸자는 요구가 아니라,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에 가깝다.

또 하나 짚어볼 부분은 전력과 용수 공급이 단일 시점에 일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업단지 조성 단계, 기업 입주 일정, 공정 가동 시점에 따라 공급 규모와 시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언제 공급되느냐’는 질문은 하나의 답으로 정리되기보다, 단계별 설명으로 풀어내는 것이 현실적이다.

반도체특별법 이후의 논의는 바로 이 단계적 시간표를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계획의 유무를 넘어, 현재 위치와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특정 지역의 요구라기보다, 대규모 국가 전략 산업을 둘러싼 행정 전반의 과제다.

이 기사에서 다루지 않는 영역도 분명하다. 이행 지연 여부를 단정하지도 않고, 책임 주체를 특정하지도 않는다. 기업의 투자 판단이나 정치적 해석 역시 이 기사의 범위를 벗어난다. 다만 이미 공개된 국가계획을 기준으로, 현재 행정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를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국가 반도체 전략에서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법 제정으로 제도적 틀은 마련됐고, 계획도 수립돼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계획들이 실제 행정 일정으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다. 전력과 용수라는 기본 조건이 어떤 순서와 속도로 현실화되는지가 향후 논의의 기준점이 될 것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전력과 용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공정 가동의 출발선이자 산업단지 조성의 전제 조건이다. 국가 책임이라는 법적 표현이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는, 앞으로 제시될 행정의 시간표와 설명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반도체특별법 통과 이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질문은 달라졌다. 이제 묻는 것은 가능성이 아니라 일정이다. 계획이 언제 행정의 언어로, 다시 현장의 언어로 옮겨질 것인지가 다음 단계의 관전 포인트다.

기자수첩 “법은 통과됐고 계획은 존재한다. 이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의는 ‘가능성’이 아니라 ‘시간표’를 묻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